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뉴스 정춘옥 기자] 피곤하거나 울적할 때 먹으면 기분이 산뜻해지고 활력이 생기는 것 같은 느낌이 드는 귤이나 오렌지 등의 감귤류의 효과는 단지 기분만이 아니라 과학적으로 입증된 것이다. 감귤류의 속껍질은 면역세포 활성화와 염증 조절에 효과적이며 자주 섭취하면 우울증 위험이 줄어든다.
껍질에 펙틴 함량 높아
감귤류 등 과일에서 유래한 성분 펙틴 유도체가 암 예방에 효과적일 수 있다. 한국식품커뮤니케이션포럼(KOFRUM)에 따르면 독일 뮌헨대학과 브라질 미나스제라이스 연방대학(UFMG) 공동연구진은 과일의 껍질과 식이섬유에 포함된 펙틴에 주목했다.
펙틴은 사과·감귤·자몽·배·매실·딸기·포도 등 과일류에 풍부하게 들어 있는 수용성 식이섬유다. 특히 감귤 껍질과 사과 껍질엔 펙틴 함량이 높아 잼이나 젤리 제조에도 활용된다. 펙틴은 장내 유익균의 먹이가 돼 장 건강을 개선하고, 콜레스테롤 흡수를 억제해 혈중 지질 개선에 도움을 준다. 또, 포만감을 줘 식욕 조절과 체중 관리에도 효과적이다.
연구팀은 펙틴 구조를 화학적으로 변형해 항암·항염 활성을 크게 높였다. 특히, 감귤류의 하얀 속껍질(알베도)에서 추출한 펙틴은 면역세포 활성화와 염증 조절에 효과를 보였다. 암세포 성장 억제 가능성도 확인됐다.
연구를 이끈 독일 뮌헨대 우르리히 도브린트 교수는 논문에서 “펙틴과 같은 천연 다당류는 장내 미생물과 상호작용하며 병원성 세균의 부착을 막고 면역기능을 자극하는 효과가 있다”고 말했다.
공동연구자인 브라질 UFMG 조앙 파울로 파비(Joao Paulo Fabi) 교수는 “펙틴은 숙성 단계에서 구조 변화가 일어나는데, 이를 적절히 조절하면 장과 신체 전반의 면역체계 강화와 암세포 증식 억제에 도움이 된다”고 강조했다.
국립부경대학교 교원창업기업 ‘뉴트라잇’이 감귤류 중 하나인 라임의 껍질에서 수면 개선 효과와 작용기전을 밝혀냈다.
국립부경대에 따르면 뉴트라잇 연구팀은 한국식품연구원 이재광 박사 연구팀 및 미국 서던 캘리포니아 대학교(University of Southern California) 의과대학 원 박사팀, 윤장현(Jang H. Youn) 교수 연구팀과의 공동 연구를 통해 라임 껍질의 수면 효과 및 작용기전을 과학적으로 규명했다.
연구 결과 라임 껍질 추출물은 동물시험에서 유의적인 입면 시간 감소 및 수면 시간 증대 효과를 보였다. 특히, 깊은 수면을 증가시켜 수면의 질을 개선할 수 있는 우수성이 확인됐다.
라임 껍질 추출물의 수면 효과는 라임 껍질에 풍부하게 함유된 플라보노이드 성분에 의한 것으로, 라임 플라보노이드 성분들이 중추신경계의 억제성 신경전달물질인 가바(GABA)처럼 가바수용체를 활성화해 수면을 개선한다는 작용기전도 과학적으로 증명됐다.
최근 마무리된 인체적용시험에서도 라임 껍질 추출물은 입면 시간 감소, 수면효율 증가, 총 수면 시간 증가 및 stage2 수면 증가와 같은 우수한 임상 효과를 나타냈다.
