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뉴스 이광효 기자] 수도권 일극체제 해소와 국가균형성장을 위한 지방자치단체들의 통합이 시작됐지만 각론에선 진통이 지속되고 있다. 전라남도와 광주광역시의 통합을 위한 법률안이 국회를 통과했다. 여야 모두 지자체 통합의 필요성 자체는 인정하고 있지만 다른 지자체 통합을 위한 법률안들은 졸속 논란과 여야 책임 공방 등으로 언제 통과될지 불투명한 상황이다.
‘전남광주통합특별시 설치를 위한 특별법안’ 국회 통과
국회는 지난 1일 본회의를 개최해 ‘전남광주통합특별시 설치를 위한 특별법안’(대안)을 통과시켰고 정부는 5일 청와대에서 국무회의를 개최해 이 법률안과 지방자치법 일부개정법률안(대안) 등의 공포안들을 심의·의결했다.
이 법률안은 종전의 전라남도와 광주광역시를 통합해 전남광주통합특별시(이하 통합특별시)를 설치하고 인공지능·에너지·반도체 등 글로벌 미래 첨단산업과 농어업의 조화로운 발전을 통해 실질적인 지방분권과 국가균형성장에 이바지하는 것을 목적으로 명시했다.
국가에는 통합특별시가 수도권 일극 체제 및 지방소멸위기를 해소하고 인공지능·에너지·문화수도로 성장할 수 있도록 관련 법령을 지속적으로 정비하는 등 입법·행정 조치를 할 의무를 부여했다. 전라남도와 광주광역시를 통합해 통합특별시를 설치하는 목적이 수도권 일극 체제 해소와 실질적인 지방분권, 국가균형성장임을 분명히 하고 있는 것이다.
통합특별시에는 이 법으로 정하는 범위에서 서울특별시에 준하는 지위를 부여해 수도권 일극 체제 극복 의지를 강하게 드러냈다. 이 법률안은 국가가 통합특별시의 성공적인 안착과 설치 목적 달성을 위해 재정의 안정성과 자율성을 확대하는 등 필요한 행정적·재정적 지원방안을 조속히 마련하도록 했다.
통합특별시에 시민의 대의기관이자 자치입법기관인 통합특별시의회를 두도록 해 지방의회도 통합한다.
국회는 지난 1일 본회의에서 ‘지방자치법’ 일부개정법률안(대안)도 통과시켰다. 이 개정안의 주요 내용은 지방자치단체의 종류에 통합특별시를 추가하고 통합특별시의 부시장의 수는 4명으로 하는 것이다.
현행 지방자치법에 따르면 특별시의 부시장의 수는 3명을 넘지 않는 범위에서 대통령령으로 정한다.
하지만, 다른 지자체들의 통합을 위한 법률안들은 3월 임시회에선 국회 통과가 어려운 상황이다.
대구광역시와 경상북도 통합을 위한 법률안의 경우 국민의힘이 지난 1일 전남광주통합특별법에 대한 필리버스터(무제한토론을 통한 합법적 의사 진행 방해)를 철회하며 더불어민주당에 대구·경북통합법 처리를 요구했지만 이를 심사할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는 열리지 못했다.
충청남도와 대전광역시 통합을 위한 법률안의 경우 국민의힘 소속 김태흠 충청남도지사는 지난 4일 도청 프레스센터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시간에 쫓긴 졸속 통합은 안 된다”며, “통합 속도가 늦어지더라도 우리가 요구하는 재정과 권한이양이 포함된 통합법안을 만들어 2-4년 후 시행해야 한다”며 현재 발의된 통합 법률안에 대해선 반대 입장을 밝혔다.
정부, 통합특별시에 4년간 최대 20조 원 지원
천준호 더불어민주당 원내운영수석부대표와 유상범 국민의힘 원내운영수석부대표는 4일 국회에서 만나 ‘대미투자특별법’의 조속한 처리에는 합의했지만 지자체 통합법에 대해선 합의하지 못했다.
이에 대해 천 원내운영수석은 “민주당은 3개 지역(대구경북·충남대전·전남광주)을 동시에 처리하는 것이 맞는다고 생각한다”며, “국민의힘에 충남대전 특별법 처리에도 전향적 입장 전환이 필요하다고 말씀드렸다”고 밝혔다.
유 원내운영수석은 “민주당이 꼬투리 잡는 식으로 계속 조건을 건다. 결국 대구경북 통합은 안 들어주겠다는 얘기다”라며, “충남대전 통합법은 명확히 지방자치단체에서 반대하는 상황에서 추진하는 게 적절치 않다”고 말했다.
정점식 국민의힘 정책위원회 의장은 지난 3일 국회에서 개최된 원내대책회의에서 “대구·경북의 행정통합은 지역의 미래를 좌우할 백년대계 정책 사안이다. 그 적실성과 타당성은 오직 지역발전과 국가균형발전의 관점에서 판단돼야 한다”며, “더불어민주당에 강력하게 촉구한다. 이제는 정략적 계산을 내려놓고 대구·경북 통합법 처리를 위한 법제사법위원회 개최에 협조해 주시기 바란다”고 말했다.
이에 앞서 김민석 국무총리는 지난 1월 16일 “정부는 대한민국의 재도약을 위해 ‘수도권 중심 성장’에서 ‘지방 주도 성장’으로의 대전환을 올해 국정과제 중 가장 우선순위에 두고 추진할 계획이다”라며, “그 핵심 수단 중 하나가 바로 광역 지방정부 간 행정통합이다. 행정통합은 단순히 지도를 다시 그리는 일이 아니다. 생활권과 경제권을 하나로 묶고 교통과 산업, 복지와 안전을 함께 설계하는 일이다. 이를 통해 통합된 지역이 국가발전의 한 축으로 도약할 것이다”라고 밝혔다.
김 총리는 “정부는 통합특별시에 각각 연간 최대 5조원, 4년간 최대 20조원 수준의 파격적인 재정지원 방안을 마련하겠다”며, “통합하는 지방정부에는 확실한 인센티브와 그에 상응하는 자율성과 책임성을 부여하겠다. 이를 위해 (가칭)행정통합 교부세와 행정통합 지원금 신설 등을 포함해 국가재원의 재배분을 추진하겠다. 통합특별시가 지역 현안사업 등을 스스로 계획하고 실행할 수 있는 재정 체력을 만드는 것이다”라고 말했다.
김 국무총리는 “이번 인센티브뿐 아니라 국무총리 소속으로 지원위원회를 마련해 통합특별시를 지속적으로 지원하고 통합특별시가 5극3특의 핵심 축으로서 성공적으로 출범·성장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5극은 5개의 초광역권이다. 수도권, 부산광역시·울산광역시·경상남도를 중심으로 하는 동남권, 대구광역시·경상북도를 아우르는 대경권, 충청남·북도인 중부권, 전라남도인 호남권을 말한다. 초광역권별로 특별지방자치단체를 구성하겠다는 것. 3특은 3개의 특별자치도다. 제주특별자치도, 강원특별자치도, 전북특별자치도의 자치권한과 경쟁력을 강화할 수 있는 법률 개정을 추진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