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뉴스 강철규 기자] 중·일 정상회담 개최 여부를 둘러싸고 중국 정부 측의 공식 입장이 나오지 않고, 여러 언론들의 전망도 엇갈린 가운데 중국 외교부장이 사실상 양측 간 합의가 이뤄진 사실을 확인했다.
8일 중국 관차저왕(觀察者網)에 따르면 왕이(王毅) 중국 외교부장은 이날 오전에 열린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장관급 회담 관련 기자회견에서 양국간 공식 정상회담 개최 여부와 관련된 질문에 답변하면서 이같이 밝혔다.
기자회견에서 한 기자가 "APEC기간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과 아베 신조(安倍晉三) 일본 총리 사이에 구체적으로 어떤 일정이 계획됐는가"라고 묻자 왕 부장은 "우리는 일본이 (합의된 사안을) 신중하게 대하고, 철저히 준수하며 실질적인 조치로 이어지게 해야 한다"면서 "이를 통해 '양국 정상의 만남'을 위해 필요하고 양호한 분위기를 조성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왕 부장은 "내가 한 말을 잘 분석하면 질문의 답이 있다"고 덧붙였다.
왕 부장의 이런 발언은 중국이 일본과 정상회담을 개최하기로 합의했다고 강하게 암시하면서 합의된 내용을 기성 사실화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양측의 막판 조율이 진행되고 있지만 중일 APEC 기간 정상회담을 개최되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이 우세였던 가운데 전날 일본 NHK는 APEC 기간 중·일 정상회담이 개최된다고 속보로 전했다.
반면 중국 관영 언론과 외교부는 일본 언론을 인용해 정상회담 개최 사실을 전하면서도 공식 입장을 내놓지 않았다.
중국 외교부는 양제츠(楊潔篪) 외교담당 국무위원과 일본의 야치 쇼타로(谷內正太郞) 국가안보국장 회담에서 점진적으로 정치와 외교, 안보 대화를 재개하기로 합의했다"만 전했고, 중국 언론들은 정상회담의 시간표는 아직 없다고 주장했다.
관차저왕을 포함해 일부 관영 언론은 일본 측이 중국 정부에 "아베 총리가 야스쿠니(靖國) 신사를 참배하지 않겠다"고 약속하지 않았다면서 회담이 성사되지 않을 가능성까지 내비쳤다.
일각에서는 중·일 정상회담이 형식적 만남에 그칠 것이라는 전망도 제기됐다.
그러나 왕 부장의 발언에 관련된 언론 보도로 양국이 APEC 회담 기간 짧은 만남이 아닌 공식 회담이 이뤄질 것이라는 전망에 무게가 쏠리고 있다.
중국 국제전문가 량윈샹(梁雲祥) 베이징대 교수는 "일본 측이 이미 중국에 '아베 총리가 야스쿠니 신사를 참배하지 않겠다'는 구두약속을 한 것으로 보인다"면서 "APEC 기간 양국 간 공식적인 회담, 30분에서 1시간의 정상회담이 개최될 것으로 보인다"고 주장했다.
다만 일본 측의 약속을 깨는 위험한 행보가 정상회담 성사 결과를 바꾸는 변수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중국 언론은 7일 오후 아베 총리가 연립 여당인 공명당의 야마구치 나쓰오(山口那津男) 대표와 만나 "중국 측과 야스쿠니 신사를 참배하지 않기로 약속한 바 없다"고 말한 사실을 보도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