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뉴스 강철규 기자] 오는 26일(현지시간) 치르는 브라질 대통령 결선투표가 다가오면서 리우데자네이루주(州) 칸타갈루에 있는 빈민가의 한 미용실에 누가 당선돼야 하는가를 두고 격렬한 논쟁이 벌어졌다.
미용실 원장인 루시아 헬레나 실바는 뜨거운 고데기를 흔들며 큰소리로 집권 노동자당을 이끄는 지우마 호세프 대통령이 당선돼야 한다고 주장했고 그에게 머리를 맡긴 한 손님은 브라질사회민주당(PSDB)의 아에시우 네베스 후보가 브라질의 침체된 경기를 활성화할 것이라며 반박했다.
이에 실바는 “누가 이 빈민가 주민의 생활을 개선하고 빈부 격차를 줄이겠냐”며 “호세프 대통령에게 투표하라”고 맞섰다.
이번 대선이 브라질 민주화 30년 역사상 가장 예측하기 힘든 대접전으로 치러질 전망인 가운데 전체 유권자 중 35%를 차지하는, 누가 당선될 것인지는 당선자에 대한 의견이 갈린 중산층 유권자들의 손에 달리게 됐다.
중산층 표심이 결국 어느 캠프로 기울지는 선거 먹판까지도 종잡기 힘든 상황이다.
지난주 현지 여론조사 기관 디타폴랴의 여론조사 결과에서 응답자의 52%가 네베스 후보를, 48%가 호세프 대통령을 선호했다. 그러나 투표를 사흘 앞두고 이 기관이 실시한 조사에서는 호세프 대통령이 더 나은 경제 지도자라고 주장하는 공격적 광고 덕에 호세프 대통령이 48%, 네베스 후보가 42%로 6%포인트 앞서며 판세가 뒤집혔다. 같은 날 또 다른 여론조사업체 이보페의 조사 결과에서도 호세프 대통령이 49%로 네베스 후보를 8%포인트 앞선 것으로 나타났다. 3가지 여론 조사 모두 오차 범위가 ±2%다.
이 조사 결과들로 호세프 대통령의 경제 문제 대처에 대한 국민의 믿음이 확인됐고 지난 6월 여론조사와 다른 표심의 변화가 나타났다. 넉 달 전 응답자 64%가 인플레이션이 악화될 것이라 답했으나 지금은 31%로 떨어졌다. 반면 경제 개선을 기대하는 응답자 비율이 지난 6월 26%에서 44%로 상승했다.
6월 여론조사 이후 휘발유 값과 전기료에 대한 가격 통제로 정부의 인플레이션 하락 노력에도 브라질은 엄밀한 의미의 경기 침체에 돌입했고 인플레이션이 정부가 정한 상승 한도 6.5%를 훌쩍 뛰어넘은 상황에 이 같은 낙관론에 많은 전문가들은 놀랍다는 반응을 보였다.
전문가들은 호세프 대통령이 브라질 경제가 여전히 호시절이며 자신은 중산층의 경제적 이득만을 생각하는 반면 네베스 후보는 부유층만의 이익에만 관심을 가질 것이라는 공격적 선거운동으로 중산층 유권자를 설득했다는 것으로밖에 설명할 수 없다고 말했다.
브라질의 저명한 정치평론가로 현지 일간 폴랴 지 상 파울루의 엘리안 칸탄헤데는 호세프 후보는 논쟁을 유리하게 만들고 선거의 핵심을 장악할 수 있는 현직 대통령이라는 이점이 있음을 지적했다.
그는 "현재 호세프 대통령이 홍보의 최고 수혜자"라며 "브라질이 지난해 상반기 대비 올해 상반기 성장률은 0.5%로 신흥시장 국가 중 최악의 성장률을 기록했으나 호세프 대통령의 선거운동은 상품의 모든 것이 좋아서 많은 사람이 이를 산다는 개념을 주장하고 있다"고 말했다.
호세프 대통령의 한 광고는 호세프 대통령의 멘토인 루이스 이나시오 룰라 다 실바 전 대통령이 한 지원 유세에서 네베스 후보가 은행가들만을 위한 정부 운영을 할 것이라고 주장하는 모습이 담겼다. 그의 또 다른 광고는 1995~2003년 네베스 후보의 사회민주주의 정당이 여당이었을 때 브라질이 겪은 경제난을 언급하듯 ‘야당 집권 당시 생활이 어땠는지 기억하는가?’, ‘가족은 일했는가?’, ‘내 집이 있었나?’, ‘차가 있었나?’, ’해외 여행했나?" 등 불길한 질문들을 던졌다.
호세프 대통령과 노동자당만 확실히 빈민층과 중산층의 이익을 지킬 수 있다는 이 메시지가 칸타갈루 미용실을 비롯해 브라질 전역에서 계속되는 논쟁의 핵심이다.
미용실 원장인 실바처럼 브라질의 수백만 명이 빈곤에서 벗어난 것은 12년 간 호세프 대통령의 노동자당이 추진한 정책 덕분이지만, 미용실 손님 아드나 마르코스는 노동자당의 복지 정책도 중요하지만, 이제 브라질은 경제성장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그는 "인플레이션을 통제할 수 있는 사람이 필요하다"며 "노동자당이 실패한 공공 서비스의 개선이 필요하다. 노동자당은 빈민층의 생활 개선을 지원하는 역할을 했지만 이를 확대할 새 지도부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실바와 마르코스 등 브라질 중산층은 고등학교를 졸업했거나 기술 교육을 받았고 1인당 가계수입이 매달 400달러가 되는 계층이다. 이들의 수입은 정부의 현금 지원 프로그램 대상이 아닐 정도지만, 경제적 충격에 대한 대비책을 마련할 정도는 아니다.
이들은 부모가 물려준 가난에서 벗어나 평면 TV와 스마트폰을 구입할 정도가 됐으나 빈민가에서 이사하지 못했고 열악한 공공서비스를 이용하지 않을 수 있을만한 수입은 없다. 그들은 택시가 아닌 붐비는 버스를 타고 국립병원에서 오래 대기해 열악한 의료 서비스를 받으며 그들의 자녀는 열악한 공립학교에 다니고 있다.
중산층은 지난해 무거운 세금 부담, 높은 생계비, 열악한 공공 서비스에 항의한 대규모 반정부 시위에서 쏟아졌던 요구 사항들을 가장 강하게 주장하고 있는 유권자 층이다.
디타폴랴의 여론조사 담당 이사 알레산드로 하노니는 "중산층은 이번 결선투표에서 결정적 역할을 할 것“이라며 ”특히 부유층과 빈곤층이 각각 네베스 후보와 호세프 대통령를 확고하게 지지하고 있어 이번 결선투표는 중산층의 표심에 달렸다“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호세프 대통령이 네베스 후보를 야당의 집권 당시 높은 인플레이션과 실업률 등 ‘과거의 환영’과 연결시키는데 성공하면 중산층 표심이 그에게 기울 것으로 전망했다.
반면 네베스 후보는 물가 상승, 경제 침체, 형편없는 기반시설, 만연한 부패 의혹 등 ‘현재의 괴물’을 만들어 호세프 대통령을 계속 공격하면 중산층의 맘을 얻을 것으로 전문가들은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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