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새로운 유행물결 한.일 문화

2001.01.02 00:01:01

중국의 새로운 유행물결


젊은층 한·일문화 무조건 흡수에 대책없이 고심하는 기성세대


얼마전, 필자는 고등학생인 한 중국친구의 초대에 의해, 그의 집에갔다. 여고생인 친구는 H.O.T에 너무나 열광하고 있었다. 내가 한국사람이란
이유만으로 그녀뿐 아니라 남자친구마저도 나에게 아주 깍듯이 대해줬다.


어느날 필자는 치과에 갔다. 애띤 한 여자애가 혹시 한국사람이냐고 내게 물었다. 그때 같이 앉아 있던 인도네시아(화교)친구한테 무한할
정도로 한국인인 필자를 만나 너무 좋다고 했다. 필자는 그때까지도 한국의 HOT가 중국에서 그 정도 인기가 있으리라고는 생각을 하지 못했을
때였다.


안재욱,김희선,H·O·T에 열광하는 대륙의 아이들


중국,
이 대륙에서 거세게 불어오는 한·일문화가 현재 중국 청소년들의 마음을 들뜨게 하고 있다.


한국 드라마 <사랑이 뭐길래>가 방송될 당시, 중국은 이래없는 시청률을 기록했다. 더불어 드라마에 등장하는 최민수, 하희라를
모르는 중국인이 없다. 이어 ‘별은 내 가슴에’가 방영되자 탈랜트 안재욱의 인기가 시작 되었다. 남녀노소를 막론하고, 중국인들 사이에서
안재욱과 김희선을 모르면 간첩이라 할 정도로, 이 두 한국스타의 인기는 하늘을 찌르고 있다. 특히 김희선이 홍콩의 여명과 스캔들이 난 이후로
그 유명세는 더해졌다.


한국 청소년들 사이에도 인기높은 H.O.T는 누가 뭐라해도 현재 중국청소년들의 우상이다. H.O.T로 인해, 중국 청소년들은 힙합(HIPHOP)과
머리염색에 눈을 뜨기 시작했으며, 그 선호도 또한 상상을 초월한다. 거리마다 지나다니는 아이들중, H.O.T 멤버의 캐릭터가 그려진 티셔츠를
입고 다니는 청소년을 흔히 본다. 또 저녁 7시마다 중국 FM에서 방송되는 ‘서울 음악실’이란 한국음악 전문 프로그램에서는 현재 한국에서
유행하고 있는 음악을 들으며 가슴 설래여 한다.


베이징의 西單(서단)은 서울의 명동과 같은 곳으로, 많은 청소년들이 가방 또는 신발이나 옷 등을 쇼핑 하는 곳이다. 그 중심가에는 한국옷만을
전문으로 파는 ‘한국성(韓國城)’이란 곳이 있는데, 보통 한국에서 직수입한 것이라 ,이곳 중국의 학생들이 구입하기엔 약간의 어려움이 따른다.
더군다나 수입품이라고 하여 원래가격에 두배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곳 중국학생들은 돈이 있을때마다 구입한다.


며칠전, T.V의 한 프로그램에서는 한국의 H.O.T를 너무 좋아하여, 부모님한테서 용돈을 받으면 즉시 인민폐 400원(우리돈50000원)이나
하는 옷을 구입한다고 하여, 문제로 삼은 적이 있었다. 그날 T.V에 출연했던 아이들은 마치 서울한복판의 돌아다니는 한국학생들 같았다.
노란머리, 힙합바지등을 입고 말하길 부모님은 자신의 행동에 관하여 별로 좋아하시지 않지만, 자신들은 아무렇지도 않다고 하였다. 방청객에
앉아있던 어떤 학부모는, 만약 자신의 자녀가 저러고 다니면 절대 문밖에도 못나가게 할 것이라며, 혀를 끌끌 차기도 했다.


한국과 일본을 통해 흡수하는 중국 대중문화


중국인들 사이에 한·일문화가 쉽게 자리잡은 그 원인은 아주 간단하다. 중국인들은 여가시간에 T.V를 가장 많이 시청하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중국언론이 지난주 보도했다. 링덴 언론기관이 최근 베이징, 상하이, 광주등 중국 10개 도시의 5천 5백 8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결과를
인용해 이 같이 보도하고, 두번째로는 마작으로 밝혀졌다.


중국인들은 특히 드라마류를 많이 시청하는데, 중국 대부분의 드라마는 사극이다. 청나라와 명나라를 주 배경으로 하며, 이야기는 대부분이
사랑과 야망을 닮은, 어떻게 보면 너무 부담스럽고, 주제도 한정되어 있어 다양하지 못한게 특징이다. 그런 반면에 현대물은 부족하고 질적인
면에서도 많이 떨어진다. 특히 너무나 황당무개한 사건이 발생하여 결말도 대충 끝맺어 볼만한 드라마가 거의 없다.


그에 반해, 한국과 일본의 현대 드라마는 치밀한 구성과 출연하는 주인공들마다 화려하고 개성이 강하니, 좋아하게 되는 것은 너무나 당연한
이치다.


참고로 중국배우들이 T.V에 출연할 때 입는 의상들은 평범하다 못해 아주 검소하다. 실제로 언젠가 필자의 은사님은, 자신이 안재욱의 팬임을
자청하며, 한국드라마 속 배우들은 어쩜 그렇게 예쁘고 멋있냐고 물었다. 이 물음에 필자는 이미 화려하고 예쁜 배우들을 보는데 습관이 되어
있었기에 뭐라 대답할 길이 없었다.


