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뉴스 김승리 기자] 일본의 미에현(縣) 이가시(市) 모쿠모쿠 수제농원.
모쿠모쿠 농원은 일본 농업의 6차 산업화를 성공적으로 이뤄낸 곳이다.
6차 산업은 농수산업(1차 산업), 제조업(2차 산업), 서비스업(3차 산업)이 복합된 산업을 말한다. 하지만 6차 산업의 최종 결과는 더하기(+)가 아니라 곱하기(×)다.
산업별로 부가가치를 높여 최대의 효과를 이끌어 내는 게 궁극적인 목표다.
모쿠모쿠는 돼지농장, 햄공방으로 시작해 지금은 푸드마켓, 레스토랑, 농원(farm)으로 성장하며 일본 농업 성장의 기본 모델로 자리매김했다.
우리나라에서도 박근혜 정부들어 농림축산식품부가 6차 산업화를 전개하며 미래 농업의 가능성을 타진하고 있다.
지난 27일부터 29일까지 3일간 6차 산업의 현장인 모쿠모쿠 농원을 찾아 성공 비결을 알아봤다.
◇모쿠모쿠의 시작
모쿠모쿠 농원의 시작은 25년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지금의 사장인 기무라 오사무(61)씨는 당시 동업자와 함께 인근 양돈농가에서 나온 돼지고기를 슈퍼마켓이나 호텔에 팔았다.
하지만 제값을 받지 못하는 것에 대해 아쉬워하다가 새로운 사업을 구상했다.
생고기를 그대로 파는게 아니라 가공 제조해 판매하는 사업으로 전략을 바꿨다. 먹을거리의 안전과 안심을 기본으로 소비자가 만족하는 제품을 팔고자 했다.
여기에 '집객(集客, 손님을 끌어모음)'과 '식(食)교육'을 접목시켜 대박을 쳤다.
◇은행이 돕지 않아 지자체가 나서
처음부터 모쿠모쿠의 사업이 순탄했던 것은 아니다.
지금은 일본 6차 산업의 성공케이스로 꼽히며 젋은이들이 취업을 꿈꾸는 곳으로 성장했지만 초기에는 사업자금을 마련치 못할 정도로 초라했다.
신용이 없다는 이유로 돈을 꿔주겠다는 은행이 없었다. 이때 지방 정부가 나섰다.
모쿠모쿠의 사업계획서를 검토한 미야현청이 중앙정부에 주선해 설비, 건물, 기술 등을 지원했다. 설비투자의 경우 전체 자금의 50%를 중앙정부, 10%는 현 정부에서 제공했다. 전체 자금의 60%가 정부에서 나왔다.
정부 차원에서도 모쿠모쿠의 계획에 대한 기대가 컸다는 얘기다. 고령화로 활기를 잃어가는 농촌을 살리기 위한 대안으로 손색이 없었다.
농촌의 선진국이라 할 수 있는 일본에서도 6차 산업이 자리잡은 게 불과 10년 남짓이란 점을 감안하면 일본 농업의 탈출구가 모쿠모쿠인 셈이다.
에이이치 이시가키 미에현 부지사는 "모쿠모쿠의 기무라 사장은 돼지를 길러 판매하다 햄을 만드는 식으로 끊임없는 도전에 나섰다"며 "그는 현재 일본의 이노베이터로 평가받고 있다"고 말했다.
그렇지만 돈을 대준 중앙정부나 지방정부는 경영에 전혀 관여치 않았다. 겨울에 손님이 없자 온천을 해보라는 아이디어를 제공하는 정도였다. 지원에 대한 보상도 받지 않았다.
◇농업·지역활성화 목표
모쿠모쿠가 사업 목표중 가장 중요시하는 것은 '농업의 활성화'와 '지역의 활성화'다.
모쿠모쿠 농원이 있는 이가시는 100ha가 쌀농사를 짓는데 20%는 직원이 직접 재배하고 80%는 100세대의 지역농가가 지은 것을 사들여 판매한다.
팜마켓에서 판매하는 야채중 일부는 지역 농가에서 재배된 것들이다. 싸게 구입하는 것 아니라 적정한 가격에 사줌으로써 수익을 보장해준다.
