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뉴스 한지혜 기자]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금통위)가 24일 기준금리를 연 1.25%로 동결했다.
한은 금통위는 이날 오전 서울 중구 한은 본부에서 금통위 정례회의를 열고 기준금리를 현재의 연 1.25%에서 동결했다. 소비자물가가 3%를 넘는 등 고공행진을 지속하고 있지만, 코로나 19 확진자가 늘어나고 있는 상황에서 세 차례 연속 인상하기에는 부담이 크다.
한은은 코로나19 위기 이후 사상 최저 수준인 연 0.5%까지 낮췄던 기준금리를 지난해 8월과 11월, 올해 1월 세 차례에 걸쳐 각각 0.25%포인트씩 인상해 코로나 위기 이전 수준인 연 1.25%로 올린 바 있다.
이번 금통위는 이주열 한은 총재의 임기내(3월 말) 마지막 금통위다. 한은 금통위가 기준금리를 동결한 것은 코로나19 일일 신규 확진자수가 사상 최대인 17만명을 돌파하는 등 확산세가 꺾이지 않고 있어 금리인상이 자칫 살아나는 경제에 찬물을 끼얹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이미 두 차례 연속으로 기준금리를 인상한 만큼 이번 금통위에서는 기준금리 인상의 파급효과를 점검하는 차원에서 숨고르기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
수출을 중심으로 국내 경제가 회복세를 보이고 있고, 코로나19 4차 대유행으로 부진한 모습을 보였던 경제, 소비 지표도 호조되고 있다.
코로나19 확산과 원자재 가격 상승에도 불구하고 지난달 우리나라 수출은 두 자릿수 상승률을 기록, 역대 1월 중 최고 실적을 기록했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1월 수출은 전년 동월대비 15.2% 증가한 553억2000만 달러로 집계됐다. 1월에 월간 수출액이 500억 달러를 돌파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또 역대 1월 중 최고 실적이다.
민간소비도 증가세를 지속하고 있다. 지난해 4분기 민간소비는 전분기 대비 1.7%, 전년동기 대비 6.3% 증가했다. 소매판매도 전월보다 2%, 전년동월 대비 6.5% 늘었다. 올 1월 국내 카드 승인액은 전년동기 보다 17.5% 늘었고, 백화점 매출액도 31.% 증가세를 이어갔다. 같은 기간 취업자수도 전년 동월대비 113만5000명 늘어난 2695만3000명으로 집계됐다.
한은이 기준금리 인상 목표로 삼았던 가계부채 증가폭은 둔화되고 있다. 한은에 따르면 지난해 4분기 말 금융권 전체 가계대출과 카드사와 백화점 등의 판매신용을 더한 '가계신용' 잔액은 전 분기대비 19조1000억원(1.0%) 늘어난 1862조1000억원으로 집계됐다. 가계빚은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지만 당국의 대출 총량 규제 등으로 증가폭은 3분기(34조9000억원)보다 큰 폭 축소됐다.
코로나19로 인한 대내외 불확실성은 여전한 상황이다. 코로나19 일일 신규 확진자 수는 처음으로 17만명 대를 넘어섰다. 질병관리청 중앙방역대책본부(방대본)에 따르면 23일 0시 기준 코로나19 신규 확진자 수는 17만16명이다.
반면 물가는 여전히 3%대 높은 수준을 지속하고 있어 기준금리 인상 압력으로 작용하고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소비자물가는 지난해 10월 3.2%로 3%대를 넘어선 이후 11월(3.2%), 12월(3.7%), 올해 1월(3.6%) 등으로 올라 4개월 연속 3%대를 기록했다. 지난해 연간 물가 상승률은 2.5%, 근원물가 상승률은 1.8%에 달했다. 이는 한은의 물가안정 목표(2%)를 크게 상회 하는 수준이다. 한은은 글로벌 공급병목 등으로 인해 소비자물가가 상당 기간 3%대를 보일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이번에 기준금리를 올리지 않았지만, 미국 등 주요국의 통화정책 전환이 가속화 되고 있어 연내 추가 인상 가능성은 여전히 높다. 금융시장에 따르면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는 다음달 15~16일(현지시간) 열리는 미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기준금리를 인상하는 것이 확실시 되고 있다.
한은도 추가 기준금리 인상 가능성을 시사해 왔다. 이주열 한은 총재는 지난달 14일 금통위 직후 기자회견에서 "기준금리를 올렸지만 성장·물가 등 실물경제 상황에 비하면 여전히 완화적인 수준"이라며 "기준금리를 한 차례 더 올려 1.5%가 되더라도 긴축으로 볼 수 없다"고 말했다.
한편 이주열 총재는 재임 8년 동안 기준금리를 9차례 인하하고, 5차례 인상했다. 취임 당시 2.50%였던 기준금리를 코로나19 위기로 사상 최저치인 0.50%까지 인하했다가 1.25%까지 끌어올린 상황에서 퇴임을 맞게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