우울증 걸릴 위험 낮춰
오렌지, 레몬, 자몽과 같은 감귤류 과일을 자주 섭취하면 우울증 위험이 22% 줄어든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
하버드 의과대학 교수이자 의사인 라지 메타와 차트폴 사무트퐁톤 박사는 이전 논문과 연구를 추적해 감귤류 과일을 가장 많이 섭취한 사람들의 우울증 발병률이 현저히 낮음을 발견했다. 메타 박사에 의하면 하루에 중간 크기의 오렌지 하나를 먹으면 우울증에 걸릴 위험을 약 20% 낮출 수 있다.
연구자들은 일부 참가자의 대변 표본을 수집해 감귤류를 자주 섭취한 사람들 장내에 유익한 박테리아인 피칼리박테리움 프로스니치 수치가 더 높다는 것을 발견했다. 우울증을 앓고 있는 참가자들은 그렇지 않은 사람들에 비해 피칼리박테리움 프로스니치 수치가 낮았다.
메타 박사는 피칼리박테리움 프로스니치가 장내에서 생성되는 세로토닌과 도파민이라는 두 가지 신경전달물질 수치에 영향을 미친다고 밝혔다. 세로토닌과 도파민은 음식이 소화관을 통과하는 방식도 조절하지만, 뇌로 이동해 기분을 좋게 만들 수도 있다.
감귤류 뿐 아니라 시금치나 케일 등의 잎채소, 블루베리, 딸기, 라즈베리와 같은 베리류, 견과류와 씨앗류도 비슷한 효과를 볼 수 있다. 또한, 규칙적인 신체활동을 하고 충분한 수면을 취하며 전반적인 생활 방식을 개선하면 우울증 위험을 줄이는 데 도움이 된다.
피부에도 좋다. 감귤 에센셜오일의 주성분인 리모넨(limonene) 물질이 염증 억제 효과가 탁월, 여드름 및 아토피 등 피부 질환에 효과적인 것으로 밝혀졌다. 리모넨은 오렌지와 비슷한 향기가 있어 향료의 원료로 사용되고 있다. 온주밀감이나 진귤 등 감귤 정유의 주성분으로 전체 성분의 80~90% 이상 함유하고 있다.
제주하이테크산업진흥원 현창구 박사팀과 제주대학교 화학과 이남호 교수팀은 제주 감귤을 대상으로 연구한 결과 감귤 오일의 주성분인 ‘리모넨’ 물질의 항염증 효과, 피부 질환 개선 효과 등을 입증했다.
현창구 박사는 “리모넨 물질은 염증 현상을 유발하는 프로스타글란딘(Prostaglandin), 나이트릭 옥사이드(Nitric Oxide), 인터루킨-1β(IL-1β), 인터루킨-6(IL-6)과 티엔에프-알파(TNF-α)에 대한 억제작용이 우수한 것으로 확인됐다”며, “인체 각질세포에서도 독성이 없을 뿐 아니라 피부 자극을 완화하고 아토피 등의 피부 질환 개선 효과가 있다”고 말했다.
감귤류 껍질에 풍부한 ‘플라보노이드 노빌레틴’은 알츠하이머병 치료에 도움이 줄 수 있는 후보물질로 지목되기도 했다. 알츠하이머병은 신경퇴행성 질환으로 뇌 안에 아밀로이드 베타와 타우 단백질이 과도하게 축적돼 신경세포 손상과 지속적인 신경염증성 반응, 칼슘 불균형 등이 일어나는 것이 특징이다.
이해정 가천대학교 교수와 신약개발 업체 ㈜파미노젠 공동연구팀은 ‘플라보노이드 노빌레틴’이 인간 뇌의 주요 신경교세포이며 뉴런에 중요한 대사 및 영양 지원을 제공하는 성상교세포에 아밀로이드 베타로 인한 세포독성으로부터 세포를 보호하는 역할을 하고, 세포 내 Ca+ 수준을 정상으로 조절하는 효과가 있다는 것을 확인했다.
이를 위해 태어난 지 하루 된 생쥐의 뇌에서 성상세포 및 신경세포를 분리해 배양한 후 올리고머(Oligomeric) 아밀로이드 베타(Aβ42)를 처리, 알츠하이머 시험관 내 모델(In vitro model)로 사용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