이들 농산물은 모쿠모쿠가 운영하는 레스토랑이나 반찬가게, 농원내 팜마켓 등을 통해 판매된다.
실제로 오사카의 모쿠모쿠 레스토랑에는 농원으로부터 공급받은 원재료로 메뉴를 만들고 매장 앞에는 판매대를 설치해 쌀, 채소, 가공제품들을 판매한다.
특히 농산물을 수확한 농민들의 사진을 게시함으로써 제품에 대한 자신감과 자부심을 드러낸다.
재미있는 것은 판매되는 제품들은 친환경, 유기농 등 차별화 딱지가 없어도 소비자들에게 어필한다는 점이다.
그 이면에는 '식(食)교육'이 있다.
소가 풀을 어떻게 뜯어 먹고, 우유를 어떻게 생산하는지를 직접 체험함으로써 내가 자란 고장에서 나는 농산물의 중요성을 깨닫게 한다. 그러면서 자연스럽게 자신들의 농장에서 산 농산물을 구입하도록 유도한다.
우리 식으로 치면 신토불이(身土不二)와 같은 개념이다.
기무라 모쿠모쿠농원 사장은 "우리 농촌에서 생산되는 농산물을 직접 가공해 소비자에게 판다는 점이 가장 큰 의미"라고 설명했다.
특히 주목할 것은 4만6000세대에 달하는 소비자 회원이다. 이들이 모쿠모쿠의 응원단이라는게 기무라 사장의 얘기다.
이를 기반으로 모쿠모쿠는 승승장구하고 있다. 2012년 기준으로 현재 매출은 50억엔이다. 우리나라 돈으로 치면 550억원 정도다. 맨손으로 시작해 일군 성과다.
지역 일자리 창출 효과도 크다. 모쿠모쿠 농원에서 일하는 직원은 아르바이트생을 합쳐 1000명에 달한다. 이들중 이가시에 거주하는 직원이 600~700명이다. 참고로 이가시 전체 인구는 10만명이다.
에이이치 미에현 부지사는 "경제적 파급효과 외에 모쿠모쿠가 크게 기여한 부분은 고용"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또 "지역에서 재배되는 돼지와 야채 수급을 책임지니 지역경제에 크게 기여하고 관광명소로 미에현을 홍보하는데도 큰 역할을 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미에현에는 매년 일본 국내에서만 연간 50만명 정도가 다녀가고 한국, 동남아 등에서도 꼭 거쳐야할 시찰코스로 명성을 얻었다.
◇매일유업, 한국판 모쿠모쿠 꿈꾼다
매일유업이 전북 고창에 한국판 모쿠모쿠 농원을 건립중이다. 이름하여 '상하농원'이다.
총사업비는 300억원으로 정부가 100억원을 대고 매일유업이 200억원을 투자한다.
상하농원은 모쿠모쿠 농원과 마찬가지로 햄소시지 공방을 기본으로 하지만 한국의 특성을 십분 살릴 예정이다.
고창의 특성을 고려해 복분자·특산물 등 과일공방, 된장·고추장의 장류공방, 쌀공방 등으로 한국화한다는 것이다.
규모는 3만평 정도다. 현재 상하수도, 도로, 전시관 등 공공부문 인프라는 40%, 민자부문은 15%가 완성된 상태다.
농원내에는 음식점과 숙박시설이 들어서며 외부 레스토랑은 농원 완성후 2~3년후 개시할 예정이다.
이에 따라 초창기 사업은 농원과 회원 중심의 농산물 유통이 될 전망이다. 매출비중은 단기적으로 6:4, 장기적으로 5:5로 보고 있다.
매출은 오는 2018년까지 1000억원이 목표다.
특히 상하농원은 고창지역 활성화해 기여할 계힉이다.
고창은 선운산, 람사르습지, 변산반도, 고인돌 등 연간 관광객이 300만명 정도지만 뚜렷한 숙박시설이 없어 결과적으로 관광객을 다른 지역에 뺏겨왔다.
박재범 상하농원 대표는 "관광객을 하루만 고창에 머물게만 해도 관광수입이 지금보다 1.5배에서 2배 가량 늘어난다"면서 "초기에는 25~40실 정도 숙박시설을 운영하겠지만 더 많은 사람이 머물수 있게 고창군과 협의를 진행중"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