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뉴스 강철규 기자] 미국에서 뉴욕주를 비롯한 일부 주정부가 바이러스 확산 방지의 일환으로 서아프리카의 에볼라 발병 주요 3개국에서 감염·의심 환자와 접촉한 뒤 귀국한 모든 의료진과 여행객에 대해 '21일간 의무 격리 조치'를 취해 합법성 논란이 일고 있다.
뉴욕과 뉴저지주는 지난 24일(현지시간)부터 이 같은 정책을 도입했고, 일리노이주와 플로리다주도 이에 합류하겠다는 의사를 전했다.
문제는 이러한 조치는 연방정부의 지침을 뛰어넘는데다 과학적인 증거가 뒷받침되지 않아 심각한 인권 침해라는 지적이 일고 있는 것.
결국 시에라리온에서 의료 봉사 활동을 마친 후 귀국하자마자 뉴저지주에서 격리된 간호사 케이시 히콕스(33)는 헌법상 권리를 침해당했다며 소송을 제기하겠다고 밝혔다.
히콕스는 CNN과의 인터뷰에서 "좀 더 나은 계획과 심사숙고 없이 이뤄진 정치인들의 반사적인 반응은 터무니없는 것"이라면서 자신을 범죄자 취급하며 '감옥'에 밀어 넣은 것은 비인도적인 처사라고 비판했다.
또 그의 변호사 노먼 시겔은 "히콕스가 에볼라 감염 검사에서 두 차례에 걸쳐 음성 반응을 보였지만 유니버시티 병원 격리 시설에 갇혀 있다"며 "이는 심각한 헌법 및 인권 유린"이라고 지적했다.
이번 의무 격리 치료 조치에 대해 앤서니 파우치 미국 국립보건원(NIH) 알레르기·전염병 연구소장은 미국민들을 에볼라로부터 안전하게 지키는 최선의 방법은 아프리카에서 확산을 멈추게 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호셀 가르시아 워싱턴DC 보건국장은 "과학적으로 이치에 맞지 않는 조치"라며 자원봉사 의료진을 위축시키는 역효과를 낼 것이라고 지적했다.
빌 더 블라지오 뉴욕 시장도 "문제는 옳은 일을 하기 위해 현장까지 갔던 영웅을 마치 잘못된 일을 한 것 마냥 무례하게 대했다는 것"이라며 강하게 반발했다.
여기엔 백악관까지 가세했다. 익명의 백악관 고위 관계자는 "(의무 격리 조치를 시행한)주당국에 과학적 근거에 기반되지 않은 정책들로 인해 생길 수 있는 의도치 않은 결과에 대한 우려를 전달했다"고 밝혔다.
이어 "해외에서 돌아오는 의료진들을 위한 안전 지침을 만들기 위한 논의가 진행 중"이라며 "각 주정부와 추가적인 논의를 통해 이를 결정하겠다"고 덧붙였다.
한편 비난 여론이 거세지자 결국 앤드루 쿠오모 뉴욕 주지사는 "에볼라 감염 증상을 보이지 않는 사람들은 병원이 아닌 자택에서 격리될 것"이라며 격리 기간 동안 받지 못한 소득을 보상해줄 것이라고 한발 물러섰다.
하지만 크리스 크리스티 뉴저지주 주지사는 폭스뉴스에 출연해 자신의 결정을 재차 정당화했다. 그는 "정부가 해야 하는 일은 시민의 안전과 건강을 보호하는 것"이라며 "이번에 내린 정책에 있어 차선책은 없다"고 선을 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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