그들은 또 일본 배우들의 아기자기하고 드라마속 고풍스러운 레스토랑을 보면 환상적이라고 말한다. 우리가 미국이나 유럽영화속 풍경을 보며,
그 여행을 꿈꾸는 것과 다름없는 현상이다. 또 한국이나 일본사람 모두 누런 얼굴색과 까만머리를 가진 사람들이니 더 관심있게 볼 수 밖에
없지 않은가.


과거 지향적인 중국인들이 바라본 국제사회


그러나,
중국 시청자들이 한·일의 대중문화에 열광하는 것에 비해 한쪽에서는 이러한 현상에 대해 우려의 목소리가 더 크다.이처럼 거세게 밀려드는 한일문화에
대해 좋게만 받아들일리 없다.


그들이 걱정하고 있는 것은, 중국청소년들이 중국전통문화를 가볍게 여기지 않을까하는 우려다. 우선 중국인들의 자부심은 우리가 생각하는 그
이상이다. 우리나라가 현재 중국보다 경제나 다방면에서 우수하다고 하지만, 그것을 인정하는 중국인들이 몇이나 될까?


먼저 350년전으로 거슬러 올라가 한국은 자신들의 한자를 빌려 문자로 사용한, 종주국이었을 뿐이라고 인식한다. 한국 박물관에 가면 그걸
증명해주고 있다면서, 자신들의 문화에 대해 아주 큰 자부심을 느끼고 있다.


일본에 관해서 이야기할때도, 일본어가 어디서 왔는가를 제일먼저 따진다. 예전 필자의 서예를 봐준 한 대학생은, 어느날 갑자기 일본문자가
어떻게 만들어졌는지 아냐고 물었다. 당연히 그 대답은 누구나 알고 있지 않냐고 반문하자, 아주 만족스러워 하는 웃음띤 얼굴을 하고 있는
것이다. 그후, 필자는 서서히 느낄 수 있었다. 중국이 한때 세상의 중심이었다는 사실에 대해, 중국인들이 아직까지도 얼마나 긍지를 느끼며,
나쁘게는 거기서 헤어나오지 못하고 있는지 말이다.


대체로 한국문화에 대해서는 큰 반응이 없다. 그러나 일본문화에 관해서 이야기하려니 문제가 달라진다.


우선적으로 중국사회에서 일본을 떠올릴 때, 가장 먼저 생각게 하는 것은 다름아닌 ‘남경대학살’(일본인군인 두 명이 중국인을 상대로 살인게임을
벌인 사건)이다.


우리나라 역시 일본을 연상할 때 떠올리는 것은 36년간 통치역사일 것이다. 전반적으로 현재 자라나는 청소년들은 일본에 대해 큰 반감이
없지만, 어른들 앞에서 일본의 노래나 스타가 좋다고 말하기엔 아직 뭔가 죄짓는 느낌이다.


중국 언론이나 매체에서 걱정하고 있는 부분은 바로 일본에 대해 제대로 연구해본 적이 없다는 것이다. 그들은 일본의 진정한 문화를 이해하지
못한다.


청나라말, 청·일 전쟁이 일어났을 때, 중국 지식인들은 일본이 그렇게 강할지 전혀 예상치 못했다고 말했다. 일본이 어떻게 그 짧은 시간내에
강해질 수 있었는지, 꿈에도 생각하지 못한 일이라니 그 상황이 어느정도인지 짐작이 간다.


지금 중국이 고민하는 것도 바로 이와 비슷한 맥락이다.


상대방의 문화를 완전히 이해할만한 능력도 없는 상태에서, 그 나라의 문화를 받아들인다는 것은 두려움이 될 수 있다. 이 수많은 중국인들이
일본의 진정한 문화, 그 문화의 좋고 나쁜점을 완벽히 이해하기엔 평균적인 중국인의 지식이 너무 짧다.


특히 젊은이들은 맹목적으로 좋아하기 때문에, 그 문제의 심각성은 더 언급할 필요가 없다. 필자의 여고생 친구는 그 날 내게 ”내가 한국인이라면
얼마나 좋을까? H.O.T 오빠들이 하는 말도 다 알아들을 수 있잖아.” 라는 이야기까지 서슴없이 해서 필자를 놀라게 했다.


이왕 중국인들이 한·일 문화를 받아들이돼 이런 작은 위험성에 대해 한번쯤 생각해봐야 한다. 중국은 우리처럼 완전한 민주주의 국가가 아닐뿐더러,
그렇다고 과거에 우리나라처럼 일본문화 개방을 공식적으로 반대한적도 없으니, 그들의 고민하는건 어쩜 당연한 것일지도 모른다. 이 글을 읽는
독자들도 일본문화를 좋아하기전에 이 점을 생각하길 바란다.


필자도 이 곳에서 방영하는 일본드라마를 보며, 우리나라 방송가에서 어느정도 모방했는지 단번에 느낄 수 있었다. 어떤 드라마는 그 전에
방영한 드라마 내용과 완전히 똑같아서 일본친구들한테 굉장히 창피했던 적도 있다.


중국의 걱정하는 모습은 현재 우리의 모습과 같다. 일본문화를 좋아한다면, 그 일본문화를 연구하는 자세가 필요할 것이다.




조동은 (북경어언문화대학 이중언어학과 2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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