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다시 ‘규제 만능주의’의 유령이 나타나려 하고 있다. 지난 10.15 부동산 대책 이후 규제 지역에서 제외되었던 경기도 구리, 화성(동탄), 김포와 세종 등지에서 주택 가격이 급등하자, 정부는 이제 이들 지역을 다시 규제 지역으로 묶을 태세이다. 이는 과거 역대 정부 때 수 차례의 부동산 대책이 낳았던 ‘풍선효과’의 명백한 재현이며, 정부가 정책 실패를 인정하지 않고 땜질식 처방을 반복하겠다는 선언과 다름없다.
규제의 굴레, 풍선효과의 무한 반복
부동산 시장의 불패 신화는 오히려 정부의 규제가 만들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한 곳을 묶으면, 규제를 피해 간 옆 동네가 달아오르는 ‘풍선효과’는 이제 부동산 정책의 부작용을 설명하는 고전적인 공식이 되어버리고 말았다.
10.15 부동산대책에서 정부가 서울과 수도권 일부를 규제 지역으로 묶자, 바로 그 옆의 경기도 구리, 화성, 김포가 급등했다. 이들 지역은 서울 접근성이 뛰어나거나, 비교적 규제가 덜한 틈을 타 투기적 수요는 물론 실수요까지 몰리면서 시장 과열을 주도했다.
이들 지역의 아파트 값이 급등세를 보이자 정부는 불이 옮겨붙은 이 지역들마저 다시 규제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만약 이들 지역도 규제 지역으로 묶어버리면. 문제는 그다음이다. 구리, 화성, 김포가 묶이면, 그 옆에 있는 파주, 양주, 군포 등 또 다른 비규제 지역으로 투기 수요가 이동할 것이 자명하다.
‘규제 → 풍선효과 → 또 다른 규제 → 또 다른 풍선효과’의 악순환이 끊임없이 반복되면서, 규제 지역은 늘어나고 비규제 지역은 사라지는 ‘규제 전국화’라는 비극적인 결말을 향해 가고 있다. 마치 정부가 전국을 돌아가면서 부동산 투기장으로 만들어버리는 형국이다.
정책의 근본적인 오류는 시장 상황을 무시한 수요 억제 정책으로 일관
정부의 규제 정책이 실패하는 근본적인 이유는 시장의 원리를 무시하고 수요 억제에만 매몰되어 있기 때문이다. 부동산 가격은 단순히 투기 세력 때문에 오르는 것이 아니라, 공급 부족과 유동성 증가라는 근본적인 요인에 의해 결정된다.
대출을 조이고, 세금을 강화하고, 거래를 막는 등의 수요 억제책은 단기적으로 거래를 얼어붙게 할 수는 있어도, 주택을 소유하려는 국민의 기본 욕구와 부족한 주택 공급량이라는 본질적인 문제를 해결하지 못한다. 오히려 현금을 가진 ‘현금 부자’들에게만 집을 살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여,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은 대출)’이라도 해서 내 집 마련을 꿈꾸던 무주택 서민들의 ‘주거 사다리’를 걷어차는 결과를 초래한다.
과거 수많은 정권이 규제 폭탄을 쏟아냈지만, 집값이 잡힌 사례는 거의 없다. 규제가 강력할수록 실수요자들은 관망세로 돌아섰고, 그 사이에서 가격은 또 한 번 폭등했다. 규제 지역이 넓어질수록, 내 집 마련의 기회는 요원해지고, 국민들의 정부 정책에 대한 신뢰는 바닥을 칠 수밖에 없다.
이제는 정책의 방향을 틀어야 할 때
정부는 이제라도 규제 정책 만지작거리기를 멈춰야 한다. 더 이상 시장 상황이 변할 때마다 규제를 확대하는 ‘샤워실의 바보짓’을 반복해서는 안 된다. 노벨경제학상 수상자인 밀턴 프리드먼은 샤워실에 들어가 적정온도의 물을 기다리면 되는데 뜨거운 물을 틀었다가 너무 뜨거우니까 차가운 물은 트는 바보짓을 반복하는 것을 “관료들의 일관성없는 갈팡질팡 정책 때문에 사회적 낭비가 크게 발생하게 된다”고 비유했다.
가장 확실한 답은 꾸준하고 예측 가능한 공급 확대이다. 노태우 정부가 200만 호 공급 공약을 통해 1기 신도시를 건설하여 장기적인 집값 안정의 기반을 마련했듯이, 현 정부도 서울 및 수도권의 양질의 주택 공급을 대폭 늘려야 한다. 재건축·재개발 규제를 과감히 완화하여 도심 내 주택 공급을 촉진하고, 보유세는 점진적으로 인상하고 거래세는 인하하는 등 시장 친화적인 세제 개편을 통해 투기 수요를 흡수해야 한다.
부동산 정책의 최종 목표는 집값을 잡는 것이 아니라, 모든 국민이 합리적인 가격에 안정적으로 거주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는 것이다. ‘풍선효과’를 잡겠다고 전국을 규제하는 방식은, 결국 전 국민을 부동산 시장의 불안정성 속에 가두는 결과를 낳을 뿐이다. 정부는 시장상황에 맞는 ‘일관성 있는 정책’과 ‘시장의 신뢰’를 회복하는 길만이 부동산 시장을 안정화시킬 수 있음을 깨달아야 한다.
글쓴이=시사뉴스 박성태 대기자

배재고등학교 졸업
연세대학교 졸업 행정학 박사
전 파이낸셜뉴스 편집국 국장
전 한국대학신문 대표이사 발행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