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뉴스 김승리 기자] 금융 공공기관은 신규 채용 과정에서 어학성적·자격증 등 이른바 '스펙'을 요구하지 않는다.
금융위원회 김용범 금융정책국장은 3일 서울 중구 금융위에서 '금융권 고용문화개선 방안' 브리핑을 갖고 "금융공공기관 신규채용 입사지원서류에 자격증과 어학점수기재란을 원칙적으로 폐지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금융공공기관 등 18개 기관은 올해부터 신규채용 서류상의 자격증 기재란을 원칙적으로 삭제한다. 다만 특정 자격이 필요한 직무의 경우 별도전형을 통한 채용을 실시하고, 기관 성격에 따라 필요한 경우에만 예외적으로 자격증 종류를 명시해 기재하도록 한다.
어학점수의 경우 최저기준 충족 여부만 확인키로 했다. 기관별 직무 특성에 따라 어학 최저기준을 결정하고 직무역량과 어학능력이 무관한 경우에는 어학점수요구를 폐지한다. 어학능통자가 필요한 경우에는 별도전형을 통해 채용하도록 했다.
스펙란을 폐지하는 기관은 ▲한국거래소·한국예탁결제원·코스콤·기술보증기금·신용보증기금·예금보험공사·자산관리공사·주택금융공사·기업·산업은행 등 10개 금융공공기관 ▲금융결제원·한국증권금융 등 2개 금융유관기관 ▲금융투자협회·생명보험협회·손해보험협회·여신금융협회·저축은행중앙회·전국은행연합회 등 6개 금융협회로, 모두 18곳이다.
금융위는 금융공공기관의 채용제도개선 노력이 민간금융사로 확산될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유도키로 했다.
이를 위해 금융권과 보수교육 내실화와 채용형 인턴제 확산 등을 지속적으로 협의하고, 금융투자상품 판매·권유 자격증이 금융회사 취업요건으로 활용되지 않도록 자격제도개선을 추진할 방침이다.
금융위는 최근 스펙쌓기에 대한 실태조사를 통해 청년층의 부담과 사회적 비용이 심각한 수준이라고 판단, 실력과 창의성 중심의 채용문화를 정착시키기로 결정했다.
실태조사에 따르면 금융관련 자격증이 74개에 이르고, 구직자 1인 평균 어학시험 응시비용은 38만원 수준이었다. 펀드투자상담사 등 소위 금융3종세트의 연간응시인원은 10만명을 넘어섰다.
김용범 국장은 "청년들이 실제 업무역량과는 연계성이 낮은 취업용 자격증 취득, 점수높이기식 어학시험응시에 많은 비용을 지불하고 있다"며 "금융사들이 채용 후 직원들의 직무보수교육 등을 통해서 부담해야 할 비용을 취업준비생이 대신 부담하는 문제도 제기됐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