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천주교 신자 文, 美 최초 흑인 추기경 만나
미국 아시아계 혐오 범죄 안타까움도 전해
[시사뉴스 김세권 기자] 문재인 대통령은 22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D.C. 모처에서 윌튼 그레고리 추기경 겸 워싱턴 대교구 대주교를 면담하고 한반도 평화, 인종 간 화합, 코로나19 대응 등에 대해 의견을 교환했다.
그레고리 추기경은 지난 10월 아프리카계 미국인으로는 처음 추기경으로 임명됐으며, 지난 2019년 4월 이후 워싱턴 D.C. 대교구 대주교직을 수임하고 있다.
그레고리 추기경은 지난 1월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취임 전날 열린 코로나19 희생자 추모행사에서 코로나19를 함께 극복하자는 내용의 기도를 봉헌했다. 또 인종차별 문제에 대해서도 비판적 목소리를 내온 것으로 평가된다.
문 대통령은 면담에서 "바이든 대통령과의 한미 정상회담에서 코로나19 극복과 함께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와 항구적 평화 정착 진전을 위해 긴밀히 노력해 나가기로 했다"고 전했다.
문 대통령은 이어 "한미 양국이 이러한 공동의 시대적 과업을 함께 완수할 수 있도록 계속해서 관심을 가지고 성원해 줄 것"을 요청했다.
또한 문 대통령은 최근 미국 내 아시아계 혐오 범죄가 연이어 발생하고 있는데 대해 안타까움을 표했다.
그러면서 평소 인종 간 화합을 강조해 온 그레고리 추기경이 한국 등 아시아계 시민들의 안전을 위해서도 늘 관심을 갖고 기도해 줄 것을 당부했다.
문 대통령은 지난 2004년 그레고리 추기경이 한국을 방문한 것을 떠올리며 "한미 양국 국민들의 돈독한 우정과 폭넓은 교류가 한미 관계의 소중한 저력이다. 가까운 시일 내 그레고리 추기경이 한국을 다시 찾아 주기를 바란다"고 전했다.
문 대통령이 방미 중 천주교 고위 인사를 만나는 것은 이례적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프란치스코 교황이 평소 한반도 평화 문제에 관심이 많은 만큼 이를 환기하기 위한 차원으로 풀이된다. 교황은 최근에도 북한 방문 의지를 피력한 바 있다.
또 문 대통령이 독실한 천주교 신자라는 점도 고려된 것으로 보인다. 문 대통령 세례명은 '디모테오'(하느님을 공경하는 사람)로, 본인의 결혼식도 부산 영도구 신선성당에서 올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