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뉴스 강철규 기자]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12일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정상회담을 가진 뒤 한반도 핵 문제 등에 관련해 중대한 합의를 이뤄냈다.
AP통신과 중국 신화통신은 양국 정상이 이날 회담을 통해 이날 기후변화 대응, 군사협력 강화 등 광범위한 현안에 대한 심도 있는 논의를 통해 많은 합의를 이뤄냈다고 전했다.
특히 양국 정상은 한반도 비핵화 문제와 관련해서도 합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두 정상은 북한 지도자들에게 '국제사회가 북한 핵 보유를 절대 용납할 수 없으며 핵을 포기해야만 이들이 원하는 것, 즉 안보 강화, 경제 발전, 미국과의 관계 정상화 등을 얻을 수 있다'는 것을 확인시켜줄 필요가 있고, 중단된 6자회담을 재개할 필요가 있다는 데 공감했다고 중국 언론이 전했다.
아울러 세계에서 가장 많은 양의 온실가스를 배출하는 국가인 중국은 2030년을 전후해 온실가스 배출량을 늘리지 않기로 합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중국이 온실가스 감축 계획을 구체적으로 제시한 것은 이번이 처음으로 주목받고 있다.
미국도 2025년까지 온실가스 배출량을 2005년 수준에서 26∼28% 줄이겠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양국 정상은 또 동중국해와 남중국해 영유권 문제로 양국 간에 첨예한 군사적 긴장이 높아진 데 대해 앞으로 육상 및 해상에서의 군사적 충돌 방지를 위해 더 많은 규칙을 제정하기로 합의했다.
테러 대처와 에볼라 퇴치 등에서도 공조하기로 합의했다고 중국 관영 신화통신은 전했다.
경제, 교류 분야에서는 세계무역기구(WTO) 차원에서 추진해온 반도체와 IT 제품들에 대한 관세를 철폐하고 비자 제도 완화 등 다양한 문제들에 합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신화통신은 이번 회담에서 두 정상은 중국이 제창한 '신형 대국관계'에 대해 공동 인식을 이뤄냈다고 전했다. 신형 대국관계는 시 주석이 지난해 미국에서 오바마 대통령에게 제안한 개념으로, 충돌하지 말고, 상호이익을 존중하며, 공영하자는 뜻을 담고 있다.
이런 가운데 오바마 대통령과 시 주석은 정상회담을 마친 뒤 공동기자회견을 열어 합의한 사안을 언론에 확인했다.
이 자리에서 시 주석은 신형 대국관계 형성은 양국의 근본적인 이익과 국제사회 평화, 안정, 번영에 유리하게 작용한다고 주장했고, 오바마 대통령이 이에 공감했다고 중국 언론이 전했다.
그러나 홍콩 민주화 시위를 둘러싸고 미묘한 분위기가 연출됐다.
시 주석은 "우리는 홍콩 지방정부가 법에 따라 홍콩 문제를 처리할 것을 지지한다"면서 "홍콩 사안은 중국의 내정이며 그 어떤 국가도 이에 관여할 수 없다"고 말했다.
그러자 오바마 대통령은 "미국은 시위대를 돕지도 않았고 참여하지도 않았다"면서 "그러나 우리는 (세계 어떤 국가라도)국민들이 자신의 의견을 밝힐 권리가 있다는 점과 선거는 공정하고 투명해야 하며 국민의 의지를 반영해야 한다는 입장을 고수해 왔다"고 지적했다.
이는 홍콩 시위가 일어난 지 40일이 넘은 가운데 양국 정상의 첫 공식적인 입장 표명이다.
기자회견장에서 오바마 대통령은 "최근 미 중간선거에서 민주당의 참패로 오바마 행정부가 국제사회와 약속한 협약을 이행할 수 있겠는가"라는 중국 언론의 질문으로 난처한 상황을 겪기도 했다.
한편 시 주석은 전날 저녁 오바마 대통령을 중국 전현직 지도자들의 집단 거주지인 베이징 중난하이(中南海)로 초대해 노타이 차림으로 이례적인 만남을 가졌다.
이 자리에서도 두 사람은 양국 관계와 공동으로 관심이 있는 중요한 국제 및 지역 문제에 대해 심도 있는 의견을 교환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번 회동은 지난해 6월 미 캘리포니아 휴양지 서니랜드에서 양국 정상이 넥타이를 푼 채 격 없이 만났던 것에 대한 중국 측의 답례로 평가됐다.
일부 중국 언론은 시 주석이 빽빽한 아시아 순방 일정을 소화하고 있는 오바마 대통령을 배려해 편안한 분위기를 제공하기 위해 중국 고대 정원 풍이 남아 있는 중난하이를 회동 장소로 선정했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