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뉴스 김기철 기자] 현대건설을 무너뜨린 흥국생명의 박미희 감독이 승부처에서 나타난 '진짜 에이스'의 활약에 반색했다.
리그 초반 순위표를 양분하고 있는 흥국생명과 현대건설은 5일 수원실내체육관에서 시즌 두 번째 맞대결을 펼쳤다. 선두를 지키려는 현대건설과 1위 자리를 노리는 흥국생명은 앞서거니 뒤서거리를 반복하다가 결국 5세트 승부에 돌입했다.
마지막 세트의 희비는 블로킹에서 갈렸다. 흥국생명은 세트 초반 황연주와 에밀리의 공격을 차례로 떨어뜨렸다. 여기에 테일러의 공격까지 더해지면서 흥국생명은 순식간에 7-0으로 달아났다. 현대건설은 더 이상 힘을 내지 못했다.
흥국생명은 이날 높이에서 절대 열세를 보였다. 4세트까지 3번의 손맛을 보는 사이 상대 블로킹에 17점을 허용했다. 블로킹에서 전혀 재미를 못봤다고 해도 무방한 수준이었다.
하지만 5세트에서는 달랐다. 언제 그랬느냐는 듯 현대건설 주포들의 공격을 차례로 막아냈다. 각성한 흥국생명의 블로킹에 현대건설은 속수무책으로 무너졌다.
박미희 감독은 "가끔 선수들에게 '에이스는 남들이 잘할 때 잘하는게 아니다. 꼭 필요할 때 득점을 내주는 것이 에이스'라고 말한다. 오늘은 중요한 순간 블로킹이 잘 돼 다행"이라고 웃었다.
이날 경기에서 박 감독의 지론에 가장 부합한 이는 센터 김수지다. 김수지는 5세트 2-0에서 황연주의 스파이크를 잡아내더니 에밀리의 후위공격까지 정확히 차단했다. 전체 블로킹은 3개에 불과했지만 영향력은 그 이상이었다.
박 감독은 "오늘은 수지가 에이스"라며 "수지가 도로공사전에서는 유효 블로킹을 22개나 했다. 절반이 득점으로 연결되면 11점"이라면서 상승세에 박수를 보냈다.
이날 승리로 5승1패(승점 11)가 된 흥국생명은 선두 현대건설(4승2패·승점 12)을 바짝 추격했다. 현대건설 징크스에서 벗어난 것은 단순한 1승 이상의 수확이었다.
"우리 애들이 웬만하면 포기를 안하는 것 같다"고 말을 이은 박 감독은 "지난해 현대건설에 1승5패를 당해 부담이 많았는데 이제는 극복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