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뉴스 강철규 기자] 지난주 필리핀의 인구 28만 도시인 올롱가포의 한 호텔에서 미군에 의해 살해된 필리핀 여성 제니퍼 로드(26)의 살해범이 인근 수빅만 프리포트에 정박해 있는 초대형 미 군함의 해병대 병사임이 밝혀졌다.
증인 신문과 DNA 검사 등으로 필리핀 경찰에 의해 범인이 조셉 스콧 펨버튼 이병으로 확정되자 검찰은 펨버튼과 다른 4명의 미군을 미 대사관을 통해 소환했다. 그후 이례적으로 신속하게 미국이 수사 협조에 나서서 이 군함의 출항을 막고 용의자를 잡아 재판에 회부했다.
이 사건으로 한때 전 시민이 미군 철수를 외치며 범행에 분노하고 있었지만 이제는 재판의 추이를 지켜보는 상황이다. 이 사건의 해결은 미국의 아시아 회귀 정책으로 인해 어느 때보다 긴밀한 협조가 필요한 우방 필리핀에 대한 미국의 태도를 말해준다.
미국 정부로서는 중국 견제와 태평양권의 군사 작전에 가장 중요한 필리핀의 군항 사용권 등 절실한 문제가 산적해 있는데다 지난 4월 양국 간 관련 협정까지 체결한 필리핀의 반미 정서를 방관할 수 없기 때문이다.
11일 일어난 이 사건과 관련해서 용의자인 팬버튼과 목격자 2명에 대한 조사를 미 대사관이 직접 나서서 수행했으며 미 대사관은 "미국은 앞으로도 필리핀 수사 당국과 협력해서 이 사건이 완전히 해결될 때까지 모든 협조를 다 할 것이다"라고 성명을 발표했다.
미군이 장기 주둔하고 있는 필리핀에서의 미군 범죄는 큰 골치거리였지만 현재 중국 견제, 태평양 회귀를 위한 미국의 새 아시아 정책에 따라 필리핀의 위상이 매우 높아지고 있어 미군 주둔과 미군 범죄 처리를 두고 다른 아시아 국가들의 관심이 모이고 있다.
이번에도 소규모이긴 하나 마닐라와 올롱가포에서 반미 시위가 일어났으며 시위대는 미군 철수와 '주둔군 지위협정'의 폐기를 외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