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뉴스 김기철 기자] 국내 프로야구에서 보기 드문 정통파 언더핸드 투수 SK 와이번스의 박종훈(24)이 자신의 롤모델인 원조 핵잠수함 박정현(46·전 SK 와이번스)과 함께 마운드에 선다.
군산상고를 졸업한 박종훈은 2010년 SK에 입단, 데뷔 첫해와 이듬해까지는 두각을 나타내지 못하다가 상무를 다녀온 뒤 기량이 부쩍 늘었다.
올 시즌 구원과 선발을 오가며 24경기에 등판해 74이닝을 소화했다. 3승6패로 썩 좋은 성적은 아니지만 KBO에 흔치 않는 정통 언더핸드 투수로 SK 마운드에 없어서는 안될 존재다.
현재 KBO에서 활약하는 언더핸드 투수 가운데 박종훈처럼 마운드를 쓸 듯 릴리스 포인트를 가져가는 선수는 거의 찾아볼 수 없다. 같은 언더핸드 투수인 넥센 히어로즈 김대우와 한화 이글스의 정대훈 등과 비교해도 차이가 확연하다.
2000년 SK 창단 멤버로 한 시즌을 뛰고 은퇴한 박정현은 1980년대 후반부터 90년대 초반 프로야구를 대표하는 언더핸드 투수였다.
유신고를 졸업하고 1988년 태평양 돌핀스에서 데뷔해 통산 기록 65승54패21세이브 평균자책점 3.45를 기록했다. 1989년 19승10패 평균자책점 2.15를 기록하며 신인왕을 수상했다. 1992년까지 4시즌 연속 10승 이상을 쓸어 담았다. 이 기간 무려 47차례나 완투를 했다.
특히 1989년 준PO 1차전에서 삼성 라이온즈를 상대로 연장 14회까지 마운드를 홀로 책임지며 8안타 7탈삼진 무실점했다. 팀의 3-0 승리와 함께 14이닝 완봉승을 거두기도 했다.
박종훈은 평소 자신이 롤모델로 삼고 있는 박정현을 만나고 싶어했다. 본인과 비슷한 정통 언더핸드 투수를 찾아 보기 힘들기 때문에 그 만큼 자신의 투구폼에 대한 조언을 듣고 배울 기회가 다른 선수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적었다.
이 같은 박종훈의 고충을 알게 된 구단은 박정현이 캐나다에서 사업을 하다가 최근 귀국했다는 소식을 접하고 둘의 만남을 성사시켰다.
박종훈이 자신과 가장 투구폼이 닮은 선수로 꼽았던 대선배 박정현과 함께 15일 인천SK행복드림구장에서 펼쳐지는 두산 베어스와의 홈경기에 공동 시구를 맡게 된 것. 말그대로 신구 정통파 언더핸드 투수의 만남이다.
이날 시구에서 두 선수는 함께 마운드에 올라 SK 포수 정상호와 이재원의 미트를 향해 동시에 공을 뿌린다. 둘의 투구폼이 얼마나 똑같은지 확인할 수 있는 자리이기도 하다.
시구 후 박종훈은 평소 특이한 투구폼으로 인해 가졌던 여러 가지 궁금증을 대선배 박정현에게 물어보고 가르침도 얻을 계획이다.
박정현은 "SK 소속 선수 시절 도원구장에서만 공을 던져봤는데 인천SK행복드림구장에서 시구를 맡게 돼 설렌다"며 "후배 박종훈 선수에게 조금이나마 도움을 줄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 나중에 그가 잘 던지는 모습을 보면 보람될 것 같다”고 소감을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