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사뉴스 홍경의 기자] 지난해 수출입 동향'에 따르면 반도체 역대 최고 실적에 수출이 3개월째 플러스인 것으로 나타났지만 대미 수출은 관세 조치 대상 품목인 자동차·일반기계·철강 등이 감소하며 두자릿 수 감소율을 나타냈다.
미국 정부의 관세 영향에도 반도체 수출이 사상 최대 수출액을 기록한 것에 힘입어 3개월 연속 수출 플러스(+)를 기록했다. 무역수지도 7개월 연속 흑자를 달성하는 등 호조세를 이어갔다.
반도체는 고대역폭메모리(HBM)와 더블데이터레이트(DDR)5 등 고부가 메모리 반도체 수요가 견조한 것에 힘입어 사상 최대 수출액을 2개월 만에 경신했다. 자동차는 미국의 25% 품목별 관세 부과에도 3개월 연속 수출 증가세를 보였다.
미국과 중국 수출은 모두 감소한 것으로 집계됐다. 대미 수출은 관세 조치 대상 품목인 자동차·일반기계·철강 등이 감소하며 두자릿 수 감소율을 나타냈다. 대중 수출은 대다수 품목에서 수출 감소세를 보였지만 반도체 수출 증가로 낙폭을 줄였다.
1일 산업통상자원부가 발표한 '8월 수출입 동향'에 따르면 수출은 지난해 같은 달보다 1.3% 증가한 484억 달러(81조2344억원)을 기록했다. 수출은 6월 이후 역대 최대 실적을 3개월 연속 경신하며 플러스 기조를 보이고 있는 중이다.
지난달 수입은 4.0% 감소한 518억9000만 달러(72조1789억원)으로 집계됐다. 이에 우리나라 무역수지는 65억1000만 달러(9조476억원) 흑자를 기록했다. 1~8월 누적 흑자 규모는 409억7000만 달러로 전년대비 108억 달러 늘어났다.
품목별로 살펴보면 15대 주력 수출 품목 중 3개 품목 수출이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최대 수출 품목인 반도체는 1년 전보다 27.1% 오른 151억 달러를 수출했다.
인공지능(AI) 인프라 투자 확대 등에 따른 견조한 수요가 지속되는 가운데 메모리 반도체를 중심으로 고정가격이 상승하면서 지난 6월 기록한 사상 최대 수출액을 2개월만에 넘어섰다.
고부가 메모리 반도체에서 호실적이 지속되는 가운데 스마트폰 신제품 출시로 모바일용 반도체 수요도 증가했다. 가격을 살펴보면 더블데이터레이트(DDR)4 가격은 전년 동월 대비 178% 증가했고, DDR5 역시 전년 동월 대비 16.7% 높아졌다.
2위 수출 품목인 자동차 수출은 미국 관세에도 불구하고 전년 동월 대비 8.6% 증가한 55억 달러로 나타나며 8월 중 최대 실적을 기록했다. 순수전기차(EV)와 하이브리드차 등 친환경차와 중고차 수출도 확대된 영향을 받았다.
하이브리드 차량 수출은 전년동월대비 13.3% 증가했고 순수전기 차량은 68.5% 늘었다. 내연기관 차량은 1.6% 줄었으나 중고차 수출이 37% 증가한 것으로 집계됐다.
선박 수출은 지난 2022년과 2023년 높은 선가로 수주한 선박의 인도가 이어지면서 11.8% 증가한 31억4000만 달러를 기록했다. 다만 석유제품과 석유화학 수출은 각각 4.7%와 18.7% 감소한 41억7000만 달러, 33억8000만 달러를 기록했다. 유가 하락과 글로벌 공급과잉 영향으로 수출단가가 하락하면서 감소세가 지속됐다.
철강의 경우 글로벌 시황 둔화가 지속되는 가운데 미국 관세 인상으로 대미 수출도 부진하면서 4개월 연속 감소 흐름을 보였다. 지역별로는 아세안 3억2000만 달러(-3.0%), 미국 1억5000만 달러(-32.1%), EU 2억6000만 달러(-24.6%) 등의 수출액 감소를 보였다.
이외에도 디스플레이(16억5000만 달러, -9.2%)·무선통신기기(15억6000만 달러, -14.1%)·컴퓨터(12억 달러, -18.2%)·일반기계(34억5000만 달러, -10.4%)·바이오헬스(11억3000만 달러, -11.7%) 등 수출이 일제히 부진했다.
15대 주력품목 외에는 농수산식품(9억6000만 달러, 3.2%), 화장품(8억7000만 달러, 5.1%), 전기기기(12억9000만 달러, 5.6%) 등이 8월 중 최고 실적을 기록하면서 수출 증가세를 뒷받침했다.
지역별로 살펴보면 9대 주요 시장 중 3개 시장에서 수출이 증가했다.
