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뉴스 강철규 기자] 중국과 쿠바가 유럽연합·일본 주도의 북한인권결의안에 반대입장을 공식적으로 밝히면서 오는 18일 열릴 예정인 유엔총회 제3위원회 북한인권결의안 표결에 국제사회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훙레이(洪磊)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14일 정례 브리핑에서 유럽연합 등 50여개국에 의해 제안된 북한인권결의안에 대해 "인권 문제를 정치화해 다른 나라를 압박하는 데 반대한다. 인권에 대한 이견은 대화나 협력을 통해 처리해야 한다"며 사실상 반대입장을 표명했다.
이에 앞서 쿠바도 유럽연합 주도 북한인권결의안 초안에서 '북한 지도부를 국제형사재판소(ICC)에 회부한다'는 조항을 삭제한 수정안을 새로 마련했다.
이 수정안에는 'ICC 회부는 타 개발도상국가에까지 적용되는 위험한 선례가 될 것' '북한인권문제를 검토하기 위한 새로운 협력적인 접근법을 채택할 것' 등 내용이 담긴 것으로 전해졌다. 북한과 전통적으로 우호관계인 쿠바가 북한의 입장을 대변한 것으로 풀이된다.
쿠바는 이 같은 내용의 수정안을 일부 유엔 회원국들에게 이미 배포했고 이 수정안은 곧 유엔총회 제3위원회에 제출될 전망이다.
이에 따라 유엔총회 제3위원회 일정도 수정이 불가피해졌다. 제3위원회는 오는 18일 회의를 열고 유럽연합·일본 등 50여개국의 북한인권결의안을 표결처리하기로 했지만 쿠바가 수정안을 제출하면서 기존 결의안 표결 전에 수정안에 대한 표결절차가 진행되게 됐다.
우선 쿠바의 수정안이 제3위원회에 제출되면 유럽연합과 일본 등 기존 결의안 제안국들은 수정안을 수용할지 여부를 결정하게 된다. 만약 수용하지 않으면 수정안과 기존 결의안에 대한 표결이 차례로 진행된다.
제3위원회에서 과반수가 수정안에 찬성하면 기존 결의안은 수정된다. 반면 수정안이 과반수 찬성을 얻지 못하면 해당 수정안은 폐기되고 기존 결의안이 표결에 부쳐진다. 기존 결의안이 의결되면 수정 없이 다음달 열릴 유엔총회로 회부된다.
이번 표결을 앞두고 일각에서는 수정안이 채택될 가능성도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자국 정치지도자의 ICC 회부 가능성을 우려하는 일부 국가들이 기존 결의안 내용 중 ICC 회부 조항에 거부감을 느끼고 쿠바의 수정안에 찬성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지난 3월 유엔 인권이사회 차원의 북한인권결의안 채택 당시 47개 이사국 가운데 중국과 쿠바를 비롯해 파키스탄, 러시아, 베네수엘라, 베트남 등 6개 이사국은 반대표를 던진 바 있다.
그럼에도 유럽연합 등 기존 결의안 제안국들은 자신들이 제출한 결의안이 통과될 것이라고 보고 있다. 그러면서 쿠바와 중국 등의 움직임에 우려를 드러내고 있다.
미국 국무부의 로버트 킹 북한인권특사는 지난 13일 북한인권결의안과 관련해 북한을 옹호하고 있는 국가로 벨로루시, 이란, 쿠바, 베네수엘라 등을 거론하며 비난했다.
마르주키 다루스만 유엔 북한인권 특별보고관도 14일 서울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쿠바의 수정안에 반대한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다루스만 보고관은 당시 "제3위원회에서 기존 결의안을 표결 처리하기 전에 수정안에 대한 표결을 하게 되는데 (위원회에서)기존 결의안을 처리하는 긍정적인 결과가 나오길 바란다"며 쿠바 수정안 반대 의사를 표명했다.
그는 "쿠바의 수정안을 보면 북한 지도부의 책임을 묻는 조항이 모두 삭제돼있다. 이는 제네바 유엔인권이사회가 채택한 유엔 북한인권조사위원회 보고서와는 반대되는 것"이라며 쿠바의 수정안을 비판했다. 그는 중국의 북한인권결의안 반대 움직임에도 "중국이 반대의사를 표명해도 놀라운 일은 아니다"라며 의연한 반응을 보였다.
양 진영의 신경전은 18일 제3위원회 표결 전까지 한층 가열될 전망이다. 특히 북한 김정은의 최측근인 최룡해 조선노동당 비서 역시 17일부터 1주일간 이어질 방러 일정 중 유엔안전보장이사회 상임이사국인 러시아를 상대로 북한인권결의안 처리 관련 협조를 요청할 것으로 예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