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백세】 AI 주치의 시대

2026.03.09 16:05:22

24시간 몸 상태 진단…질병 예측 모델 개발과 적용 성큼

[시사뉴스 정춘옥 기자] 질병을 예측하거나 진단하는 인공지능(AI) 모델의 개발과 적용이 가속화되고 있다. 수면 기록만으로 건강 이상 징후를 포착하거나 간단한 말하기 검사로 치매를 진단하는 등이다.

 

6만 5,000명의 데이터 60만 시간을 학습

 

미국의 한 연구팀이 발표한 질병예측 인공지능(AI) 모델은 수면 기록만으로 100개 이상의 질병 발생 위험을 추정할 수 있다. 에마뉘엘 미뇨(Mignot), 제임스 주(Zou) 교수 등 스탠퍼드 의대 연구팀이 개발한 ‘슬립FM(Sleep Foundation Model)’은 6만 5,000명의 수면 데이터 60만 시간을 학습시켰다.

 

먼저, 58만 5,000시간 분량의 방대한 ‘수면 검사(수면다원검사·Polysomnography)’ 기록을 5초 단위로 나눠 AI에게 입력했다. 여기에는 뇌 활동, 호흡 패턴, 안구 움직임 등 다양한 생리 신호가 정밀하게 들어있다.

 

연구진은 일명 ‘하나 빼기(Leave-one-out) 학습법’으로 뇌파, 심장 박동 등 여러 생리 신호를 통합해 이들 간 상호작용을 학습하는 추가 훈련을 시켰다. 이는 특정 신호 하나를 가린 뒤 나머지 신호만으로 가려진 신호를 추론하는 방식이다. 이러한 훈련을 통해 AI는 뇌파, 심전도, 근육 활동이 상호 연관성을 학습하고, 건강 이상 징후를 포착할 수 있게 됐다.

 

연구진은 AI 학습을 위해 스탠퍼드 수면 의학 센터가 약 25년간 축적한 질병 추적 관찰 기록까지 함께 입력했다. 해당 모델은 130여 개의 질병을 수면 데이터를 바탕으로 예측할 수 있게 됐다. 특히, 사람들의 위험도를 얼마나 정확히 순위화하는지 나타내는 지표인 ‘C-지수’로 판단했을 때, 파킨슨병(0.89), 치매(0.85), 고혈압성 심장질환(0.84), 심근경색(0.81), 전립선암(0.89), 유방암(0.87), 사망 위험(0.84)을 정확하게 예측했다. 연구진은 추후 ‘슬립FM’에 웨어러블 기기 등으로 얻은 각종 건강 데이터를 추가 입력해, 해석할 수 있는 생리 신호의 범위를 확장할 예정이다.

 

AI가 간단한 말하기 분석만으로 치매를 진단하기도 한다. 의료AI 기업 에이블테라퓨틱스는 자사의 음성데이터 AI 분석 기반 치매 진단 소프트웨어 ‘스픽(Spick)’이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의료기기로 정식 승인됐다고 지난달 26일 밝혔다.

 

전 세계적으로 가장 널리 사용되는 선별 도구인 MMSE는 경도인지장애 민감도가 45~60% 수준으로 알려졌다. 민감도는 실제 환자들 중 검사 결과가 양성으로 나온 비율로, 실제 환자를 놓치지 않고 얼마나 잘 선별하는가를 의미한다. 이는 경도인지장애 환자의 절반 가량을 놓칠 수 있다는 의미다. 또한, 전문 인력이 검사와 판독을 수행해야 하는 구조적 한계로 인해 고령층과 의료취약계층의 검사 접근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되고 있다.

 

‘스픽’은 이러한 한계를 보완하기 위해 개발된 국내 최초의 음성데이터 AI 분석 기반 치매 진단 소프트웨어 의료기기다. 태블릿이나 스마트폰을 통해 10여 분간 말하기 과제를 수행하면, AI가 음성 데이터를 분석해 경도인지장애와 알츠하이머병 등 인지장애 여부와 정도를 수치화해 제공한다.

 

이러한 자동 분석 기능을 통해 의료진의 판독 부담을 줄이고 진료 효율성을 높일 수 있다. 2024년 5월부터 지난해 1월까지 정상·경도인지장애·알츠하이머병으로 구성된 399명을 대상으로 식약처 확증임상시험을 실시한 결과 ‘스픽’은 경도인지장애민감도 79.6%, 인지장애 민감도 85.7%를 기록했다.

 

 

프랭크 징후 자동으로 탐지

 

프랭크 징후(Frank’s sign)는 한쪽 또는 양쪽 귓불에 약 45도 각도로 깊게 파인 사선형 주름으로, 1973년 미국 의사 샌더스 프랭크가 협심증 환자에서 자주 관찰된다는 사실을 처음 보고하면서 알려졌다.

