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뉴스 김기철 기자] 손흥민(23·토트넘)과 이정협(24·부산). 모두 슈틸리케호에서 빼놓을 수 없는 이름들이다. 손흥민은 독일을 거쳐 잉글랜드로 진출한 현 한국 축구 최고의 스타이고 이정협은 울리 슈틸리케 감독이 직접 발굴해 주전 원톱으로 키워낸 경우다.
나란히 부상에서 회복 중인 두 선수이지만 손흥민은 대표팀에 부름을 받았고 이정협은 명단에서 제외됐다. 여기에는 내년 3월을 시선에 둔 슈틸리케 감독의 계산이 깔려 있다.
슈틸리케 감독은 2일 오전 서울 종로구 신문로 대한축구협회 회의실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2018 러시아월드컵 아시아지역 2차예선 2연전에 나설 소집 명단을 발표했다.
가장 눈에 띄는 이름은 손흥민이다. 대표팀 단골손님인 손흥민에게는 어울리지 않는 말이지만 '깜짝 발탁'에 가깝다.
올 여름 프리미어리그 토트넘 핫스퍼로 이적한 손흥민은 지난 27일 맨체스터 시티와의 프리미어리그 경기 중 좌측 족저근막 부상을 당해 한 달 넘게 개점휴업 중이다. 이런 이유로 대표팀 복귀는 시기상조라는 평가가 지배적이었다.
하지만 슈틸리케 감독은 손흥민을 불러들이기로 결정했다. 그는 "손흥민이 팀 훈련에 정상적으로 복귀했다는 소식을 들었다. 주중에 있는 유로파리그에서 출전 기회를 부여받을 수 있을 것이라는 이야기가 있어 명단에 포함했다"고 전했다.
이정협은 지난 8월 안면 골절로 수술대에 올랐다. 부상 정도는 손흥민보다 심하지만 회복은 오히려 빠르다. 지난달 24일에는 대전 시티즌과의 경기에 선발로 나서 62분 간 그라운드를 누볐다. 그러나 이번 명단에서는 빠졌다.
슈틸리케 감독은 "이정협의 복귀 시점이 예상보다 빨라 놀라웠다"면서 "이번 제외는 좀 더 몸상태를 끌어올리도록 회복 시간을 주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동안 부상 중인 선수를 과감히 제외해 왔던 슈틸리케 감독의 선발 기준에 비춰 볼 때 두 선수 모두 대표팀 합류는 아직 이른 편에 가깝다. 이미 복귀전을 치른 이정협을 제외하고 뛰지도 못하는 손흥민을 선택한 것은 더욱 의아한 대목이다.
슈틸리케 감독은 손흥민의 합류를 내년 3월과 연관시켰다. 그때 한국은 안방에서 레바논을 만난다. 상황에 따라서는 평가전이 잡힐 수도 있다.
3월에는 유럽리그가 막판 순위 싸움으로 한창인 시기다. 선수들의 컨디션이 최상에 가깝다. 반면 K리그는 3월에 시즌이 시작된다. 선수들의 감각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슈틸리케 감독은 "손흥민 뿐 아니라 최근 많이 뛰지 못하는 이청용까지 포함한 이유는 내년 3월 레바논과 월드컵 예선을 치러야 하기 때문"이라면서 "유럽 선수들은 한창 시즌 중이라 경기 감각이 유지될 시기다. (손흥민이)지금 당장 우리에게 100% 도움을 주지 못하더라도 내년 3월에는 분명히 좋은 모습으로 보답할 것이라는 강한 믿음을 가지고 있기에 다시 불러들였다"고 설명했다.
일단 명단에는 포함됐지만 손흥민이 무리해서 경기를 뛸 일은 없을 전망이다. 한국은 12일 수원월드컵경기장에서 미얀마전을 치른 뒤 17일 원정에서 라오스와 만난다. 모두 한 수 아래의 팀들이다.
슈틸리케 감독은 "만약 선수가 100% 회복하지 않았다면 토트넘에서 우리 협회 쪽에 차출불가 의견을 내놓을 것이다. 우리 역시 선수의 100% 회복을 기다리는 상황이기에 양측 다 이 선수가 어떤 모습을 보일지 기다려야 하는 상황"이라면서 "손흥민을 명단에 포함한 것은 미얀마전 선발 출전을 위해서는 결코 아니다"고 선을 그었다.
이어 그는 "만일 손흥민의 몸 상태가 100%가 안 돼 합류하지 못해도 다른 선수를 대체 발탁할 생각은 없다"면서 "누군가 부상으로 빠져도 충분히 남은 선수들로 메울 수 있다고 생각한다. 남아있는 선수들이 항상 잘해줬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