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사뉴스 홍경의 기자] 유럽의 에너지 위기가 심화하고 있다. 러시아가 31일(현지시간)부터 3일간 독일을 거쳐 유럽에 공급하는 가스를 중단하는 데 이어 프랑스에 대한 가스 공급을 중단한다고 통보했다. 이에 유럽 각국은 대비책 마련에 분주하다.
30일 뉴욕타임스(NYT) 등 외신에 따르면 러시아 국영 가스회사 가스프롬은 31일부터 3일간 독일 등 유럽으로 천연가스를 공급하는 노르트스트림 가스관의 가동을 유지보수를 이유로 중단할 계획이다.
가스프롬은 주기적으로 에너지 흐름을 조절하며 유럽 에너지 위기를 고조시키고 있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서방 제재에 맞서 에너지를 무기화하고 있는 것이다.
또 가스프롬은 이날 대금 미납을 이유로 프랑스에 대한 가스 공급을 전면 중단한다고 통보했다.
가스프롬은 "프랑스 에너지 기업 엔지가 지난 7월에 공급받은 가스에 대한 대금을 지급하지 않았다"며 대통령령에 따라 고객이 계약서에 명시된 기간 내에 모든 대금을 지불하지 않을 경우 가스 수출을 금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가스프롬은 오전만 해도 가스 공급량을 줄인다고 통보했다가 하루도 되지 않아 공급을 전면 중단하다고 입장을 바꿨다.
프랑스는 전력 생산의 70%를 원전에 의존해 다른 유럽연합(EU) 국가보다는 러시아에 대한 의존도가 낮은 편이다. 우크라이나 전쟁 전 독일의 의존도는 55%였고 프랑스는 17% 정도였다.
하지만 러시아발 에너지 가격 급등으로 유럽 전역에 비상이 걸린 만큼 프랑스도 대책 마련에 돌입했다. 엘리자베트 보른 총리는 에너지 위기에 올겨울 에너지 배급제를 시행해야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올겨울 에너지 공급 불확실성이 커지자 독일은 예정보다 빨리 가스 저장소 비축율을 82%까지 채웠다. 또 독일은 지난주 공공건물 난방 온도를 제한하고 야간 조명 광고 사용을 금지하라는 명령을 내렸다.
독일 기업들도 석탄발전소를 가동하거나 일부 제품 생산을 해외로 이전하며 대비하고 있다.
독일 화학기업 바스프(BASF)는 전력과 증기 생성을 위해 가스 대신 석유를 사용하고 가스를 많이 사용하는 공장의 생산량을 줄이기 시작했다.
독일 화학기업 에보닉은 오는 10월 석탄화력발전소에서 가스화력발전소로 교체하려던 계획을 잠정 연기했다.
분석가들은 러시아산 에너지 공급의 불안정성이 확대됐기 때문에 기업들의 변화가 지속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에릭 헤이만 도이체방크 선임 이코노미스트는 "에너지 안보를 당연시할 수 없다는 신호가 너무 분명해 러시아가 더 많은 가스를 공급하고 가격이 다시 하락하더라도 기업들은 계속해서 다른 시나리오를 생각할 것"이라고 말했다.
EU는 공동 대응에 나섰다. EU에너지 장관들은 다음달 9일 긴급 회의를 개최하기로 했다. 전력시장 개혁, 가스요금 상한제 등이 논의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