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뉴스 김승리 기자] 호베르토 아제베도 세계무역기구(WTO) 사무총장은 15일 오후 2시 서울대학교 국제대학원 소천국제회의실에서 열린 특별 강연에서 다자무역 체제를 진단하고 향후 과제를 제시했다.
'WTO의 현 위상과 역할: 글로벌 경제에서의 다자무역체제'라는 주제로 열린 이번 강연에서 아제베도 사무총장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세계 무역 성장률이 낮아졌다고 지적했다.
아제베도 사무총장은 "지난 2년 동안 세계 무역 성장률은 2.2%에 머물렀다"며 "이는 기존 성장률에 비춰봐도 현저히 낮은 수치"라고 설명했다.
이어 "금융위기의 여파가 현재까지 세계 무역에 충격을 주고 있다"며 "지난해 12월부터 WTO는 국제 경제에서의 중심 역할을 회복하기 위해 고군분투 하고 있다"고 말했다.
금융위기 이후 현재까지 성장률은 낮았지만 앞으로의 전망은 밝을 것으로 내다봤다.
아제베도 사무총장은 "올해 세계 무역 성장률이 4.7%까지 올라갈 것으로 기대된다"며 "다음해에는 5.3%까지 오를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러면서 "이 수치는 확실한 것은 아니다"라며 "향후 위험 요소가 생겨 성장에 차질을 빚을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아제베도 사무총장은 향후 세계 무역을 활성화하는 방안으로 '발리패키지'를 언급했다.
발리패키지는 WTO가 도하개발어젠다(DDA)의 돌파구를 마련하기 위해 합의한 타협안이다. 관료주의적 무역 장벽을 낮추고 통관 절차를 간소화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농업 보조금을 줄이고 최빈국 지원을 늘리는 방안도 포함한다.
아제베도 사무총장은 "WTO 회원국들은 발리패키지 합의안을 강화해나가면서 성장률을 높이는 데 기여할 수 있다"며 "특히 무역을 촉진하는 내용이 중요한 성장 요인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또 "발리패키지를 성공적으로 이행하려면 개발도상국과 최빈국 지원을 늘려야 한다"며 "다자간 무역 체계를 강화하는 것도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아제베도 사무총장은 발리패키지를 합의할 당시 올해 안에 DDA를 개선할 확실한 방편을 마련하라고 지시한 바 있다.
다자간 무역 체제가 향후 집중해야 하는 분야로는 ▲산업용품 ▲서비스 ▲농업 분야를 꼽았다. 이 3가지 분야에서 해결책을 찾지 못하면 다른 분야도 발전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개별 산업 분야에서는 지식·기술 분야 무역을 늘리는 데 집중해야 한다고 했다. 농업 보조금과 금융 서비스, 전기통신 분야도 양자간 무역 협상보다는 다자간 협상이 유리하다고 설명했다.
아제베도 사무총장은 "경제적으로 중요한 지식·기술 분야는 다자간 무역 협정에 불충분한 면이 있다"며 "예를 들어 에너지 경제 분야의 경우 개도국은 다자간 무역에 동참하지 못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다자간 무역을 확대하는 데 우리나라 역할도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아제베도 사무총장은 "1964년 한국의 1인당 GDP는 차드와 시에라리온보다 낮은 80달러였지만 지난해 2만4000달러를 넘어섰다"며 "전세계 7위 수출국, 1위 조선 강국, 2위 반도체 강국 등 뛰어난 업적은 개도국에게 큰 영감을 준다"고 말했다.
이어 "한국은 다자간 무역 체제를 이끄는 중심 국가였다"며 "다자간 무역 체제가 점점 더 중요해지는 이 시점에 한국은 더 중요한 역할을 하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날 강연에는 대학생과 교수 등 200여명이 몰려 강연장을 가득 메웠다.
20여분 동안의 강연이 끝난 뒤에는 아제베도 사무총장과 안덕근 국제대학원 교수가 대담을 진행했다. 이후 청중과의 질의응답이 이어졌다.
한편 처음으로 한국에 방문한 아제베도 사무총장은 강연에 앞서 세월호 참사 희생자에 애도를 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