대(對)아세안 수출은 반도체·선박 호실적에 힘입어 역대 8월 중 최대 실적인 108억9000만 달러를 기록하며 3개월 연속 증가세를 이어갔다. 현지생산 확대, 수입선 다변화, 공급과잉 등을 겪는 석유제품과 석유화학 수출은 각각 16.3%와 13.4% 감소했지만 반도체 수출은 반도체 산업 관련 제도 정비와 투자가 늘어나며 47% 증가했고, 선박 수출은 359.9%로 크게 늘어났다.
중동으로의 수출은 일반기계 1억4000만 달러(+25.2%), 자동차부품 5000만 달러(+36.7%) 등의 수출 호조세에 힘입어 1% 증가한 14억 달러로 1개월 만에 플러스 전환됐다. 대CIS 수출도 9.2% 증가한 11억2000만 달러로 6개월 연속 플러스였다.
대중국 수출은 2.9% 감소한 110억1000만 달러로 집계됐다. 일반기계(-17%)·무선통신기기(-10.2%) 등 대다수 품목의 수출이 감소했으나 AI 수요 증가로 반도체 수출이 10.9% 증가하면서 하락폭을 줄였다.
미국 상무부 산업안보국(BIS)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중국법인에 대한 VEU(Validated End User) 지위를 철회함에 따라 대중국 수출이 줄어들 수 있다는 우려에 대해선 대미 협상을 지속하며 우리나라의 영향을 줄인다는 계획이다.
서가람 산업부 무역정책관은 "미국 정부가 발표한 거를 보면 VEU를 폐지하면서 120일 이후에 하겠다고 밝혔다"며 "개별 허가가 원활하게 이뤄지면 큰 차이는 없지만 허가가 지연되거나 원활하지 못할 경우 중국에 있는 공장, 장비 도입에 영향을 미칠 우려가 있는 것이 사실로 미국측와 지속적으로 협의한다는 방침"이라고 전했다.
미국으로의 수출은 12% 감소한 87억4000만 달러를 기록하면서 크게 꺾였다. 주요 관세 예외품목인 데이터센터로 향하는 수요가 견조한 반도체와 여름철 항공유 수요 증가로 석유제품 수출이 18.3% 증가했다. 하지만 자동차·차부품 등 주력 품목의 수출이 3.5%와 14.4%로 줄면서 전체 수출이 감소했다.
서 정책관은 "8월에 대미 수출이 많이 줄은 이유는 관세 부과에 따른 영향이 시차를 두고 나타난 것으로 보인다"며 "대미 수출이 두자릿수 이상 감소한 경우는 2020년 5월 29.4% 감소한 적이 있다"고 분석했다.
그는 "미국 수출은 전반적으로 어렵기 때문에 관세를 부과받은 품목들은 마이너스를 보이고 관세를 부과받지 않은 품목은 플러스를 보이고 있다"며 "미국의 관세 조치가 끝난 것이 아니라 반도체, 바이오 등에 대해 예고되고 있어 불확실성이 굉장히 큰 상황"이라고 부연했다.
유럽연합(EU)으로의 수출은 1·2위 품목인 자동차와 선박 수출이 78.9%와 2.9% 늘며 호조세를 보였으나 일반기계·석유화학·바이오헬스 등 주요 품목 수출이 감소하면서 전체적으로 줄었다.
대일본 수출은 전년 대비 5.2% 감소한 23억7000만 달러를 기록했다. 최대 수출품목인 석유제품이 지난해 호실적에 따른 기저효과로 19.5% 감소했고, 철강 수출 역시 철강재 수요가 줄어 12.4% 감소한 영향을 받았다.
지난달 수입은 4% 감소한 518억9000만 달러(72조752억원)였다. 에너지 수입과 비에너지 수입 모두 감소했다.
에너지 수입(110억2000만 달러)은 12.2% 줄었다. 가스 수입은 30억5000만 달러로 7.4% 증가했으나 유가 하락의 영향으로 원유 수입은 68억4000만 달러를 기록해 16.6% 감소한 영향이 컸다.
비에너지 수입은 전년 대비 1.5% 감소한 409억 달러였다. 반도체 장비와 전화기 수입은 각각 14.4%와 7.1% 증가했으나 석유제품과 철강제품 수입이 각각 20%와 14.8% 감소했다.
우리나라 무역수지는 65억1000만 달러(9조423억원) 흑자를 기록하며 전년 대비 29억3000만 달러 증가했다. 이에 무역흑자는 7개월 동안 이어지고 있으며 흑자 규모는 전년 동기 대비 108억 달러 늘었다.
김정관 산업부 장관은 "8월 수출은 반도체·자동차 등 양대 수출품을 중심으로 호조세를 보이면서, 3개월 연속 플러스 흐름을 이어갔다"며 "미국의 관세정책 등 대외여건이 어려운 상황에서도 우리 기업들의 확고한 경쟁력과 수출에 대한 집념이 만들어낸 성과"라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미국 관세 조치로 인한 중소·중견기업 피해 최소화를 위해 ▲단기 경영지원 및 내수 창출을 통한 부담 경감 ▲수출 모멘텀 유지를 위한 시장 다변화 지원 ▲주력·유망 업종의 근원적 경쟁력 강화 등 크게 세 가지 축을 중심으로 한 지원대책을 9월 초 발표·추진할 계획"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