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세기만에 풀리는 중국의 호적 규제
지역별 균등발전 위해 규제 개혁
8월 23일 중국
감수성 어느 현(縣)에서 장거리 버스 한대가 산서성을 들어서다 교통사고가 일어났다. 이 사고로 32명이 사망하고 18명이 부상 당했다.
얼마 후, 이에 대한 보도가 신문지상에 기재되자 많은 농민들은 또 한번 울분을 터뜨렸다.
신문에는 이렇게 씌어 있었다. “규정에 의해, 사고 피해자들 중, 농촌 호적을 가진 사람은 배상금으로 3만위엔을, 거주지가 도시인 사람은
5만위엔을 배상하라.”
도대체 어떻게 된 일일까? 중국의 어떤 규정 때문에 이러한 판결이 떨어졌을까?
뿌리깊은 도·농 불평등
이 일이 있고 난 후, 농민들 중 소수는 인터넷 상에 글을 올리며 논리적이지 못한 이런 규정을 받아들일 수 없다며 분노를 참지 못했다.
뿐만 아니라, 북경과 청도의 대학 수험생들의 합격 기준 점수도 다르다. 문과를 예를 들어, 북경 지역 학생들의 커트라인 점수는 454점이고,
청도 학생들은 580점이다. 이에 학생들도 불만을 호소한다. 사실 농민들 뿐만 아니라, 많은 도시 사람들도 50년대부터 있어온 전통적인
농민들에 대한 불공평한 대우에 대해 의아해 해왔다.
아무리 불공평 하다고 여론에 외쳐봐도 정부의 냉담한 태도속에 이러한 외침은 너무 무력하고 초라해 보인다. 하루가 다르게 발전하고 있는 중국이지만,
아직은 도시 인구보다 농촌 인구의 비율이 훨씬 높은 것 또한 중국이다. 중국 정부가 대도시의 발전을 위해 북경이나 상해, 혹은 심천 같은
대중 도시에 거대한 투자를 하고 있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농촌 지역에 대한 관심은 낮아지고 있다. 지구촌의 외국 자본 또한 이런 중국의
방침에 맞춰 대도시에 투자를 시도하고 있는 건 당연하다. 이러한 현상은 중국 빈부의 격차를 늘리는 데 한 몫을 하고 있는 셈이다.
엄격한 호적 관리
북경에는 정말 북경인이 아닌 소위 ‘외지인’(지방 사람)이 많다. 이들은 고향을 떠나 수도인 북경에 들어와 일을 하거나 학교를 다니는 외지인이다.
이러한 북경의 외지인들의 사정은 서울 사람들과 비슷하다. 서울도 토박이들 보다 다른 지방에서 올라와 자리를 잡은 인구가 더 많기로 유명하다.
북경의 상황도 크게 다를 바가 없는데, 우리와 다른 점은 호적에 대한 엄격한 중국 정부의 관리이다.
호적 관리에 대한 엄격한 규제라는 것은, 농민들의 자유로운 이동을 막기 위해 중국 정부가 법적으로 관리한다는 뜻이다. 중국 땅을 밟기 전까지는
호적이란 단어에 별다른 관심이 없었던 필자는 새삼 중국인들에게 호적의 중요성이 얼마나 큰 지 깨닫게 되었다.
중국인들은 어떤 호적을, 즉 어디에서 태어나느냐에 따라 심하게는 학교에 진학을 할 수 있느냐가 결정되기까지 한다.
우리 나라에서 학교의 전학은 당연히 자유로운 현상이다. 그러나 중국은 다르다.
초·중·고등학교를 옮긴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1958년 1월 9일 전국인민대표대회당무위원회는 제 91차 회의에서 ‘중화인민공화국호적신고규정’을
통과시켰는데, 이때부터 농촌 호적과 도시 호적의 엄격한 구분을 지어 다루기 시작했다. 소위 농촌 호적을 가진 농민들이 도시로 들어가지 못하게
하는 것이다. 뿐만 아니라, 토지와 공공 복리제도에도 같은 법이 적용되어 중국의 농민들은 철저한 차별을 받게 되었다. 이러한 법적 규제
때문에, 방금과 같이 학교를 전학할 수도 없는 것이다. 만약 외지에서 올라와 일을 하는 사람이 있다면, 그는 마치 외국인이 타국에서 비자를
연장하듯이 북경의 체류기간을 연장하며 일정한 돈을 지불해야 한다.
어마어마한 인구수가 통제의 원인
1979년 개혁 개방 정책이 실시된 후, 사회주의 시장경제의 진행 과정 중, 중국 국민들의 경제력 또한 빠르게 성장했다. 도시의 건설과
그에 따른 환경에 대한 중요성의 관심 또한 높아져 나날이 새로운 변화가 생겨갔다. 그러나, 호적관리제도에는 근본적인 개혁이 단행되지 않아
농민들의 차별적 대우는 변함이 없었다.
