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뉴스 강철규 기자] 중간선거에서 참패한 버락 오바마 미 대통령이 10일 베이징에서 개막한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담을 통해 남은 2년의 잔여 임기 동안 미국이 국제 무대에서 주도적 역할을 계속할 수 있을 것인지에 대한 시험을 거치게 된다.
오바마 대통령은 한때 전세계적인 지도자로 각광받았던 과거와는 현저하게 달라진 환경 속에 10일 베이징에 도착했다. 그의 전성기는 이미 과거의 일이 됐기 때문이다.
지난 4일 치러진 미 중간선거에서 공화당이 상·하 양원을 모두 장악하면서 8년만에 미국에 여소야대 정국을 재연시켰다. 아시아의 국가들도 이로 인해 오바마의 영향력이 위축된 것을 익히 알고 있다.
도착 후 첫 일정으로 자신이 어린 시절을 보냈던 인도네시아의 조코 위도도 대통령과 만난 오바마 대통령은 이슬람과 민주주의가 공존할 수 있음을 보여주겠다는 위도도 대통령에게 인도네시아의 민주주의 융성과 관용과 다양성의 모델을 보여줄 것을 당부하면서 위도도에게 내년 미국을 방문할 것을 초청했다.
오바마는 이어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협상이 정체된 것에 대해 참여국 지도자들에게 지혜를 모아 이를 풀자고 압박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APEC 정상회의 기간 중 별도로 열린 무역협상에서 TPP에 대해 "이것은 역사적인 협정이 될 잠재력이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아시아는 전 세계에서 가장 인구가 많고 가장 역동적이고 가장 빠르게 성장하는 지역"이라며 미국이 아시아에 대한 경제적인 투자를 해야 하는 이유를 설명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12일까지 사흘 간 중국에 머물면서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 등과 정상회담을 가질 예정이다. 세계 양대 경제국인 미국과 중국 간 정상회담은 아시아에서 미국의 영향력을 증대시키겠다는 오바마 대통령의 목표를 실현시킬 수 있을 것인지에 대한 시금석이 될 것으로 보인다.
미 전략국제문제연구센터(CSIS)의 어니스트 보워 아시아 문제 연구원은 "오바마 대통령에게 이번 아시아 순방은 힘든 일정이 될 것이다. 아시아 국가 지도자들은 중간선거 이후 오바마의 역할에 대해 의구심을 갖고 있다. 오바마가 자신의 공약을 이행할 수 있는 정치적 자산을 여전히 갖고 있느냐에 대해 의문을 갖고 있는 것이다"라고 말했다.
게다가 이번 이번 APEC 회담을 주최하는 중국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지원 속에 미국과의 대립각을 점점 날카롭게 하고 있다. 푸틴 대통령은 최근 미국이 구상하는 TPP 협정은 아·태 지역에 도움이 되지 못할 것이라면서 러시아는 중국의 아시아태평양 자유무역지대(FTAAP) 구상을 전폭 지원한다고 말했었다. 우크라이나 사태를 둘러싼 러시아 제재로 냉각된 러시아와의 관계가 오바마 대통령에게 또다른 도전을 제기하고 있는 것이다.
게다가 동중국해에서 중국과 일본 간 영유권 분쟁 등 아·태 지역에서의 많은 지정학적인 긴장 관계를 해소할 방안을 마련하는 것 역시 오바마에게는 쉽지 않은 과제이다.
다만 오바마 대통령이 시진핑 주석과의 정상회담에서 미·중 간 신형 대국관계 설정에 합의할 수 있다면 미·중 관계의 개선과 함께 아시아에서 미국의 위상을 어느 정도 회복할 수 있을 것이라는 관측도 제기되고 있다.
Copyright @2025 SISA NEWS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