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뉴스 강철규 기자] 지난 7월 두번 째로 탈옥한 국제마약조직 시날로아의 총수 호아킨 구스만은 탈옥과 도피 과정에서 철통같이 비밀을 유지해 6개월 동안이나 오리무중이었으나 자신의 일대기가 멋진 영화가 될 수 있다는 꿈 때문에 체포된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경비가 가장 삼엄한 멕시코 감옥에서 독방의 샤워실 지하로 뚫린 대형 하수관과 땅굴을 통해 경비병과 간수들 코앞에서 감쪽 같이 사라졌고 그 후 족적을 잘 은폐해 수사진의 애를 태웠다.
하지만 자신의 일생이 영화로 제작될만 하다는 생각을 버리지 못했던 구스만은 여배우들과 제작자들과 연락망을 유지했으며 이것이 새로운 수사 단서들 중의 하나가 되어 결국 체포하기에 이르렀다고 멕시코 검찰총장 아렐리 고메스는 말했다.
그는 체포된 구스만을 비행기로 태워 압송하기 전에 가진 기자회견에서 헐리우드의 꿈이 체포에 도움이 되었다고 정식으로 인정했다.
멕시코 경찰은 지난 해 10월 구스만이 두랑고 주 시골에 있다는 사실을 알고 수색대를 보냈지만 그가 두 명의 여자들과 아이 한명과 함께 있어 사격을 하지 못하고 추적 중에 다시 그를 잃어 버렸다.
그 이후로 구스만은 철저하게 몸을 숨기고 일체의 통신도 하지 않아 종적이 묘연했다가 12월에 로스모치스로 옮겨간 뒤에 다시 추적이 가능해졌다.
멕시코 검찰은 이번에 순전히 멕시코 군경의 수사력으로 그를 체포했는데도 2년전에 그를 처음 체포했을 때처럼 자축 행사를 갖거나 축제 기분을 내지 않고 숙연한 분위기 속에서 그를 재수감했다.
두랑고주에서 헬기로 멕시코 시티로 이송한 뒤 원래 있던 교도소로 이송할 때까지 이렇다 할 행사도 대대적인 수사 발표회도 하지 못한 것은 세계적인 마약범이 그런 방식으로 탈옥한 데 대한 수치심 때문인 것으로 해석되고 있다.
이에 과거에는 미국으로의 범인 인도에 극구 반대했던 검찰이나 정부 인사들까지도 미국정부의 끈질긴 범인 인도요구에 긍정적으로 반응하고 있으며, 멕시코의 보안 전문가인 알레한드로 호프는 "빨리 보내버려야 한다, 이것은 거의 강제된 조치나 같다"는 의견을 내놓고 있다.
1993년 최초로 체포돼 20년 형을 선고받은 구스만은 2001년에도 세탁물 운반수레에 숨어 철통같은 경비의 교도소에서 탈옥한 것으로 알려져 그의 탈옥 방법은 충분히 영화의 장면들을 연상시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