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뉴스 강철규 기자] 사우디아라비아가 지난 2일(현지시각) 시아파 지도자 님르 알님르 등 47명에 대한 사형을 집행해 논란이 된 가운데, 사우디 국민이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정부를 옹호하는 해시태그(hashtag·#) 운동을 벌이고 있다.
5일 영국의 중동 전문 매체 미들이스트아이(MEE)에 따르면 사우디 국민들은 '#사우디 내 47명의 테러리스트에 대한 처형(#the_execution of_47_terrorists_in_SaudiArabia)'이라는 해시태그를 달고 정부를 옹호하는 내용의 트윗을 올리고 있다.
시아파 밀집 지역인 사우디 동남부 지역에서는 항의 시위가 일어나고 있지만, 나머지 국민 중에는 이번 처형을 비판하는 사람들이 거의 없다고 MEE는 보도했다.
해시태그 운동을 벌이는 사우디 국민들은 이번에 처형된 사형수 대부분이 수니파 무장조직 알카에다 조직원이라고 주장한다. 국가 안보를 위협하는 테러리스트이기 때문에 법에 따라 처형하는 것이 정당하다는 의견이다.
정부 결정을 지지하는 내용의 삽화도 SNS를 통해 퍼지고 있다. 전통 복장을 한 살만 사우디 국왕이 검을 들고 전투에 준비하는 듯한 모습을 그린 삽화다. 삽화에는 '조국을 파괴하려는 사람은 모두 법을 어긴 자의 운명에 처하게 될 것이다', '테러리스트에 대한 유일한 처방은 날카로운 검. 여기에는 수니파와 시아파의 차이가 없다'는 문구도 들어있다.
사우디 칼럼니스트들도 이번에 사형된 사람들은 모두 테러리스트였다며 처형을 옹호하는 글을 썼다. 하마드 알마제드 리야드 이맘대학 교수는 사우디 정부 일간지 알샤르크에 기고한 글에 "사우디 정부는 국내서 활동하는 '이슬람 국가(IS)'와 주변 국가, 즉 이란으로부터 위협을 받기 전까지 사형을 집행하지 않아 국내 안보가 위험한 단계까지 올랐다"고 주장했다.
알마제드 교수는 "처형된 사람들을 살펴보면 1~2종류로 분류할 수 있다. 이란을 지지하거나 IS·알카에다 조직에 몸담고 있는 사람들"이라며 "이들은 모두 사우디 내에 혼란을 부추기고 테러리즘을 퍼뜨리려고 하는 사람들"이라고 썼다.
이번 처형이 수니파와 시아파간 종파 갈등에 따른 것이 아니라는 해시태그도 번지고 있다.
'#시아파는 모두 이란인이 아니다. '종파 갈등' 레토릭에 반대한다(#The_Shia_are_not_all_Iranian
Anti-sectarian rhetoric)'라는 해시태그로 이번 처형이 종파 갈등에 따른 것이 아니라는 주장을 하고 있다. 이 해시태그는 레바논의 시아파 언론인이 수니파와 시아파 갈등을 완화하기 위한 목적으로 만들었다.
사우디 국민들도 사우디 국가는 하나라는 뜻을 강조하기 위해 이를 사용하고 있다. 수니파 사우디 국민만큼 시아파 사우디 국민도 애국적이라는 것이다. 사우디 네티즌들은 서방 언론이 종파 갈등을 부추기고 있다고 지적했다.
테헤란에 있는 사우디 대사관을 공격한 이란을 비난하기 위한 해시태그 '#그들은 이란 사회에 소속된 사람들이 아니다(#They are not Iranian community)'도 널리 퍼지고 있다. '그들'은 이번에 처형된 47명을 뜻하며, 이란이 사우디 내정에 간섭한다는 불만을 담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