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뉴스 김백순 기자]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대북 정책에만 초점을 맞춘 외교를 벗어나 한·미 관계에 기반한 확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윤 당선인은 14일(현지시간) 워싱턴포스트(WP)가 공개한 인터뷰 기사에서 "현 정부는 북한과의 관계에만 지나치게 역점을 뒀고, 일각에서 글로벌 외교가 사라졌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글로벌 외교에는 다소 불충분했다"라며 이런 뜻을 피력했다.

그는 "한국과 미국은 공식적인 지위의 관계를 유지했지만, 군사와 정보 같은 문제에 관해 실질적이고 긴밀한 논의는 약화됐다"라며 "우리는 대북 관계에만 집중하는 게 아니라 유럽연합(EU)과 아시아 전역에서 한·미 관계를 토대로 외교의 폭을 넓혀야 한다"라고 말했다.
세계 10위 경제 국가로서 한국이 공적개발원조(ODA) 프로그램 등에서 국제 사회에 책임 있는 태도를 보여야 한다는 점도 인터뷰에서 거론됐다. 그는 "세계 10위 소속 경제 국가로서 책임을 다하는 데 더 큰 역할을 해야 한다"라고 역설했다.
같은 맥락에서 우크라이나를 침공 중인 러시아 대응도 거론됐다. 윤 당선인은 "우리는 러시아에 대한 국제적인 압박 캠페인에 동참해야 한다"라며 "국제 사회가 더 많은 참여를 요구할 때 우리는 국제적인 규칙에 기반한 질서를 존중하는 태도를 단호히 보여줘야 한다"라고 했다.
다만 무기 지원과 관련해서는 "독일 같은 국가는 방어 무기를 제공한다"라며 "하지만 한국에서는 현실적으로 무기 지원에 많은 어려움이 있다"라고 했다. 대신 "현정부에서 1000만 달러 상당의 인도주의 지원을 했고, 그런 지원을 늘려야 한다고 본다"라고 설명했다.
대중국 관계와 관련해서는 미국과 인도, 호주, 일본 간 안보 회의체인 쿼드(Quad)에 관한 발언도 내놨다. 윤 당선인은 "즉각 쿼드에 합류할지 생각하기보다는 먼저 백신, 기후변화, 신흥기술 면에서 쿼드 국가와 시너지 창출을 위해 협력하는 게 중요한 문제"라고 말했다.
아울러 "경제 문제에 관해 한국과 중국은 서로에게 중요한 교역 파트너"라며 "경제 문제는 양국 모두에 중요하고, 일방적인 게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윤 당선인은 이런 맥락에서 "양국이 서로를 도외시하거나 무시할 수 없다는 점에는 의문의 여지가 없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정치·안보 문제에서 중국은 북한과 동맹이고 우리는 미국과 동맹"이라고도 강조했다. 아울러 비무장지대(DMZ) 배치 병력을 언급하며 "이게 현장에서 우리의 현실"이라고 말했다.
윤 당선인은 "중국과의 관계에서 우리는 우리 헌법적·정치적 가치가 완전히 다르다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라며 "우리는 이 차이를 존중해야 한다. 우리 정치적 가치가 중국과 다르더라도 경제 문제는 밀접하게 관련돼 있다"라고 강조했다.
그는 이런 취지로 "한국은 중국, 미국과 관련해 경제 문제와 정치 문제 사이에서 공존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전 중국의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 보복을 두고는 "한국과 국제 사회의 관점에서는 완전히 부당한 움직임으로 보였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중국의 일방적 보복 조치는 우리 경제를 얼마간 해칠 수 있지만, 중국은 그런 부당한 조치가 자국에 유익하거나 지속 가능하지 않다는 점을 매우 잘 알고 있으리라고 생각한다"라고 말했다.
한·일 관계 회복에도 강한 자신감을 드러냈다. 윤 당선인은 "한국 대중은 일본의 식민 지배에 충격적인 기억을 보유했고, 시민 대부분이 직접 지배를 경험하지는 않았지만, 그런 기억이 부모 세대로부터 널리 승계됐다"라면서도 "우리가 미래를 바라본다는 점이 중요하다"라고 말했다.
특히 "나는 한국이 미래 일본과 외교적으로 관여하려 할 때 국내 정치적 이득을 추구해서는 안 된다고 강력하게 믿는다"라며 "일본과 우리의 관계는 최저점을 찍었지만, 이는 한국 대중이 원하는 게 아니다"라고 했다.
그는 이어 "수십 년이 된 식민 지배를 테이블로 끌어오는 것은 한국과 일본 간 양국 관계를 해친다"라며 "일본과의 관계 약화는 한·미·일 협력의 아킬레스건"이라고 했다. 그는 "내가 대통령이 되면 한·일 관계는 잘 될 것"이라며 "정상적 외교 관계를 향해 태도와 시스템을 바꿀 것"이라고 했다.
윤 당선인은 이번 인터뷰에서 북한을 '주적(main enemy)'으로 칭했다. 아울러 핵·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모라토리엄 파기와 극초음속 미사일 실험을 거론, "(북한의) 핵무기 운반 실험이 심각한 수준에 이르렀다"라며 "한국을 향한 핵위협이 고조됐다"라고 평가했다.
그는 이런 상황에서 국방 정책을 수립하고 작전 정보 역량을 구축해 북한의 동기를 정확히 식별하고 대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도 "북한의 위협에 지나치고 민감한 태도로 대응할 의도는 없다"라며 자신의 '투트랙 대북 정책'을 피력했다.
특히 "핵 문제에 관해 북한이 국제법을 준수하고 핵 사찰을 수용하며 불가역적인 비핵화 조치를 취한다면 경제 개발 지원 프로그램을 시작할 것"이라고 했다. 또 "상황이 어떻게 됐든 우리는 한민족"이라며 "언제든 (북한에) 인도주의적인 지원을 제공할 것"이라고도 했다.
그는 또 "전쟁 중인 국가도 (대화) 채널을 열어 둔다"라며 군사 위협 등 문제 해결을 위한 대화 채널 개방도 강조했다. 그는 "북한의 군사 위협이 심각한 문제라고 할지라도 우리는 그런 문제를 다루기 위해 대화 채널을 남겨 둔다"라며 "이게 우리의 '투트랙 접근법'"이라고 했다.
한편 대선 과정에서 불거진 성별 갈등과 관련, 윤 당선인은 "미국, 유럽 국가와 비교해 한국은 여성을 위한 동등한 기회 촉진에 다소 느렸다"라며 "인식과 사회 운동, 정부 조치가 뒤떨어졌기 때문"이라고 했다. 미국·유럽 등 사법 시스템에 맞춰 여성의 동등한 권리를 보호해야 한다고도 했다.
그는 다만 "한국 대선 기간 불거진 젠더 문제는 본질과는 먼 정치적인 프레임이었다"라고 했다. 또 이전 세대와 달리 젊은 세대는 체계적인 차별을 마주하지 않고 성장했다고도 했다. 그는 자신의 법 집행 이력을 강조하며 형사 상황 등에서 성별을 막론하고 권리를 보장해야 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