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의대 정원 2000명 증원’에 반발해 집단 이탈했던 의대생과 전공의들이 지난 14일 전격 복귀 의사를 밝히면서 17개월 만에 의정 갈등이 마침표를 찍게 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다만 복귀자들에 대한 학사일정조정, 병역특례, 전공의 시험 추가 응시기회 부여 등 특혜 시비를 슬기롭게 해결하지 못하면 의정갈등의 불씨는 계속 남아있게 된다.
새로운 정부가 들어서면서 1년5개월 만에 해결의 실마리를 찾고 있는 의정 갈등의 해법은 의대생, 전공의들이 무조건 국민과 환자들에게 의정 갈등으로 인한 진료 공백 사태에 대해 사과부터 하고 그 다음 복귀 조건을 제시하는 수순을 밟는 것이다.
지난해 2월부터 발생한 의정 갈등은 정부가 고령화 시대 의료 수요 증가와 지역·필수의료 부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의대 정원 2000명 증원과 지역의료 강화, 필수 의료 수가 인상 등을 묶어 필수 의료 정책 패키지 추진을 강행하면서부터 시작됐다.
의료계는 이에 대해 의사 수 부족이 아닌 ‘인력 배치’의 불균형 문제이며, 의료개혁이 충분한 협의 없이 졸속으로 추진되었다고 반발하며 집단행동에 나섰다. 의료계는 의사 수 증가가 오히려 과잉 진료와 의료비 증가를 야기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전공의들은 주 80시간에 달하는 열악한 근무 환경과 낮은 처우에 대한 불만을 오랫동안 제기하며 전공의 수련 환경 개선을 주요 요구사항으로 내세웠다.
수도권 대형 병원 쏠림 현상, 지역 의료 인프라 부족, 그리고 불확실한 의료사고 법적 책임 등 한국 의료 시스템 자체의 구조적 문제들도 복합적으로 작용하여 의정 갈등을 심화시켰다.
의정 갈등과정에서 더욱 더 노정되었던 사실은 정부와 의료계 간 신뢰 부족 및 소통 부재였다. 정책 수립 과정에서의 의료단체 참여 부족, 정부의 일방적인 추진, 그리고 의료계의 강경한 집단행동 등이 반복되며 의정 갈등은 증폭되어만 갔다.
이렇게 의정 갈등이 심화되자 전공의들이 대거 이탈하기 시작했고 의대생들마저 유급, 제적을 불사하고 수업 거부, 집단 휴학 등으로 정부에 맞서고 나섰다. 그랬던 의대생들과 전공의들이 이재명 정부가 들어서면서 17개월 만에 학교로, 병원으로 복귀를 선언하거나 검토하고 나선 것이다.
그런데 의료 현장을 떠났던 의대생과 전공의들이 복귀를 결정하거나 복귀를 논의하면서 ‘특혜 논란’이 불거지고 있다.
우선 의대생들은 학사 일정 및 유급 철회를 요구했고, 전공의들은 복귀 조건으로 병역 특례(입영 유예 등), 전문의 시험 추가 응시 기회 등을 요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대학 당국에서는 학사일정을 유연하게 조정하거나 제적 조치를 철회해야 하는데 “다른 과 학생들과의 형평성에 어긋나고 이미 복귀한 의대생들과의 형평성 문제도 불거질 수 있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환자단체와 시민사회에서도 “진료 공백을 초래하고 환자들에게 피해를 준 책임을 지지 않은 채 특혜만 요구한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높다.
병역법상 의무사관 후보생이 특정 연령까지 수련을 마치지 못하면 입대해야 하는데, 수련 중단으로 이 기한을 맞추지 못하게 된 전공의들이 입영 유예를 요구하고 있다. 이 또한 특혜로 비춰질 경우 국민 여론의 반발이 클 수 있다.
수련 중단으로 전문의 시험 응시 요건을 충족하지 못한 전공의들에게 추가 시험 기회를 달라는 요구도 다른 전문직 자격 시험과의 형평성 문제가 제기될 수 있다.
의대생과 전공의들이 복귀 의사를 밝히면서도 진료 공백으로 인한 환자들의 피해에 대한 공식적인 사과나 반성이 없다는 점은 특혜 논란을 더욱 부추기는 주요 요인이 되고 있다.
이러한 특혜 논란은 의료계와 정부 간의 갈등을 넘어 국민 정서와도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으며, 향후 의료 개혁의 방향과도 맞물려 중요한 쟁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앞서 언급한 대로 복귀를 하고자 하는 의대생과 전공의들은 먼저 국민들과 환자들에게 진료 공백으로 인한 환자들의 피해에 대한 공식적인 사과부터 먼저 하고, 그 다음 요구조건에 대해 하나하나 차근하게 풀어나가야 하는 것이 순리다.
최근 장관 후보자들의 인사청문회를 보면서 왜들 그렇게 사과에 인색한지 모르겠다는 생각이다. 과거에 과오를 저질렀다면 진정성 있게 사과하고 지금부터 잘해 나가겠다고 하면 청문회를 바라보는 국민들의 마음이 덜 답답할 텐데 변명과 해명으로 일관하고 있으니 비난을 받는 것이다. 의정갈등의 해법은 사과가 먼저다.
글쓴이=시사뉴스 박성태 대기자
연세대학교 졸업 행정학 박사
전 파이낸셜뉴스 편집국 국장
전 한국대학신문 대표이사 발행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