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대통령 선거에도 ‘머피의 법칙’이 있다. 공부를 안 하면 몰라서 틀리고, 어느 정도하면 헷갈려서 틀리니…. 뭐든 때가 있는 법인데, 될 사람은 안되고 늘 딴사람이 된다. 그뿐인가, 되도 너무 늦게 돼 차라리 안되니만 못한 씁쓸함을 더했던 우리대통령 선거.
이쯤되니 2007년 ‘12.19 대선’역시 설레이고 두근거리기 보다 ‘짜증’부터 밀려온다는데…. 수명 다 지난 배터리같은 대통령을 향해 리모콘을 아무리 누른들 원하는 방송이 나올 수 있을까. TV를 꺼버린 유권자들. 2007 대선은 과연 꺼진 TV를 다시 켜게 만들까.
대통령을 꿈꾸는 잠룡들의 행진이 줄줄이다. 연일 상종가를 달리는 한나라당 대선예비후보‘빅3’그중에서도 간판주자 이명박 전 서울시장을 비롯해 박근혜 전 대표, 손학규 전 경기지사가 신문지면을 도배하더니 소장파 리더격인 원희룡 의원마저 출사표를 던졌다.
17대 대선 정권교체로 가나
‘대선 야당후보에 찍겠다’는 본지 여론조사결과(2006년 12월4일자 보도)에서도 드러났듯 굵직한 대선후보들의 굿판이 열린 한나라당 기세는 꺽일 기미가 안 보인다. 10년씩 정권을 되찾지 못했으니 기필코 절치부심의 심정으로 정권교체를 이루겠다는 야심만만. 여당이 아무리 하늘이 깜짝놀랄 ‘빅카드’로 승부한대도 이대로라면 17대 대통령 선거에서 진보개혁세력이 3회 연속 집권에 성공, 장기 집권체제를 갖출 가능성은 일단 희박해 보인다. 누가 뭐래도 지금의 대선구도는 한나라당 독주. 열린우리당이 통합신당파와 당 사수파 간 갈등 증폭으로 내분이 계속되면서 대선 주자들의 움직임이 상대적으로 미미한 상황인데다 연일 신문을 장식하는 ‘빅3’들의 선호도 조사가 줄을 이으면서 마치 17대 대선은 야당후보만으로 ‘엔트리’가 정해진듯한 착각마저 들 정도다. 하지만 불안한 1등, 한나라당의 고민은 파고들면 겹겹이다. 변변한 대선주자 하나 없는 여당덕에 기형적으로 기운 야당 대선후보지지도이듯 ‘대선 1년전 1등이 본선1등으로 이어지지 않는다’는 학습효과도 이미 지난 2002년 대선 이회창 후보에서 입증된 바 있다. 5년간 여론조사 1위를 고수했던 이 후보는 선거일을 불과 한 달여를 앞두고 추월당하기 시작하더니 결국 무릎을 꿇었지 않는가.
한나라 잠룡천하 ‘평정’이 관건
여기에 여자대통령 시대를 예고하며 박근혜 전 대표가 사심없는 대통령을 표방한 지 오래고 이명박 전 시장 역시 연일 지지도를 갱신하며 고공행진중이어서 둘사이 팽팽한 양강구도도 경선이후를 예측치 못하게 하는데. 산넘어 산, 이회창 전 총재마저 정계복귀 수순을 밟는 행보가 이어져 경선에 또다른 관심사로 주목된 상태. 야당에 쏠린 국민여론을 등에 업고 원희룡,고진화 등 당내 소장파는 물론 홍준표,권오을 등 중진의 의원과 김진선 강원지사, 김태호 경남지사 등도 잠룡대열을 노크하고 있어 그야말로 잠룡천하를 실감케 한다.
