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뉴스 강철규 기자] 극단이슬람 무장세력 이슬람국가(IS)의 살해협박 편지가 17일(현지시간) 이탈리아의 안드레아 올란도 법무장관에게 배달됐다고 국영 안사(ANSA) 통신이 보도했다.
편지 봉투 안에는 칼라시니코프 소총에 쓰는 총알 두 발이 들어있었으며, 아랍어로 IS의 사인이 쓰여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편지에는 "우리는 로마에 와서 당신의 머리를 베어버리겠다. 알라는 위대하다"고 적혀 있었다고 이탈리아 법무부 대변인은 밝혔다. 과거에 올란도 장관이나 법무부가 이러한 종류의 협박을 받은 적은 없었다고 덧붙였다.
협박 편지가 발견된 뒤 수사당국은 편지의 진위 여부에 대한 조사에 착수했다. 이탈리아의 범죄조직들은 전통적으로 상대방 적에게 위협을 가하기 위해 전통적으로 총알을 보낸다.
IS가 파리 테러 직후 미국 워싱턴과 이탈리아 로마에 대한 테러를 공표한 적은 있었지만 특정 개인에게 편지로 협박한 전례는 없어 그 배경이 궁금증을 낳고 있다.
일각에서는 파리 테러 이후 이탈리아 당국이 전국의 불법 이슬람사원을 집중 단속·폐쇄 조치하고, 롬바르디아 등 일부 지방에서는 공공건물, 병원 등에서 부르카와 머리를 가리는 스카프 등 이슬람 전통복장의 착용을 금지할 정도로 대테러 보안조치를 강화한 것에 대한 반발로 해석하고 있다.
이 같은 IS의 협박에 대해 이탈리아 당국과 의회는 분노를 표출하는 한편, 법무장관과의 연대를 표명했다고 안사 통신은 보도했다.
마테오 렌치 총리는 법무장관에 대한 지지를 보냈고, 아프가니스탄에 주둔한 나토 군을 방문 중인 로베르타 피노티 국방장관도 현지에서 법무장관에게 전화를 걸어 위로했다.
올란도 법무장관과 전화통화를 가진 안젤리노 알파노 내무장관은 "이러한 말도 안 되는 협박으로는 그(법무장관)의 활동을 둔화시킬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라우라 볼드리니 이탈리아 하원 의장도 자신의 트위터를 통해 "이번 협박이 테러에 반대하는 법무장관의 노력을 막진 못할 것"이라고 했다.
이탈리아 지방자치단체협의회(ANCI)의 피에로 파시노 회장(전 법무장관·현 토리노 시장)은 IS의 위협에 대해 "심각하고 불안감을 주는 협박성 사건"이라고 지적했다.
이탈리아 의회의 반(反)마피아위원회의 로시 빈디 위원장은 비열하고 잔인한 협박 메시지의 실체를 규명해줄 것을 촉구했다.
이탈리아는 세계 곳곳에서 테러가 발생한 후 테러경보를 상향 조정했으며, 특히 로마에 경찰을 추가로 늘리고 보안 조치를 강화했다.
최근 몇 주 동안 이탈리아의 지하철과 광장, 주요 도시의 공공 장소에서는 테러와 관련한 많은 허위 경보가 있었다. 이로 인해 경찰은 배치인력을 늘렸고 시민들 사이에서는 불안감이 조성됐다.
17일에는 북부 밀라노 인근 지역의 고등학교에서 누군가가 교내 폭발물을 신고하면서 약 3500명의 학생들이 대피하는 소동이 벌어졌다. 하지만 경찰이 확인해본 결과 폭발물 신고는 허위로 드러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