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뉴스 송경호 기자] 2010년 영화 '헬로우 고스트'를 성공으로 이끈 김영탁(38) 감독과 영화배우 차태현(38)이 4년 만에 다시 만났다. 올가을을 따뜻하게 만들 동화 같은 가족영화 '슬로우 비디오'다.
김영탁 감독은 '헬로우 고스트'를 통해 흔한 소재를 비틀어 신선하게 다가가는 재능을 보여줬다. '슬로우 비디오'에서도 가장 눈여겨봐야 하는 건 역시 소재다. 흔히 탁구나 테니스, 배트민턴 선수와 함께 이야기되는 '동체시력', 즉 '움직이는 물체를 보는 능력'을 일상으로 끌어들였다. 주로 스릴러 장르에서 활용하는 CCTV를 가족영화의 장르 안에 품었다.
'슬로우 비디오'는 뛰어난 동체시력을 가진 남자 '여장부'(차태현)가 자신의 특이함 때문에 놀림당하던 어린 시절을 뒤로하고 CCTV 관제센터에서 일하게 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다.
'여장부'는 심하게 뛰어난 동체시력 덕분에 조금만 집중하면 눈앞의 모든 게 마치 슬로비디오처럼 보이는 인물이다. 빠르게 움직이면 어지러움을 느껴 뛰지도 못한다.
김영탁 감독은 조금은 과장돼 보일 수 있는 설정을 영화에 가져온 것에 대해 "느리게 사는 삶을 이야기하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한국 사회는 모든 게 다 빠르다. 나이에 맞춰 뭔가를 해야 한다는 강박도 많다. 그래서 천천히 가도 인생에는 크게 문제가 생기지 않는다는 것을 말하고 싶었다"는 것이다.
느리게 볼 수 있는 '여장부'는 CCTV 관제센터에서 사람들을 관찰하며 세상 밖으로 나오고, 그들과 직접 맞부딪힌다. 주변 사람들의 외로움을 스스로 보듬는 것이다.
김 감독은 왜 하필 CCTV였는지에 대해서도 설명했다. "CCTV는 감시의 주체라는 이미지가 있어서 가족영화에는 잘 쓰이지 않는다. 하지만 CCTV를 통해 감시보다는 누군가 우리를 지켜봐 주고 있다는 느낌을 주고 싶었다"고 짚었다.
감독은 조금은 특별해 보이는 두 가지 소재를 가족영화로 끌어들인 것은 자신의 마이너 감성 때문이라고 털어놓았다. 마이너 감성을 가지고 있지만 "차태현의 연기가 나의 감성을 대중에게 전달하는 매개체가 될 수 있을 것"으로 판단했다.
"차태현씨를 다시 한 번 제 영화에 캐스팅한 이유는 하나입니다. 대중적으로 어필할 수 있다는 거죠. 저의 글이 대중적으로 소통할 수 있는 것이냐는 고민을 했었어요. 주변사람들도 너무 마이너한 감성이라고 지적했습니다. 하지만 차태현이 있다면 대중과 소통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들 수 있을 거라고 봤던 거죠. 제가 생각했던 캐릭터를 태현씨가 정확하게 구현할 때 쾌감을 느껴요."
차태현은 "난 감독이 시키는대로 했다", "난 감독의 노예였다"고 농담하면서도 "촬영 현장이 매우 즐거웠다"고 전했다.
김영탁 감독과 술을 마시다가 엉겁결에 출연을 결정했지만, 시나리오를 읽고 매우 맘에 들었다. 하지만 차태현에게도 어려움이 있었는데, 바로 선글라스를 쓰고 연기하는 것이었다.
'여장부'는 조금이라도 덜 어지러움을 느끼기 위해 어릴 때부터 선글라스를 착용했다.
"연기는 눈빛이 중요한데, 그걸 표현하기 힘드니까 연기가 쉽지 않았다"며 "지금도 관객이 선글라스를 쓰고 연기하는 내 모습을 어떻게 받아들일지 걱정이 된다"고 말했다. "특이하고 희한한 경험이었다."
'슬로우 비디오'에는 차태현을 비롯해 남상미, 오달수, 고창석, 김강현, 진경 등 연기력 좋은 배우들이 대거 참여했다.
차태현은 "좋은 배우들과 행복해질 수 있는 영화를 찍었다"며 "관객 여러분이 우리 영화를 보고 가을을 따뜻하게 보냈으면 한다"고 인사했다.
'슬로우 비디오'는 10월2일 개봉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