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뉴스 강철규 기자] 사우디 아라비아 왕가가 예멘 내전 개입, 국제유가 하락 등 국내외 악재가 겹치면서 점점 궁지에 몰리자 이를 타개하기 위한 돌파구로 이란과의 국교 단절 카드를 꺼냈다는 분석이 제기됐다.
미 시사주간지 타임은 숙적 이란이 사우디 아라비아의 전통적인 역내 지배 및 미국과의 동맹 관계를 모두 위협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먼저 국외에서는 이란이 지난해 여름 미국을 비롯한 서방국가들과 극적으로 '핵 협상'을 타결짓고 화해무드가 조성되면서 관계 개선에 나서고 있는 점을 무시할 수 없다.
게다가 오랜 기간동안 이란 경제성장의 발목을 잡아온 여러 제재들이 일순간에 해제될 경우 국제사회에서 이란의 위상은 강화될 것이 확실하다.
반면 이란의 위상 강화는 사우디에겐 미국의 옆자리를 독차지할 수 있었던 '특권'을 박탈당할 수도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사우디는 연합군을 구성해 예멘 내전에도 개입하고 있지만 좀처럼 잘 풀리지 않고 있다. 오히려 자발적인 내전 개입이 사우디의 고립감만 더하고 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사우디 전문가인 영국 런던정경대 중동센터의 마다위 알라시드 방문교수는 사우디에 대해 "적대 세력에 둘러싸여 상처받기 쉽다"고 말했다.
사우디의 국내 상황은 더 안 좋다.
저(低)유가로 인한 예산 부족은 사우디 왕가에게 보조금 삭감과 연료가격 인상을 선택하도록 압박하고 있다. 왕가가 허리띠를 졸라맬 경우 2900만 명에 달하는 사우디 국민들의 불만을 사게 될 것이 확실하다.
섣부른 관측이지만 만약 사우디의 국내 민심이 급속도로 악화되어 자칫 성난 시위처럼 집단적으로 표출될 수도 있다. 알라시드 교수는 "그들(사우디 왕가)은 '아랍의 봄' 이후 국민들을 통제하고 있지만 의문을 갖게 한다"고 말했다.
중국전문가이자 주(駐)사우디 미국 대사를 역임한 찰스 프리만은 "사우디의 안정성에 대한 도전은 살만 국왕의 행동에 의해 증폭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살만 빈 압둘아지즈 알사우드 국왕은 1년 전 왕위를 물려받고 나라의 전통적인 통치구조를 뒤집었다.
당시 살만 국왕은 이복형제인 무끄린 빈 압둘아지즈 대신 후계자로 무함마드 빈 나예프 내무장관과 무함마드 빈 살만 국방장관을 각각 왕위 계승 서열 1, 2위로 지명했다. 내무장관과 국방장관은 각각 살만 국왕의 친조카와 친아들이다.
이에 대해 프리만은 "사우디 왕국은 이제 단일 라인으로 권력을 확고히 하고 있다"며 "의사 결정이 한 혈통으로 좁혀졌을 뿐만 아니라 심지어 오직 한 사람, 살만 국왕의 후손에 더 가까워졌다"고 분석했다.
이는 곧 사우디 왕가가 성급한 결정을 내릴 가능성이 높아졌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으로 사우디의 예멘 내전 개입을 한 예로 들 수 있다고 프리만은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