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뉴스 강철규 기자] 대(對)이란 경제제재가 상당 부분 해제되면서 10년 가까이 해외투자자 손길이 닿지 않은 테헤란 증시가 활짝 열렸다.
17일(현지시간) 블룸버그 통신은 시가총액 900억달러(약109조1700억원)에 달하는 이란 테헤란 주식시장이 해외투자자들에게도 개방됨에 따라 중동 금융시장에 지각변동이 일어날 수 있다고 보도했다.
이란 주식시장은 세계 15위권에 드는 한국 유가증권시장(1월15일 기준 1188조6694억원)에 비하면 10% 수준도 안 되는 작은 규모지만, 중동지역에서는 5번째로 큰 시장이기 때문에 지역경제에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중동 1위 규모로 지난해 5월 외국인 투자자에 개방된 사우디아라비아 주식시장(시총 3360억달러·407조5690억원)과 글로벌 투자자금 유치를 위해 직접적인 경쟁을 벌일 예정이다.
몇몇 글로벌 투자자는 이란 증시에 합법적으로 투자할 수 있었지만, 현지은행에 대한 각종 금융제재로 자금운용에 어려움을 겪어왔다. 하지만 이번 금융제재 해제로 해외에서도 은행간 결제망 '스위프트(SWIFT)'를 통해 이란 주식에 직접 투자할 수 있게 됐다.
ACL자산운용의 레자 솔탄자데 이사는 "이란증시 개방 초반에는 공격적이고 용감한 펀드매니저와 자산관리사들이 시장에 들어올 것"이라며 "이들은 앞으로 6~8개월 안에 이란증시에 10억달러(약 1조2113억원)까지 투자할 전망"이라고 말했다.
솔탄자데 이사는 이어 "이란시장의 리스크를 이해하는 투자자들이 초석을 다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란시장의 가장 큰 위험은 이란 핵 개발과 관련한 의혹이 다시 제기될 경우는 제재가 다시 복구되고 진행 중이던 거래와 투자도 모두 무효로 하는 스냅백(Snapback) 조항이다.
또 미국 국적 투자자들 이란에 직접 진출하려면 별도로 해외자산통제국(OFAC) 허가를 받아야 하기 때문에 세계 최대 금융시장인 미국의 안정성과 분리되는 위험이 존재한다.
이같은 리스크 때문에 이란 증시에 제제해제 초반 러시는 일어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이는 미국계 기업이 아니더라도 국제적인 대규모 금융투자회사라면 지나친 위험요소를 보유한 이란시장 투자는 '컴플라이언스(Compliance·내부규정 준수)' 문제를 일으키기 때문이다.
미국 법무법인 셔먼앤스털링(Shearman & Sterling)의 댄포드 뉴콤 변호사는 "주요 유럽금융투자회사들도 미국과 거래를 하면서 미국식 컴플라이언스 기준을 도입했다"라며 "이란시장에 미국 경제제재가 상당 부분 남아있는 상항에서 쉽사리 투자를 강행하기 힘들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이란을 제외한 걸프지역 증시는 일제히 급락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사우디 증시는 17일 5.4% 떨어지면서 2011년 3월 이래 최저치를 기록했다.
하지만 이란 테헤란증시(TEDPIX)는 16일 2.11% 올랐으며, 지난해 12월 이후 0.9% 상승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