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사뉴스 홍경의 기자] 이재명 정부가 2026년 예산안을 728조 원 규모로 확정하면서 사상 첫 700조 원대 ‘슈퍼예산’이 편성되었다. 올해 본예산보다 약 55조 원 증가한 역대 최대 증액으로 인공지능(AI)·첨단산업·균형발전·사회안전망 강화에 재정을 집중 투입한다. 하지만, 불어나는 국가채무 급증에 대한 우려와 부작용에 대해 고민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초혁신경제 분야 AI·R&D에 ‘집중투자’
이재명 정부가 ‘확장재정’에 드라이브를 걸었다. 지난 8월 29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에서 이재명 대통령 주재로 국무회의를 열어 의결한 ‘회복과 성장을 위한 2026년 예산안’에 따르면 2026년 예산상 총지출 규모는 올해보다 54조 7,000억원(8.1%) 증액된 728조 원이다.
내년 예산이 54조 원 이상 대폭 증액되면서 국정 대부분 분야에서 지출 규모가 확대된다. 특히, 경제 성장을 위한 산업과 연구개발(R&D) 분야에 대한 투자가 크게 늘었다.
역대 최초로 본예산 규모가 700조 원을 넘었을 뿐 아니라 증가율도 2022년(8.9%) 이후 가장 높은 수치를 나타냈다. 총수입 예산은 올해보다 22조 6,000억 원(3.5%) 증가한 674조 2,000억 원으로 인공지능(AI) 등 첨단산업과 지역 발전, 취약 계층 지원 등에 집중적으로 투자해 우리 경제의 성장 기반을 다진다는 계획이다.
정부는 내년 예산의 중점 투자 방향으로 ▲기술이 주도하는 초혁신경제 ▲모두의 성장, 기본이 튼튼한 사회 ▲국민 안전, 국익 중심의 외교·안보 등 3대 비전을 제시했다.
초혁신경제 분야에 대한 투자는 올해 51조 원에서 내년 72조원으로 41% 확대한다. 이와 함께 정부는 미래 성장 동력을 선점하기 위한 공격적인 투자에 나선다. 특히, R&D 예산은 역대 최대인 35조 3,000억 원(19.3%)로 확대한다.
지난 8월 28일 유병서 기획재정부 예산실장은‘회복과 성장을 위한 2026년 예산안’ 상세브리핑에서 “AI 대전환 등은 대한민국의 미래가 걸려 있는 문제”라며, “지금 씨앗을 뿌려놓지 않으면 5년, 10년 뒤 선순환 구조를 확립하지 못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5년간의 채무, 그것만을 관리하기 위해서 지금 해야 될 일이 있는데 거기에 투자를 안 하는 건 직무유기”라고 강조했다.

국민 안전과 국익 중심의 외교·안보
‘모두의 성장’ 항목 예산은 175조 원으로 21.5% 증가했다. 아동·청년·어르신 등 세대별 맞춤형 지원 방안도 마련했다. 취약계층을 위한 사회안전매트도 촘촘히 구축한다. 국민 안전과 국익 중심의 외교·안보에는 5조 원 증액한 30조 원의 재원을 배분했다.
외교 분야에서는 이전 정부에서 급격히 늘어났던 공적개발원조(ODA) 지출을 6조 6,000억 원에서 5조 4,000억 원으로 축소하기로 했다. 사업 성과를 점검해 국익과 연계한 ODA로 개편한다는 계획이다.
남북 간 민생·경제 협력을 위해 남북협력기금은 8,000억 원에서 1조 원으로 증액한다. 북한이탈주민 심리안정센터 확충, 사회적 통일대화기구 운영 등도 포함됐다.
정부는 핵심 과제에 집중 투자하기 위해서 성과가 부진한 사업을 과감하게 구조조정하고 경상비와 의무지출 절감도 병행했고, 올해 예산 안에서는 역대 최대 규모인 27조 원의 지출을 구조 조정했다고 설명한다.
주원 현대경제연구원 연구실장은 이런 투자 방향성에 대해 “지금 현재 AI 같은 신산업에 대한 투자를 놓치면 결국 우리나라에 큰 경제 위기가 닥칠 수도 있기 때문에 전체적인 방향성에는 동감한다”며, “이번 재정이 경기의 마중물 역할을 한다는 그런 방향성, AI 등 신산업을 적극 육성한다는 그런 정책 기조에는 동감한다”고 입장을 밝혔다.

지출 확대에 ‘재정적자·국가채무’ 증가
정부가 확장 재정으로 방향을 잡으면서 재정 건전성 악화는 불가피할 전망이다. 과감한 투자로 인해 나랏빚 급증 등 재정건전성을 해칠 수 있다는 부작용에 대해서는 큰 우려가 남는다고 입을 모았다.
총수입 예산은 올해보다 22조 6,000억 원(3.5%) 증가한 674조 2,000억 원이다. 수입에 비해 지출이 큰 폭으로 늘면서 오는 2026년 관리재정수지 적자 규모는 국내총생산(GDP)의 4.0%에 달하는 111조 6,000억 원까지 확대될 전망이다.
국가채무는 오는 2026년 1,415조 2,000억 원으로 GDP 대비 51.6% 까지 상승한다. 오는 2027년 1,532조 5,000억 원, 2028년 1,664조 3,000억 원, 2029년 1,788조 9,000억 원을 기록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정부는 “한국경제의 기초 체력이 크게 떨어져 있는 상황에서 ‘균형 재정’을 고집할 경우 성장을 회복할 수 있는 기회를 놓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정부의 ‘확장 재정’ 정책이 성장을 견인하고, 다시 세수 확대로 이뤄지는 선순환 구조를 회복해야 한다는 것이 정부의 입장이다.
지난 8월 28일 내년 예산안 브리핑에서 구윤철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새 정부 출범 이후 신속한 추경 예산 편성과 소비심리 개선이 맞물리면서 그간 지속된 경기 부진 흐름이 최근 반전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며, “어렵게 되살린 회복의 불씨를 성장의 불꽃으로 확산시키기 위해서는 재정이 마중물 역할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한, 구윤철 부총리는 “지난 정부의 감세 정책과 경기 둔화로 100조 원 수준의 세수가 결손되는 등 세수 기반이 크게 약화됐다”며, “이런 국면을 타개하기 위해서는 단순히 확장적 재정 운용이 아닌 성과가 나는 부분에 제대로 쓰는 전략적 재정 운용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