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뉴스 송경호 기자] 올해 말 방송 예정인 KBS 드라마 '왕의 얼굴'이 방송 시작 전부터 표절 논란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표절 의혹을 제기한 영화 '관상' 제작사와 KBS가 입장을 달리하며 대립각을 세우고 있다.
영화 '관상' 제작사는 25일 '왕의 얼굴'이 '관상'의 독창적 표현방식을 도용했다며 KBS와 KBS미디어를 상대로 저작권 침해 및 부정경쟁행위금지 가처분신청을 냈다.
"'관상'의 드라마 제작 및 편성을 위해 KBS미디어와 협의를 진행했으나 상호 계약 조건이 합의되지 않아 결렬됐다"며 "그런데 최근 KBS가 편성을 확정한 '왕의 얼굴'은 당시 협상이 결렬됐던 팀이 그대로 제작진으로 편입돼 '관상'만의 독창적인 창작 요소들을 그대로 모방했다"는 주장이다.
그러나 KBS는 "'왕의 얼굴'은 영화 '관상'과는 인물과 시대 배경, 플롯과 갈등 구조, 표현 방식 등이 전혀 다른 드라마"라고 해명했다. "관상학은 영화 '관상' 이전에도 동양 문화권 사람들이 흥미로워하는 소재였고 관련 서적도 많이 나와 있다. 저작권의 보호대상인 구체적인 표현이 아닌 아이디어로 볼 수 있을 것"이라는 설명이다.
KBS의 해명에도 제작사는 28일 "KBS는 가처분 신청 당일 준비했다는 듯이 '인물과 시대 배경 등이 달라 다른 작품이다' '관상이라는 소재에 대해 왜 독점적 소유권을 주장하는가'라며 자신들의 공식 입장을 밝혔다. 이러한 KBS의 주장은 본질을 감추려는 악의적 반문이 아닐 수 없다"고 재반박했다.
실무자까지 거명했다. "2012년 '관상'의 드라마화를 위해 협의하는 과정에서 정해룡 CP가 기획자 역할을 했는데, 정해룡 CP는 현재 드라마 '왕의 얼굴' 기획자다. '왕의 얼굴'의 기획안을 보면, 이 기획의 핵심은 '관상'이라는 점을 밝히고 있다. 기획자의 머릿속에 '관상'이 기획의 핵심으로 자리 잡고 있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KBS가 드라마 '왕의 얼굴' 제작을 강행한다면 '관상'의 드라마 제작 기회는 영영 사라진다. 실제로 '관상' 측은 MBC와 드라마 제작 및 방송에 관한 협의를 하고 있었는데, 최근 KBS의 '왕의 얼굴' 편성 확정 보도가 나간 이후 MBC와의 드라마 제작 협상은 모두 보류된 상태"라고 전했다.
KBS는 제작사의 주장을 '여론몰이'라고 봤다. '드라마 기획안을 KBS 미디어에 전했다', '영화사 관계자와 작가 및 제작사 관계자가 한 자리에서 대면했다', '정해룡 CP가 '관상'의 드라마화를 협의하는 과정에서 기획자 역할을 했다' 등의 주장을 모두 부인했다.
"전혀 사실이 아닌 허위 주장을 유포하면서 KBS의 명예를 심대하게 훼손하고 있다"며 "가처분 신청에 대한 첫 심문이 9월5일로 예정돼 있는만큼 법원의 판단을 신중히 기다려야 할 것이다. 섣부른 판단과 여론몰이는 자제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KBS와 KBS미디어는 허위 주장을 의도적으로 퍼뜨리고 있는 영화사와 대리인에 대해 좌시하지 않을 것이며 엄중하게 법적 대응할 방침"이라고 압박했다.
한편, '관상' 제작사는 영화를 기획하던 2010년 12월부터 원소스 멀티유스 전략으로 소설과 드라마 제작 준비를 동시에 했다. 지난해 9월 영화 개봉일에 맞춰 소설을 출간했고 드라마 제작 및 편성을 위해 KBS미디어를 접촉, 협상했지만 결렬됐다.
이후 '관상' 제작사는 다른 드라마 제작사 및 방송사와 협의했으나 최근 KBS는 드라마 '왕의 얼굴'의 편성을 확정했다.
지난해 9월 개봉한 '관상'은 900만명 이상이 본 흥행 성공작이다. 송강호, 김혜수 등이 출연했고 한재림 감독이 연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