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성태칼럼]예의는 고사하고 양심도 없어…인성 재교육 시급

2020.06.11 06:56:58

 

 

[박성태 배재대부총장] 며칠 전 KTX 객실 안. 객차 내 방송과 화면으로 마스크 착용에 대한 안내가 이어지는 가운데 바로 뒷좌석에서 객실승무원의 다급한 목소리가 들렸다.

 

“선생님 마스크 착용하셔야 됩니다. 안 쓰시면 승차 거부할 수 있는데 어떻게 타셨어요? 착용 좀 부탁드릴게요.” “마스크 없어. 내가 괜찮다는데. 에이XX. 조금 있다 내린다니까...(이하생략)” 차마 듣기조차 민망할 정도로 마스크 미착용 승객은 당당하고 큰 목소리로 외쳤고 승무원은 애원하다시피 부탁을 한다.

 

‘내가 괜찮다는데 네가 무슨 상관이야.’ 최근 들어 귀에 익숙한 멘트다. 코로나19 집단감염의 촉매제 역할을 했던 이태원클럽, 포차, 코인 노래방, 개척교회 소모임, 탁구장, 다단계식 건강용품판매 등 n차 감염 진원지를 다녀간 사람들의 공통적인 멘트다. ‘걸려도 내가 걸린다.’ 라는 자신만만함과 비양심적인 행동은 결국 코로나19 생활감염 확산을 불러왔고 정말 많은 사람을 생활방역 올가미에 묶는 결과를 초래했다.

 

나 하나 편하자고, 내 마음대로 한 행동이 주변에 엄청난 피해를 주고 있다는 사실이 눈앞에서 벌어지는 데도 아랑곳 하지 않는다.

 

법으로 강제할 수도 없고 양심과 자발적 동참에 호소할 수밖에 없는 생활방역. 의외로 나 몰라라 지키는 않는 사람이 너무나 많음을 곳곳에서 목격한다.

 

예의는 고사하고 양심이 없는 사람들의 언행은 이 정도는 어쩌면 약과다.

 

요즘 계속 나오는 뉴스 가운데 “설마 사람의 탈을 쓰고 그랬을까” 하는 내용들은 우리를 경악케 한다. 의붓아들을 가방 안에 가둬 숨지게 하고, 의붓딸을 굶기고 담뱃불로 지져 쫒아내고, SUV 승용차가 자기 딸을 건드렸다고 자전거를 탄 어린이를 어린이 보호구역에서 일부러 치는 일까지. 자기 차를 허락 없이 밀었다고 아파트 경비원을 폭행해 자살에 이르게 한 일도 있었고 서울역에서 지나가는 여성을 아무 이유 없이 폭행한 남성도 있었다.

 

지난 9일에는 긴급재난기금과 관련해 여성 공무원을 때려 기절시켜 놓고 그 옆에서 아이스크림 먹은 남자 민원인의 모습을 담은 영상이 공개돼 보는 이들의 공분을 샀다.

 

얼마 전 우연히 모 지상파 방송의 “분노사회, 우리를 왜 화가 나있나‘라는 프로그램을 시청하면서 뉴스로 접하지 못했던 다양한 분노범죄들을 마주하게 됐다.

 

이러한 분노범죄는 분노조절장애로 인한 범죄가 대부분인데 이 같은 분노조절장애는 남의 일이 아니고 나의 일, 우리 가족의 일 일수 있어 각별히 관심을 가지고 대처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분노조절장애란 화가 나는 상황에서 그 정도를 스스로 조절하지 못하고 지나칠 정도로 표출하는 성격 장애를 말하는데 요즘 들어 왜 이 같이 분노조절이 안 되는 사람들이 많아진 걸까.

 

한마디로 인성교육 부재(不在)에서 기인됐다고 감히 단언한다.

 

우리나라는 종교분쟁이 없는 나라 중에 하나다. 종교분쟁이 일어나는 이유로 다민족이거나, 정치 경제적으로 불안정하거나, 역사적 갈등이 있는 경우여서 우리나라는 해당사항이 없어 그렇다고 한다.

 

하지만 유독 우리나라는 ‘삼강오륜(三綱五倫)’을 중시하는 유교문화가 그동안 자리 잡고 있어서 종교분쟁이 일어나지 않는다고 어느 사회학자가 분석하기도 했다. 이 주장에 전적으로 동의한다.

 

우리나라는 ‘동방예의지국’(東方禮儀之國)‘으로 중국과 일본을 능가하는 정신적 문화 선진국이었으며 그러한 예절과 예의를 중히 여기는 민족으로 그동안의 수난을 이겨내며 서로 양보하며 배려하며 상호 이해하며 지금까지 잘 버티어 온 나라다.

 

그러나 고도경제 성장기에 접어들며 ‘1등만이 살아남는 성과만능주의’가 팽배하면서 모든 교육은 성과와 결과위주의 줄 세우기식 교육으로 변질되어 버렸다. 심지어 가정에서마저 핵가족화, 노인 경시 풍조 등이 겹쳐지면서 소위 말하는 ‘밥상머리교육’도 사라져 버렸다.

 

본격적인 고도경제성장기인 1970년 이후 태어난 사람들은 오로지 ‘나’ 밖에 모르고 ‘나’이외의 다른 사람은 심지어 가족까지도 적으로 간주, 자기가 가는 길에 방해가 되면 가차 없이 박살을 내어버려야만 직성이 풀리는 분노조절장애인가 되어버리는 것이다.

 

최근 코로나19사태로 공교육이 비대면 원격수업 위주로 전환되면서 안 그래도 아쉬움이 많은 인성교육이 갈 길을 잃은 둣하다.

 

분노조절장애로 발생하는 분노범죄의 사회적 비용을 감안하면 국가적 차원에서 인성 재교육에 대한 프로그램이 절실하다. 국가예산은 이런 데 쓰라고 있는 것이다. 인성 재교육! 한 시가 급하다. 정부에 앞서 우리 가정부터 인성교육에 나서자,

박성태 배재대 부총장 sungt57@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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