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사뉴스 홍경의 기자]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264일째인 14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와 러시아군은 헤르손주(州)를 가로지르는 드니프로 강(江)을 사이에 두고 치열한 포격전을 벌였다.
헤르손시(市)를 탈환한 우크라이나 군이 강 남측의 러시아 군 방어선 돌파를 위한 공세에 나서자 이를 방어하기 위한 러시아 군 사이에 공방전이 벌어지는 형국이다.
CNN, 뉴욕타임스(NYT) 등에 따르면 우크라이나 남부작전사령부는 이날 브리핑에서 "드니프로 강 남측에 방어선을 구축한 러시아 군이 강 건너 아군이 탈환한 헤르손 마을을 향해 계속된 포격을 감행했다"며 "러시아의 미사일은 드니프로 강 서안 헤르손시 북측의 베리슬라우 지역에 집중됐다"고 밝혔다.
앞서 우크라이나 군은 지난 11일 대규모 반격 작전 끝에 헤르손주(州) 주도인 헤르손시(市) 탈환에 성공했다. 드니프로 강 남측으로 퇴각한 러시아 군 탓에 사실상 무혈 입성했다.
러시아군은 강 남측 연안을 따라 2중, 3중의 방어선을 구축하며 우크라이나 군의 도하를 막기 위한 총력 방어태세에 들어갔다. 강 건너 우크라이나 군에 미사일 공격을 감행한 것은 상륙을 저지하기 위한 차원이다.
NYT는 헤르손 영토의 추가 수복에 나선 우크라이나 군과 이를 방어하려는 러시아 군이이 드니프로 강을 사이에 두고 새로운 전선을 형성했다고 보도했다.
강폭이 짧은 서안을 공략하려는 우크라이나 군과 동안에 방어선을 깊게 구축한 러시아군에 따라 긴 전선이 형성됐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우크라이나 군은 드니프로 강 서안 전선과 강 동쪽의 러시아군 방어기지를 향한 포격을 감행했다.
러시아 리아 노보스티 통신은 "우크라이나 군이 헤르손 올레슈키 마을을 향해 강렬한 포격을 감행했다"고 밝혔다. 올레슈키는 헤르손시에서 우측으로 8㎞ 떨어진 곳이다.
우크라이나 측 세르히 브라추크 오데사 지방군 사령부 대변인은 "아군은 헤르손 시에서 강 건너편 홀라-프리스탄과 호르노스타이우카의 러시아 군사 시설을 공격했다"고 밝혔다.
두 곳은 각각 헤르손시를 기준으로 드니프로 강 서쪽과 동쪽에 위치하고 있다. 두 마을 간 거리는 직선 거리로 100㎞에 달한다. 호르노스타이우카는 노바 카호우카 댐 인근에 있다.
러시아군이 쏜 포탄이 이날 헤르손의 외곽 지역에 여러 발 떨어지면서, 인근 지역 주민들의 집이 파손됐다.
익명을 요구한 한 주민은 NYT에 "이번 포격은 지난주 러시아군이 도시에서 철수한 뒤 드니프로강 동쪽 둑에서 시작된 것 같다"며 "이때문에 우리 집이 다 망가졌다"고 말했다.
드니프로강 동쪽 둑의 주민들은 러시아 군인들이 이 지역으로 들어오면서 점점 억압적인 환경이 된다고 묘사했다.
헤르손 강 건너에 사는 한 주민들은 보안 메시지앱으로 "지역 주민들을 강탈하는데, 술에 취하면 훨씬 더 공격적"이라고 말했다. 헤르손 남쪽 지역에 살고 있는 이반(45)은 문자 메시지로 "러시아인들이 돌아다니며 빈집을 확인하고 그곳에 정착한다"고 전했다.
우크라이나군이 점령한 헤르손시에서는 현지인으로 위장한 러시아 병사가 체포됐다.
우크라이나 국가보안국(SBU)은 자국 장교들이 헤르손에서 러시아 군인을 붙잡았다고 밝혔다. 성명에서 이 남성은 민간인 제복을 입고 현지인인 척 하려다, 러시아군 소속임을 시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헤르손에서 그의 임무는 정보를 수집해 우크라이나군에 대한 사격을 조정하고 우크라이나를 고의적으로 방해하는 것이다.
이에 헤르손 지역 군사 행정 책임자는 "우리 군이 지뢰를 제거하고 러시아군 수색과 필수 복구 작업을 하는 동안, 도시에 남아있는 수만 명의 주민들은 서둘러 대피하라"고 촉구했다.
이리나 베레슈크 우크라이나 부총리는 "정부가 미콜라이우와 크리비리흐에 대피로를 마련하고 있다"며 "다만 대규모 대피는 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우크라이나는 동시에 헤르손 복구 작업도 병행하고 있다. 우크라이나 이 지역 최고 관리는 "전력 공급을 복구하기 위해 가능한 모든 조치를 취하고 있다"며 "전기를 공급하던 전력선 4개가 모두 파괴된 상황"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