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성태 칼럼] 성능 좋은 차와 경험 많은 운전자도 있는데 기름이 없다면

2020.06.03 17:11:56

[박성태 배재대 부총장] 아주 성능이 뛰어난 차를 가진 사람, 운전에 관한 한 둘째가라면 서러운 사람, 아주 좋은 여행 코스를 알고 있는 세 사람이 한자리에 모였다. 

 

그들은 평생에 한번 있을까하는, 아무도 가보지 않은 멋진 여행을 위해 계획을 짜기 시작했다. 몇 달간 무려 수십 차례 만났다. 저마다 좋은 여행이 되기 위해서는 ‘차가 좋아야한다’, ‘운전을 잘 해야한다’, ‘가이드가 좋아야한다’, ‘서로 싸우지 말고 협업해야한다’. 정말 많은  부분에 대해 의견을 교환하고 협의에 협의를 거듭했다. 그리고 계획을 완성했다. 누가 봐도 멋지고 훌륭한 계획이었다. 

 

그들은 계획 실행을 위해 차의 성능유지를 위한 사전 점검을 하고, 운전자는 무사고 운전을 위해 컨디션 조절도 했고, 좋은 여행지를 안내할 가이드는 거의 완벽할 정도로 도상연습을 마쳤다. 그리고 이 여행에 동승할 사람들을 모으기 시작했고 멋진 여행이 될 것이라는 확신에 주변에서 관심도 보이고 실제 참여의사를 보이기도 했다.

 

아뿔싸. 그런데 차가 움직이는데 필수적인, 너무나 중요한 기름이 없다는 것을, 계획을 다 완성하고, 주변에 다 알리고 난 뒤에 깨닫게 됐다.

 

기름은 주유소에서 넣으면 되는데 기름 넣을 돈이 세 사람 아무에게도 없음을 알고 그들은 낙담했다. 

 

차주가 얘기했다. 차를 구입한지 4년 동안 어렵사리 기름을 구해 차를 운행했는데 이 멋진 여행을 위한 기름 넣을 방법은 정말 찾기가 어렵다고 했다. 그러면서 이 멋진 여행은 기름 넣을 돈이 생길 때까지 잠시 미루자고 했다. 그러자 운전자와 여행가이드는 그동안 들인 노력이 아깝다며 기름 살 돈을 꾸어서라도 출발하자고 주장했다. 그들은 아직 기름 살 돈의 조달방법에 대해 결론을 못 내고, 당연히 여행은 출발도 못하고 있다. 

 

이는 어느 영세 1인사업자의 얘기다. 

 

그는 코로나19가 펜데믹(세계적으로 전염병이 대유행하는 상태)상황인 현시점에 바이러스의 감염 예방을 할 수 있는 아이템을 개발해 놓고도 임상실험비용, 원료 조달비용을 감당하지 못해 전전긍긍하고 있다. 그 옆에 운전자로 역할을 하는 사람과 여행가이드도 해당 분야에서는 최고 전문가로 손꼽히지만 자금이 없다는 사실 앞에서는 속수무책일 수밖에 없었다.

 

마침 중소벤처기업부가 중소기업·소상공인의 경제위기 조기극복과 경영안정화, 1인 창업 등에 대한 지원을 확대할 방침을 밝혀 이들의 행보에 도움을 줄 수 있을지 모르겠다.

 

중기부는 2020년 제3회 추경예산안을 3조7000억원으로 편성하고 자금 확보가 어려운 소상공인과 중소기업, 비대면·디지털 분야 창업·벤처기업에 35조원 수준의 보증 공급을 추진한다고 3일 발표했다. 중기부는 이를 위해 우선 신용보증기금을 통해 코로나 특례, 소상공인 2차 금융 패키지 등의 보증 26조7000억원 수준을 공급하고 기술보증기금을 통해 비대면‧디지털 분야 기업 특례보증(1조원), 소상공인 특례보증(0.3조원) 등 1조4000억원 규모의 보증을 공급한다고 밝혔다.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2018년말 현재 전국의 1인 창업기업은 총 27만1375개며, 소상공인은 274만 227개에 달한다. 

 

이들 기업에게는 단비와 같은 소식이지만 이런 혜택을 받는 기업은 그리 많지 않다는 것이 영세기업인의 말이다. 신청 자체도 하늘의 별따기이지만 기업 운영은 시간을 다투는데 자금지원을 받는다하더라도 사업시기를 놓친다는 것이다. 

 

결국 그는 누군가가 이 아이템을 검증, 임상실험 실습을 해 효능이 입증되면 전국적으로 코로나19 방역에 보탬이 되도록 하겠다고 주장했다. 꼭 돈을 벌기위해서가 아니라 지금의 펜데믹 상황에 조금이나마 도움을 주기위해서 라고 강조한다.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신생기업 10곳 중 7곳이 5년 내 폐업한다. 2017년 기준 신생기업은 91만3000개로 이중 1년 생존율'은 65.3%로 기록됐고 기간을 5년으로 설정하면 생존율은 28.5%로 떨어졌다. 

 

이들 기업이 망하는 이유는 아이템이 엉성하거나 기업운영을 잘 못해서가 아니라 대부분 자금난이다. 자금난을 견디다 못해 대기업에 M&A를 당하거나 스스로 문을 닫아버리는 것이다.

 

세계 어디에 내놓아도 손색없을 자동차를 갖고 있는 차주가 기름 걱정 없이 쌩쌩 달리게 할 방법을 빨리 찾아주어야겠다. 정부나 어느 자본가가 그 자동차와 운전자, 가이드의 진가를 확인하도록 하는 방법이 무엇이 있을까.

 

 

박성태 배재대 부총장 sungt57@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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