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성태 칼럼】‘망운지정’ 호소했는데 ‘추캉스’만 늘어

2020.09.30 10:27:31

[시사뉴스 박성태 대표 겸 대기자] 지난 27일 정세균 국무총리는 올 추석연휴 최고의 선물은 '망운지정'(望雲之情)이라면서 귀성을 자제하는 추석특별방역 대국민 담화를 발표했다.

 

‘망운지정’. 멀리 고향 떠나온 자식이 고향에 계신 어버이를 찾아뵙지는 못하고 사모하여 그리는 정이라는 뜻인데 추석을 맞아 성묘나 고향을 찾기보다 최대한의 이동을 자제하고 가능하면 ‘집콕’을 하라는 당부였다.

 

코로나19 방역 상황이 얼마나 중요하고 위중했으면 추석명절임에도 고향에는 가급적 가지 말라고 총리가 나서서 대국민 담화까지 했을까. 본인은 연휴 첫날 공관에서 근무 중이고 연휴기간에도 계속 방역상황을 챙긴다고 한다.

 

총리의 담화가 있기 전부터도 고향의 백발 어르신들이 “이번에는 안와도 된다.”며 피켓, 플랜카드까지 들고 나와 고향방문 자제를 호소하는 이벤트(?)까지 연출됐다.

 

지난 5월 연휴, 8월 연휴 이후 확진자 급증이라는 학습 효과가 있었기에 정부가, 방역당국이 추석 명절 이동과 모임의 자제를 당부할 수밖에 없음은 너무나 당연하다.

 

그런데 본격 추석 귀성행렬이 시작된 29일 서울역과 김포공항 등은 일찌감치 귀향길에 오르는 귀성객들과 추석 연휴를 이용해 '추캉스'(추석+바캉스 합성어)를 떠나는 여행객들로 붐볐다.

 

지난 27일 한국공항공사에 따르면 전국 14개 공항의 추석 연휴 이용객은 96만3000명으로, 지난해 128만5000명의 75% 수준이라고 한다.

 

고속도로 통행량도 작년 추석 연휴 전날 같은 시간과 비교하면 교통량이 그다지 줄어들지는 않았다는 게 도로공사의 설명이다. 이날 전국 교통량은 479만대로 지난 설과 비교하면 30% 수준 줄어들었지만 예상보다 엄청난 통행량을 기록하고 있다.

 

주로 귀성객들이 이용하는 서울역이나 고속버스 터미널은 상대적으로 한산했다. 이는 정부가 공식적으로 고향을 가지 말라고 했으니 고향을 안 가는 대신 추캉스를 즐기려는 사람들이 늘었다는 방증이다. "명절 스트레스 없이 이번에는 가까운 지인들과 함께 여행을 가기로 했다"는 한 가정주부의 말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29일 제주관광협회 등에 따르면 30일부터 10월4일까지 추석 연휴 5일간 제주도를 찾을 것으로 예상되는 인원은 20만 명가량으로 하루 평균 4~5만 명이 제주도에 들어온다는 것이다. 이는 코로나가 확산하기 전 주말 수준이라는 게 제주관광협회의 설명이다. 그런데 실제로는 약 35만 명 이상이 제주도에 몰린다는 보도도 있다.

 

제주뿐만 아니라 전국 각 여행지 숙소는 이미 모두 예약이 꽉 찼다고 한다. 전국의 대형리조트들은 객실예약이 거의 완료됐다고 한다. 언론에서 힐링 장소로 자연휴양림이 좋다고 하니 전국의 자연휴양림은 완전 풀 부킹이다. 캠핑장도, 골프장도 마찬가지다.

 

심지어 여행 관련 온라인사이트에는 여행 동행자를 구하는 게시글이 넘쳐나고 있다. 전국각지에서 서로 모르는 사람들이 모여 며칠씩 함께 여행하는 과정에서 코로나19 감염에 취약한 상황이 얼마든지 발생할 수 있는데도 그들은 아랑곳하지 않는다. 방역당국의 노력이 무색하다.

 

이 같은 현상은 신규확진자수가 지난 8월 11일이후 최저치를 기록하고 있으니 여행계획이 없던 사람들까지 추캉스 대열에 합류한 것이 아닌가 싶기도 하다. 30일 다시 113명으로 세 자리수가 되었지만 지난 일주일 동안의 신규 확진자를 보면 23일 110명, 24일 125명, 25일 114명, 26일 61명, 27일 95명, 28일 50명, 29일 38명으로 ‘코로나 뚫고서라고 가자’는 심리적 부추김도 작용한 듯하다.

 

코로나19 펜데믹으로 실물 경제가 망가져 있는 이때 여행도 하고 외식도 하면 경제가 살아난다는데 이견은 없다. 정부가 59년 만에 4차 추경을 편성, 소산공인과 사회안전망 취약계층을 지원하고 있는 이유도 실물경제를 살리기 위해서임을 잘 안다.

 

그런데 5월, 8월 연휴의 악몽이 만약 되살아난다면, 그때 치러야 할 사회적 비용은 감당하기 어려울 정도가 될 것이다.

 

공영방송인 KBS뉴스 앵커가 이번 추석에는 가족들이 모이더라도 식사시간 외에는 마스크를 쓰고 대화를 하자고 보도할 정도인데 전국의 여행지에는 구름 인파가 모여 들고 있는 있다는 것은 뭔가 어색해 보인다. 추석연휴기간 ‘집콕’하는 사람들은 여행 갈 여건이 안 되거나 정부시책을 믿고 따르는 사람들이다. 여행가서 힐링하고 싶은 마음은 누구나 다 갖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가족끼리 ‘집콕’하는 사람들은 연휴에도 고생하는 방역당국 관계자들에게 도움을 주고자 하는 고마운 사람들이다.

 

박성태 sungt57@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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