 

과거에는 단순 노화 현상으로 여겨졌으나, 최근에는 심근경색, 뇌졸중, 혈관성 치매 등 심뇌혈관질환과의 연관성이 제기되며 전신 혈관 상태를 가늠하는 보조적 지표로 주목받고 있다.

 

하지만, 혈관성 질환 환자에서 프랭크 징후가 빈번하게 나타난다는 상관관계만 확인됐을 뿐, 뚜렷한 인과관계나 발생 기전은 아직 증명되지 않았다. 더욱이 프랭크 징후를 식별하는 표준화된 방법이 없고 연구자마다 평가 기준이 제각각이라 동일한 환자라도 평가자에 따라 결과가 달라질 수 있다는 문제가 있었다.

 

분당서울대병원에 따르면 정신건강의학과 김기웅 교수팀은 세계 최초로 3D 뇌 MRI(자기공명영상)에서 프랭크 징후를 자동으로 탐지하는 AI 모델을 개발하고, 프랭크 징후와 유전성 뇌소혈관 손상 정도 간 연관성을 규명한 연구 결과를 연이어 발표했다.

 

그간 프랭크 징후 구별 시 연구자가 실제 귀나 2차원 사진을 육안으로 관찰하는 방식에 의존해 주관적 요소가 개입될 수밖에 없었다. 이를 해결하고자 김기웅 교수팀은 3D 뇌 MRI에 양쪽 귓불을 포함한 얼굴이 함께 촬영된다는 점에 착안, 뇌 MRI에서 추출한 3차원 얼굴 이미지를 활용해 프랭크 징후를 자동으로 탐지하는 AI 모델을 개발했다. 분당서울대병원에서 수집한 400건의 뇌 MRI를 바탕으로 전문가가 수동으로 구분하고 표시한 프랭크 징후를 AI에 학습시켰다.

 

이후 학습에 사용하지 않은 별도의 분당서울대병원 데이터셋(총 600건)으로 1차 검증, 충남대병원·강원대병원·세브란스병원 다기관 데이터셋(총 460건)으로 2차 검증을 진행해 AI 모델이 다양한 임상 현장에서 안정적으로 작동할 수 있음이 입증됐다.

 

김기웅 교수팀은 앞선 연구에서 개발한 AI 모델을 활용해 유전자 돌연변이로 생기는 뇌소혈관질환인 카다실(CADASIL)에서 프랭크 징후가 혈관 손상 정도와 밀접한 연관성이 있음을 규명했다. 기존 연구들은 노화, 고혈압 등 여러 위험인자가 복합적으로 작용하는 일반 혈관성 질환을 다뤄 ‘혈관성 질환 환자에서 프랭크 징후가 흔하다’는 연관성을 밝히는 데 그쳤으며, 프랭크 징후가 실제 혈관 손상 정도를 반영하는지는 확인하지 못했다.

 

이에 연구팀은 뇌소혈관질환 중 발병 원인이 단일 유전자 변이로 비교적 명확한 카다실 환자를 대상으로 프랭크 징후와 뇌백질변성(WMH) 사이의 연관성을 분석했다. 카다실은 뇌 중심부를 둘러싼 부위가 손상돼 하얗게 변하는 뇌백질변성이 특징적으로 나타나며, 손상이 누적돼 부피가 클수록 뇌졸중 및 치매 위험이 증가한다.

 

유전자 검사로 확진된 카다실 환자(81명)와 연령·성별을 일치시킨 일반인(54명)에 대해 자체 개발한 AI 모델로 식별한 프랭크 징후 위험을 대조하고, 더 나아가 카다실 환자군 내에서 프랭크 징후와 뇌백질변성 부피 간 상관관계를 살폈다.

 

분석 결과, 카다실 환자군의 프랭크 징후 발생률은 66.7%로 일반인(42.6%)보다 유의하게 높았으며, 연령 등 다른 요인을 통제한 뒤에도 카다실 환자는 일반인에 비해 프랭크 징후가 있을 확률이 4.2배로 확인됐다.

 

또, 카다실 환자 중 프랭크 징후가 있는 그룹은 없는 그룹 대비 뇌백질변성 부피가 약 1.7배 컸다. 주목할 부분은 카다실 환자군을 뇌백질변성 부피에 따라 하위, 중위, 상위 세 그룹으로 나눴을 때, 프랭크 징후 발생률이 37.0%, 66.7%, 74.1%로 비례적으로 증가했다는 점이다. 이는 프랭크 징후가 카다실의 중증도와 관련이 깊음을 뒷받침하는 증거가 된다.

정춘옥 sisa-news@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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