문제는 이같은 새로운 잠룡들의 수면위 부상이 이어진다 하더라도 결국 박근혜-이명박 양강구도로 굳혀질 경선과 경선 그 이후. 게다가 이 두 후보간 경선은 20년 전인 지난 87년 대선에서 팽팽하게 야당후보 자리를 놓고 맞섰던 YS와 DJ 두 전직대통령의 드라마틱한 부활인 셈인데. 한나라당 참정치운동본부가 내년 대선을 1년 앞둔 지난 19일‘한나라당, 지난 대선에서 왜 패배했나’라는 주제의 공개토론회를 통해 서청원 전 한나라당 대표가“당 대선후보 경선 1위는 당연히 대선후보가 되는 것이고, 2위는 집권하면 초대총리 후보가 된다는 것을 당 차원에서 약속한다면 경선과정에서 과열을 예방할 수 있고 경선 후에도 1, 2위가 러닝 메이트가 될 수 있을 것”임을 분명히 했던건 바로 이같은 학습효과 때문일 듯.
열린우리당 ‘낙동강전선 교두보를 확보하라’
한나라당이 잠룡천하시대를 실감하고 있는 사이 열린우리당은 ‘낙동강 전선 교두보 확보’에 나섰다.
지난 12월19일 열린우리당의 대선승리 4주년 기념식이 열린 이날 전병헌 의원은 “내년 3~4월까지는 전열을 정비해서 ‘낙동강 전선’과 같은 교두보를 확보해야 한다”며 “이때까지 교두보를 마련하지 못한다면 한나라당의 파죽지세에 밀릴 가능성이 높음”을 강하게 시사하고 나섰다.
전 의원은 “내년 6월의 한나라당 경선 일정으로 5~7월은 한나라당이 주도하고 흥행하는 국면이 될 것”이라며 “2월 전당대회에서 통합수임기구 구성과 동시에 국민대통합의 물줄기를 일궈 내어 늦어도 4월까지는 새로운 대안 세력의 틀을 국민에게 제시해야 할 것”임을 공고히 했다.
전 의원의 이같은 낙동강전선 교두보 확보주장은 최근‘얼굴 없는 노 대통령의 스탭’으로도 유명한 안희정씨가 ‘낙동강 전선에서 용이 나온다’는 언급을 한 이후라 더욱 주목됐다. 안씨는 "한강 전선이 아니라 낙동강 전선에서 용이 나올 것”이라며 “역사의 해안가에서 지금 날개 달고 날 채비하는 사람을 국회의원 중심으로 보면 낡은 정치”임을 강조한 바 있다.
어찌됐든 김근태 의장과 정동영 전 의장, 천정배 의원 등으로는 2007년 대선에 역부족이 예견된 가운데 여권내 숨은 잠룡으로 거론되는 정세균 산자와 기업인 출신 전 경남지사로 현정권의 경제조차수로 주목된 김혁규 의원 등이 주목되고 있지만 무엇보다 여권의 강력한 출마권유를 받아온 정운찬 전 서울대 총장마저 정치참여를 공론화 하면서 일단 수세탈출을 꿈꾸는 여당.
‘낙동강 전선’제3후보가 언제 어떤 모습으로 여당 대선주자 ‘빅카드’로 주목될지 가늠하기 어려운 가운데 ‘누굴찍어야 하나’ 고심하는 민심속에서 절치부심 정권탈환을 도모하는 보수세력의 올인, 그 결과가 궁금할 뿐이다.
2007 대선 카렌다
▶4월23일
대통령선거 출마 예비후보자 등록시작
후보등록후 제한된 범위내에서 선거운동 가능
▶8월22일~11월26일-대선후보자 등록마감일
언론기관 대선후보자 초청 대담토론회 가능
▶9월1일~12월18일-선거일 전일
정당 정책방송 연설회 가능
▶9월20일~12월18일
선거방송토론위원회 주관 정책토론회 개최
▶11월25일~26일
대통령 선거후보자 등록
▶11월27일~12월18일
각 대선후보 선거운동 시작
▶12월19일
제17대 대통령선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