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뉴스 김기철 기자] 한국시리즈 1차전을 하루 앞두고 25일 열린 미디어데이, 류중일 삼성 라이온즈 감독은 쏟아지는 질문 가운데 두 가지 질문에 대해 고민 중이라고 답했다.
첫 번째는 리드오프 선택 문제였다. 톱타자를 꼽아달라는 질문에 류 감독은 "구자욱과 배영섭, 박한이 중 누구를 선택할지 아직 정하지 못했다"고 답했다. 원래의 삼성에 어울리는 행복한 고민이다.
두 번째는 4차전 선발 투수를 묻는 질문이었다. 류 감독은 "차우찬을 전천후로 사용해야 한다. 3차전까지 앞서고 있으면 4차전 선발은 정인욱이고, 뒤지고 있으면 차우찬을 쓸 생각이다"고 했다. '투수 왕국' 답지 않게 복잡한 수 계산이 들어갔다.
'투타 완전체'였던 삼성이 무언가 부족한 팀이 됐다. 해외 원정도박 파문에 휩싸인 세 투수 때문이다.
삼성은 마운드가 높은 팀이었다. 탄탄한 선발진과 그보다 더 강력한 계투조를 앞세워 1~2점차를 지키는 야구에 강했다. 투수진의 과부하 없이 평탄하게 시즌을 치러왔고 좀처럼 점수가 많이 나지 않는 큰 경기에서는 더욱 강한 모습을 보여줬다.
마운드에 가려 있어 그렇지 올 시즌은 타격으로도 리그를 지배했다. 팀 타율 0.302로 역대 1위다. 거기에 904득점 176홈런을 기록해 '거포 군단' 넥센에 이어 2위에 위치했다. 100안타 이상 선수를 10명 배출하는 신기록을 세우기도 했다.
그런데 투수진이 원정 도박 파문으로 큰 타격을 입었다. 17승 투수 윤성환과 홀드왕 안지만, 구원왕 임창용이 빠졌다.
최고 선발과 최고 중간 투수, 마무리 투수가 없다. 이들만 갖고도 한국시리즈에서 최소 1승을 이끌어 낼 수 있는 전력이다. 이들이 있었다면 삼성에 특별한 고민거리는 없었을 것이다.
'날개 달린 사자'였던 삼성은 이제 땅으로 내려와 기세가 오른 곰과 혈전을 벌여야 한다. 최강의 타선을 갖고 있어 전력에서 밀릴 것은 없다. 그러나 삼성은 땅에 발을 디딘 것이 실감이 나지 않는 듯 기세가 위축됐다.
류 감독은 "투수들이 빠져서 어려운 승부가 될 것 같다"며 7차전 승부를 예측했다. 김태형 두산 감독이 "홈 팬들 앞에서 끝내고 싶다"며 호기롭게 5차전을 예상한 것과 대비된다.
류 감독은 돌 다리도 두들겨 보고 건너는 지도자이다. 최강의 전력을 갖추고 있으면서도 항상 유사시를 대비한다. 그래서 최강의 전력을 갖추고 있으면서도 "선수가 없다"는 '앓는 소리'도 자주 한다.
그랬던 류 감독과 삼성이 이제는 진짜 고민에 빠졌다. 부족한 퍼즐을 갖고 그림을 완성하기 위해 치열하게 고민해야 한다.
삼성의 문제 해결 능력, 즉 마운드 운영에 이번 시리즈가 달려 있다. 우선 삼성은 탈삼진왕 차우찬을 '만능열쇠'로 사용하겠다는 전략을 내놓았다. 심창민과 함께 뒷문을 지키는 중책을 맡겼고 유사시에 4차전 선발로도 고려하고 있다.
관건은 구상한 전략이 실패했을 때이다. 셋업맨 노경은, 함덕주와 고정 마무리 이현승을 뚝심있게 밀고 나가는 두산의 운영법에 비해 변수가 많을 수밖에 없다. 차우찬 카드가 불발될 경우, 의외의 상황이 닥쳤을 때 삼성이 보여줄 대처 능력이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