그렇다면 중국의 이러한
호적제도의 목적은 무엇일까? 그 관리의 목적은 크게 3가지로 구분된다. 첫번째는 중국의 인구 관리를 위해서다. 13억의 인구대국으로서,
중국 정부의 번뇌는 얼마나 큰 것인지, 중국인들 조차도 인구문제에 관해선 늘 고개를 내젓는다. 두 번째는 사회안전관리 때문이다. 어마어마한
인구의 안전관리를 명확한 호적을 갖고 구분하겠다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호적 이전에 대한 행정적 규제를 강화하기 위해서다.
그러나 도시로 유동하는 인구들이 점점 불어, 이제는 도시를 움직이는 구성원이나 도시를 발전시켜주는 자원적 원동력 또한 외지인이라는 것을
무시해서는 안될 때이다. 실제로 중국은 해외 자본만큼이나 중국의 개인 자본의 투자 또한 무시 못할 정도로 규모가 엄청나다. 예를 들면 북경의
만리장성으로 가는 고속도로 역시 홍콩 사람들이 건설하였으며, 북경 왕푸징의 거대한 동방 빌딩 또한 홍콩의 한 개인 사업가가 지은 것이다.
물론 앞의 예는 특별할 수 있지만, 그 규모가 크건 작건 간에 투자의 중요성은 중국 정부의 입장에서도 아주 바람직한 현상이다. 그러니,
외지인이라고 해서 관리를 엄격히 하거나 부당한 대우를 하는 것은 중국 발전의 장애가 되기 충분하다.
10월1일부터 규제 풀려
바로 이 문제를 2001년 3월 30일, 국무원에서는 소도시(小都市) 호적관리 개혁의 의견을 추진하자는 문서로 공안부에 전달했다. 10월
1일을 시작으로 중국 정부는 소도시 호적 관리 제도 개혁을 전면적으로 실행할 것임을 결정했다. 몇 십년 동안 꽉 매여져 있는 나사가 하루
아침에 갑자기 풀려진다니, 중국인들도 믿을 수 없다는 반응이다.
중국 정부가 이번에 시작하는 호적 개혁안 내용은 조금 전 필자가 언급한 3가지 호적관리의 목적 중 마지막 부분인 ‘인구 이동의 행정적 규제’를
수정하는 것이다. 그러나 북경 호적을 얻기 위해서는 일종의 조건이 있다. 북경의 투자자나 사업가는 말할 필요 없이, 일반인들 중에도 경제적
능력이 있는, 즉 소위 사립학교에 진학할 수 있을 정도, 혹은 저명한 교수를 가정교사로 쓸 수 있다면 북경 호적을 따내는 건 어렵지 않다.
이런 사람들은 3년동안 세금 300만위엔을 납부하면 북경 호적을 따낼 수 있다. 북경 교외에 투자하는 지방 기업들은 매년 40만위엔씩 3년동안
150만위엔의 세금을 납부하거나, 회사직원들 중 북경 본토 사람이 직원수의 60%이상일 경우에도 조건에 부합될 수 있다.
발전의 평행 위해 호적 개혁
북경 정부가 이렇게 호적개혁을 생각한 것은, 발전의 평행 때문이다. 이전처럼 외지인에게 북경 호적을 허락하면 전기, 수도 등의 자원 부족과
한 도시에 인구가 집중되어 생기게 될 일종의 ‘사회병’으로 인식 되었기 때문에 북경 호적을 쉽게 허락할 수 없었던 것이다. 그러나 현재
중국 빈부의 차가 커지는 상황 속에서 지방 투자가들이나 기업들에게 북경호적을 개방해야만 기타 소형 도시들이 중국 경제 발전의 흐름에 따라
맞출 수 있다는 판단이 선 것이다.
왜냐하면 투자가 성공하게 되면, 자신의 본 고향으로 다시 돌아가 투자를 하기 때문이다.
한가지 아쉬운 점은, 북경 호적의 개방이 이러한 투자가들에게만 반가운 소식이라는 것이다. 일반 서민들에게는 그림의 떡과도 같기에 아직은
완전한 개방이라고 말할 수 없다. 이러한 호적 개혁이 전반적으로 실시 되기에는 아직 많은 시간을 필요로 할 것 같다. 앞으로 중국의 발전도는
호적개혁의 정도에 따라 예측할 수도 있을 듯 하다.
E-mail:cloudia00@lycos.co.kr
조동은 <북경어언문화대학 이중언어학과 3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