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키나와 지사 선거, 비행장 이전 반대 후보 승리…미·일 방위협력 강화 차질

2014.11.17 17:31:08

[시사뉴스 강철규 기자] 16일 실시된 일본 오키나와(沖縄)현 지사 선거에서 미군 후텐마(普天間) 공군 비행장(기노완宜野灣)시의 나고(名護)시 헤노코(邊野古)로의 이전에 반대하는 오나가 다케시(翁長雄志·64) 전 나하(那覇) 시장이 집권 자민당이 지원한 나카이마 히로가즈(仲井真弘多·74) 현 지사 등 3명의 경쟁자를 큰 표 차이로 물리치고 당선됐다.

또 나하 시장 역시 후텐마 비행장의 헤노코 이전을 주장해온 오나가 전 시장의 후계자임을 자처해온 시로마 미키코(城間幹子·63) 부시장이 집권 여당인 자민당과 공명당이 추천한 요세다 가네토시(與世田兼稔·64) 부지사를 물리치고 당선됐다.

이에 따라 일본이 미국과의 합의에 따라 후텐마 비행장을 헤노코로 이전한다는 방침에 제동이 걸려 이전 절차가 지연될 것으로 예상된다.

아베 신조(安倍晉三) 총리 정부는 지난 7월 시가(滋賀)현 지사 선거에 이어 또다시 뼈아픈 패배를 당했다.

아베 총리는 머지 않아 중의원을 해산하고 다음달 중 조기 총선을 실시할 것으로 관측되고 있어 이번 오키나와현 지사 선거에서의 패배에 따른 타격을 최소화하는 것이 시급하게 됐다.

스가 요시히데(管義偉) 일본 관방장관은 17일 후텐마 비행장을 헤노코로 이전한다는 계획은 이미 과거에 확정된 것으로 바뀔 수 없다며 예정대로 추진할 것이고 밝혔다. 스가 장관은 "오키나와의 부담을 경감할 수 있도록 전력을 다 하겠다. 하루 빨리 후텐마 비행장의 반환이 실현되도록 최선의 노력을 하면서 헤노코로의 이전도 조용히 진행하겠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오나가 당선자는 헤노코 이전을 위한 헤노코 연안 매립 승인에 대해 "주지사로서의 권한을 제대로 행사하겠다"며 무효화를 위한 검토에 나설 생각임을 분명히 했다.

오나가는 지난해 말 나카이마 지사의 매립 승인에 하자가 있으면 취소가 가능하며 설령 절차 상에 잘못이 없더라도 사후에 중대한 상황 변화가 있으면 "철회"할 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처럼 오나가 당선자가 헤노코로의 비행장 이전에 완강하게 반대하고 나섬으로써 아베 정부는 큰 골칫거리를 떠안게 됐으며 미국과의 방위 협력을 강화한다는 계획에도 차질이 빚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일본은 지난 1996년 후텐마 비행장 이전을 미국과 합의했었지만 오키나와 주민들의 강한 반대에 부딪혀 그동안 이를 이행하지 못하면서 미국과 마찰을 빚었었다. 아베 총리는 자민당 소속 나카이마 지사에 압력을 넣어 2019년 초까지 후텐마 비행장 이전을 완료하려 했으나 이것이 오히려 현 주민들로 하여금 나카이마 지사에게 등을 돌리게 만듦으로써 패배를 자초한 셈이 되고 말았다.

오키나와현 지사 선거 패배는 곧 조기 총선을 실시할 것으로 전망되는 아베 정부로서는 큰 타격이 아닐 수 없다. 미래가 그만큼 불투명해졌기 때문이다.

오키나와에서는 주일 미군에 의한 성범죄 등으로 반미 감정이 거센데다 중앙정부가 미군과의 방위 협력 강화만 중시해 현 주민들의 입장을 도외시한다는 생각으로 중앙정부에 대한 반감 역시 높은 편이다.

오키나와가 일본 면적에서 차지하는 비붕은 1%에 불과하지만 주일 미군 기지의 74%가 오키나와에 집중돼 있다. 이때문에 오키나와 주민들은 미군 기지 자체가 오키나와에서 사라져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16일의 오키나와현 지사 선거 패배는 아베 정부와 집권 자민당에 막대한 타격일 뿐 아니라 미국에도 새로운 난제가 될 수밖에 없다. 1996년 이후 되풀이해온 미군기지 이전을 둘러싼 지루한 교착 상태가 앞으로 또다시 재연될 수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오나가 지사 체제에서 아베 정부가 지금까지처럼 오키나와 주민들의 의견을 무시하면서 미국과의 방위 협력 강화를 추진하는 것은 불가능할 것으로 예상된다. 아베의 미·일 방위 협력 자체가 흔들리게 된 것이다.

미군 기지 이전과 관련해 계속되는 일본의 미적거림에 대한 미국의 실망감도 그만큼 더 커질 수밖에 없다.
강철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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