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뉴스 홍경의 기자] 환율이 급등하면서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두 달 연속 2% 중반대를 기록했다. 석유류와 농축수산물 가격이 5%대 상승률을 나타냈고 가공식품과 외식 등도 고공행진을 지속했다.
2일 국가데이터처가 발표한 '11월 소비자물가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소비자물가지수는 117.20(2020=100)으로 전년 동월 대비 2.4% 상승했다.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1월 2.2%, 2월 2.1%, 3월 2.1%, 4월 2.1%로 5월 1.9%, 6월 2.2%, 7월 2.1%, 8월 1.7%, 9월 2.1%로 1% 후반~2% 초반대에서 등락하다가 10월(2.4%)부터 두 달 연속 2% 중반대로 높아졌다.
농축수산물 가격은 전년 동월 대비 5.6% 상승했다. 지난해 6월(6.5%) 이후 17개월만에 최고치다. 농산물(5.4%), 축산물(5.3%), 수산물(6.8%) 가격이 모두 5% 이상 급등했다. 쌀(18.6%), 귤(26.5%), 사과(21.0%), 돼지고기(5.1%), 국산쇠고기(4.6%), 수입쇠고기(6.8%), 고등어(13.2%), 달걀(7.3%), 망고(8.8%) 등의 가격 상승이 두드러졌다.
공업제품은 2.3% 올랐다. 초콜릿(16.8%), 빵(6.5%), 커피(15.4%) 등 가격 상승세가 지속되면서 가공식품은 3.3% 올랐다. 고환율 영향으로 석유류는 5.9% 상승했다. 지난 2월(6.3%) 이후 9개월 만에 가장 높은 상승폭이다. 경유(10.4%)와 휘발유(5.3%) 가격이 모두 크게 뛰었다.
서비스는 2.3% 상승했다. 집세(0.9%)와 공공서비스(1.4%)는 상대적으로 안정됐지만 개인서비스 가격이 3.0%나 올랐다. 개인서비스 중 외식은 2.8%, 외식 제외 서비스는 3.1% 상승했다. 보험서비스료(16.3%), 생선회(외식·4.4%), 커피(외식·4.4%) 등이 높은 상승률을 기록했다.
전기·가스·수도는 0.4% 상승했다. 도시가스(0.3%), 지역난방비(0.3%), 전기료(-0.4%) 등이 낮은 수준을 기록한 영향이다.
이두원 국가데이터처 경제통계심의관은 "환율 상승의 영향을 가장 많이 받은 건 석유류인 것 같다"며 "국제유가는 두바이산 기준으로 전년 동월비로 11.1% 하락했지만, 환율이 전년 동월비로 3.6% 상승했다. 유류세 인하 축소도 가격 상승 요인으로 작용했다"고 설명했다.
이두원 심의관은 "농축수산물도 수입품 가격 상승이 상방 요인이 될 수 있을 거 같다. 중장기적으로는 외식 등도 원재료가 상승의 영향을 받을 수 있다"며 "귤은 가을철 잦은 비로 인해 출하시기가 지연된 영향이 있다. 달걀은 공급 가격이 상승했고, 고등어는 어획량이 좋지 않았다"고 부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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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방식의 근원물가 지표인 식료품및에너지제외지수는 전년 동월 대비 2.0% 상승했다. 물가가 먹거리와 석유류 중심으로 상승하면서 근원물가지수 상승률은 10월 2.2%에서 오히려 낮아졌다.
한국 방식의 근원물가 지표인 농산물 및 석유류 제외 지수는 2.3% 올랐다.
가계 구입 빈도가 높은 144개 품목을 대상으로 작성하는 생활물가지수는 전년 동월 대비 2.9% 상승했다. 지난해 7월(3.0%) 이후 16개월 만에 가장 높은 상승세다. 식품 가격은 3.7% 상승해 고공행진을 지속했고, 식품 이외 품목은 2.3% 올랐다.
신선식품지수는 전년 동월 대비 4.1% 상승했다. 신선어개(7.4%)와 신선과실(11.5%)이 크게 올랐고 신선채소(-4.7%)는 하락했다.
기획재정부는 이날 보도자료를 통해 "11월 소비자물가는 작년 기저영향(2024년 소비자물가 상승률 1.5%)과 기상악화, 환율 상승 등으로 인한 농축수산물 및 석유류 가격 상승폭 확대, 가공식품 가격 상반기 집중 인상에 따른 높은 상승률 등으로 전년동월비 2.4% 상승했다"고 분석했다.
기재부는 "향후 기상여건 등 불확실성이 있는 만큼, 정부는 체감물가 안정을 위해 긴장감을 가지고 총력을 다할 계획"이라며 "특히, 먹거리·석유류 등 국민 생활과 밀접한 주요 품목별 가격·수급 상황을 면밀히 점검하고 변동 요인에 신속히 대응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