[시사뉴스 강철규 기자] 덴마크가 유엔의 경고에도 망명신청을 하려는 난민들의 귀중품 등 재산을 몰수하는 법을 조만간 시행할 예정이다. 유엔은 그동안 새 법이 외국인 혐오와 공포를 확산시킬 것이라고 경고해왔다. 유엔 고위 관리들도 지난 6일 “서구국가들의 난민에 대한 의무를 폐지하는 이 법안은 인도주의를 퇴보시키고, 1000년간 이어진 인류의 진보를 포기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12일 가디언에 따르면, 덴마크 정부는 망명신청을 하려는 난민들의 권리를 크게 제한하는 법안 통과를 앞두고 의회 다수지지를 얻었다. 이 법안은 13일(현지시간) 열리는 의회에서 통과될 전망이다.
마르쿠스 누스 덴마크 정부 대변인은 “법안 규정에 따르면, 1만 크로네(약 140만원)가 넘는 현금을 들고 현지에 도착한 난민들은 체류 비용으로 1만 크로네 이상을 내야 한다”고 밝혔다.
법 초안에 대한 비판이 쏟아진 후 결혼반지와 같은 추억의 물건이나, 시계 등의 필수품은 압수 목록에서 제외됐으나 금괴는 포함됐다.
누스 대변인은 “감성적 가치가 있는 물건에 대한 분쟁이 생기면, 난민에게 최종 결정권이 있다”고 말했다.
새 법이 홀로코스트(유대인 학살) 시기에 유대인을 대하는 방식과 같다는 지적에 그는 “유사한 법들이 복지혜택을 받는 덴마크 국민들에 적용하고 있다”며 “터무니 없는 주장”이라고 일축했다.
이번 조치는 덴마크 중도우파 정부가 난민에 대한 의무를 반하는 가장 최근의 것이다.
라르스 뢰케 라스무센 덴마크 총리는 지난 달 홀로코스트 여파로 만들어진 1951년 난민협약의 효력을 종료시키자고 제안했다.
현지 난민옹호자들은 법안에 난민 소유물에 관한 규정 이상의 ‘나쁜 점’들이 있다고 경고했다.
법이 통과되면 시리아 난민 대다수가 1년 이상 체류할 수 있는 권한이 박탈될 수 있다. 자녀 없이 도착한 부모들은 가족들과 상봉하려면 최소 3년을 기다려야 한다.
시민단체 ‘덴마크에 온 난민들 환영’ 대표인 미칼라 클란트 벤디센은 “결국 대다수 난민들은 가족과 최대 5년간 생이별을 하게 된다”며 “처음에 망명 신청을 위해 대기한 후 절차를 밟을 동안 3년을 기다려야 하며, 이후 가족 상봉 지원을 위해 또다시 기다려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난민 가족을 5년간 헤어져 있게 하는 것은 완전히 미친 짓이다”고 강도높게 비판했다.
지난 2015년 덴마크는 그 해 유럽에 도착한 전체 난민의 2%에 불과한 2만여 명만을 수용했다. 현 우파 정부는 난민 수용을 저지하려는 입장을 취하고 있다.
벤디센은 “이들은(덴마크 정부는) 2가지 목표가 있다”며 “하나는 난민에게 겁을 주어 쫓아 버리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이미 국내 들어온 난민들을 힘들게 해서 스스로 떠나도록 하는 것이다”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