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가 헤지펀드 위안화 공격 재개… "3년래 40% 가치 하락"

2016.02.01 12:20:02

[시사뉴스 강철규 기자] 미국 헤지펀드계의 큰 손들이 다시 중국 위안화에 대한 공격을 시작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는 세계자본주의의 본산격인 월가와 세계 주요 2개국(G2) 중 하나인 중국 간 한 판 승부가 펼쳐지기 시작했다고 31일(현지시간)보도했다.

미국 헤지펀드계의 대부인 조지 소로스와 빌 애크먼 등 큰 손들은 일제히 중국 위안화 가치 하락을 점치면서 일제히 매도(쇼트) 포지션을 취하고 있다. 월가의 분석가들은 앞으로 3년안에 위안화의 가치가 40%까지 떨어질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월가의 큰 손 중 하나인 헤이먼 캐피탈 매니지먼트(Hayman Capital Management)는 최근 주식과 채권, 원자재 등 큰 덩치의 자산을 모두 팔아치웠다. 위안화와 홍콩 달러 등 아시아 통화를 공격하기 위한 ‘총알’을 마련한 것이다.

헤이먼 캐피탈은 이렇게 조달한 자금의 85% 정도를 위안화 및 홍콩달러의 가치 하락으로 이득을 취할 수 있는 상품에 투자를 했다. 헤이먼 캐피탈의 창업주인 카일 배스는 앞으로 3년 안에 위안화가 40% 정도 떨어질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배스는 “진도의 크기를 비교한다면, (2008~2009년) 서브프라임 위기 때 보다 훨씬 큰 것”이라고 말했다.

드퀘스터 캐피탈 회장인 스탠리 드러큰밀러와 그린라이트 캐피탈의 데이비스 아인혼, 헤지펀드 매니저인 데이비스 테퍼 등도 위안화 공격에 가세를 하고 있다.

경기침체를 예상하는 자본들은 여러 가지 방법으로 중국의 위안화를 공매도 하고 있다. 일부는 위안화의 역내 및 역외 환차익을 겨냥한 투자를 하고 있다. 시장의 가치를 민감하게 반영하는 역외시장에서 싸게 거래되는 위안화를 사들인 뒤 중국정부의 환율 방어막 안에 있는 역내 시장에서 비싼 값으로 되파는 방식이다. 그들은 또한 홍콩 외환시장의 환율과 상하이 외환시장에서의 환율 격차를 이용하고 있다.

헤지펀드들의 이같은 움직임은 최근 중국과 소로스 간 가시 돋친 설전이 오가는 등 민감한 상황에서 이루어지고 있다. 공격의 포문을 먼저 연 것은 소로스였다. 소로스는 지난 1월 21일 스위스 다보스에서 열린 세계경제포럼WEF) 연차총회에서 블룸버그통신과 가진 인터뷰에서 “중국 경제의 경착륙은 사실상 피할 수 없다”며 “(경착륙을) 예상하는 것이 아니라 지켜보고 있다”고 말했다.

중국 당국은 이 같은 헤지펀드들의 움직임을 강하게 비판했다. 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는 1월 26일 '중국을 향해 선전포고? 하하'라는 제목의 사설을 1면에 싣고 소로스를 ‘금융계의 악어’라고 비난했다. 사설은 소로스가 중국을 향해 선전포고를 했지만, 위안화와 홍콩달러에 대한 투기적인 공격은 성공할 수 없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앞서 지난 1일 23일 중국 관영 신화통신도 소로스를 겨냥해 “중국 경제가 실패할 것이라고 믿는 사람들이 있다”며 “이들의 무모한 투기와 사악한 공매도는 더 큰 비용만 치를 것”이라고 비판했다.

중국의 서릿발 같은 맞대응은 일부 펀드 매니저들을 주춤하게 만들었다. 일부 거래자들은 위안화에 대한 베팅을 줄이거나 아예 ‘숏 베팅(매도 베팅)’에서 빠져나가기도 했다.

중국은 3조3000억 달러(약 3989조 원)에 달하는 세계1위의 외환보유고를 자랑하고 있다. 또한 중국정부는 환율전쟁을 수행하기 위한 여러 가지 수단과 총알을 확보하고 있다. 예컨대 올해 초 중국 정부는 위안화 방어를 위해 정부 기관들을 통해 홍콩 시장에서 위안화를 엄청난 규모로 사들였다. 그 결과 하루아침에 위안화 가치가 가파르게 오르면서 차입에 드는 비용은 66%나 치솟았다.

그럼에도 최근 위안화 약세에 대한 예상으로 대규모 자본의 ‘중국 엑소더스’가 이어지고 있다. 헤지펀드들은 중국이 경기부양을 위해 위안화 약세를 더 방치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이런 전망에 따라 월가의 헤지펀드들은 다시 위안화에 대한 공격을 재개하기 시작했다.

헤이먼 캐피탈은 지난해 중국의 은행 시스템을 검토한 결과 은행 빚이 놀랄만큼 빠른 속도로 늘어나고 있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그 이후 헤이먼 캐피탈은 위안화 약세에 베팅을 하기 시작했다. 헤이먼 캐피탈의 분석가에 따르면 중국 시중은행들은 현재 대출기한이 지난 부실 대부금을 2% 정도 안고 있다.

헤이먼 캐피탈은 앞으로 중국 시중은행들의 부실 여신의 규모는 가파르게 증가하고, 인민은행은 이들을 구제하기 위해 수조 달러를 투입해야 할 것이며, 이는 결국 위안화 약세로 이어지는 수순을 밟게 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2008~2009년 미국의 금융위기 당시 연방준비은행(FRB)이 미국의 은행과 금융기관에 구제금융을 쏟아부어야 했던 상황이 중국에서도 발생하게 될 것이라는 분석이다.

광범위한 규모로 위안화에 대한 공격이 시작된 시점은 지난 해 8월이다. 당시 인민은행은 위안화 가치를 달러 대비 2%나 절하했다. 당시 인민은행의 이런 조처는 앞으로 위안화와 달러의 연동이 폐기될 것이라는 예측을 낳았다. 대신 복수통화바스켓 도입을 통해 위안화 가치 하락을 유도함으로써 중국경기의 부양을 이끌 것이라는 분석이었다.

이런 예측에 따라 당시 많은 헤지펀드들이 앞다퉈 위안화의 약세에 베팅을 했다. 포인트스테이트(PointState)는 이를 통해 지난해 15%의 수익을 올렸고, 올해 들어서도 지난 1월 중순까지 5% 이상의 수익을 올렸다.

강철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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