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뉴스 김기철 기자] 한화 이글스가 70만 달러(미국 현지 발표 100만 달러)를 들여 영입한 에스밀 로저스(30) 효과를 톡톡히 보고 있다.
한화는 12일 수원 kt 위즈파크에서 열린 원정경기에서 kt 위즈를 13-4로 꺾고 시즌 첫 4연승을 달렸다.
올 시즌 한화는 7번이나 3연승에서 흐름이 끊겼다. 팀 분위기가 나쁘지 않을 때도 유독 4연승은 어려웠다.
한화는 지난달 15일 약팀인 롯데 자이언츠에 패해 7번째 도전에 실패했다. 이튿날 김성근 감독은 "4연승까지 끌고 갈 힘이 없다. 7회까지 던질 선발투수가 없다"고 원인을 분석했다. 실제로 혈전을 치르며 3연승을 가져간 한화는 4연승 도전에서 필승조 투입을 못해 패하곤 했다.
선발투수가 긴 이닝을 던지면 다음 경기까지도 좋은 효과로 이어진다. 불펜이 힘을 비축할 수 있다. 밥 먹듯이 선발투수를 조기교체한 후 불펜의 힘으로 버텨온 한화에는 해당 사항이 없는 얘기다.
한화도 선발진이 제 몫을 했던 시기가 있다. 6월초 미치 탈보트와 쉐인 유먼, 안영명, 송창식 등 선발진의 호투 속에 상승세를 맞았다. 9일에는 탈보트가 팀 시즌 첫 완투를 했다. 5할 승률에 머물렀던 한화는 승패 차이를 '+5승'까지 끌어올리기도 했다.
그러나 선발 로테이션이 금세 붕괴됐고 불펜에 의존하는 야구로 다시 돌아갔다. 8월 이후 필승계투조의 체력이 바닥나면 한화도 함께 무너질 것이라는 전망도 적지 않았다.
그런 한화가 8월 들어 단 한 명의 선발투수 덕분에 반전을 기대하고 있다. 미국프로야구(MLB) 뉴욕 양키스에서 영입한 로저스다.
메이저리그에서는 주로 불펜에서 뛰었지만 한국무대에서는 완투형 투수였다. 4일 휴식 후 등판도 마다하지 않았다. 지난 6일 LG 투수전 완투승에 이어 11일 kt 위즈전에서 완봉승을 거뒀다.
올 시즌 한화에서의 완투승은 탈보트가 지난 6월9일 삼성전에서 기록한 것이 유일했다.
로저스가 약팀인 LG와 kt에 연승을 했지만 에이스라고 불리기에 손색이 없다.
믿을 수 있는 에이스 덕분에 불펜진에 숨통이 트이게 됐다. '스윙맨' 송창식이 12일 kt전에서 대체 선발로 등판해 호투를 펼쳤다. 6⅓이닝 3실점으로 시즌 첫 퀄리티 스타트(6이닝 3자책점 이하)를 기록했다.
올 시즌 송창식은 팀 사정에 따라 선발과 구원을 오갔다. 선발로 좋은 모습을 보였지만 불펜에 과부하가 걸리면 이내 자리를 옮겨야 하는 악순환이 반복됐다. 로저스 효과로 송창식이 선발에 정착하게 되면 한화의 선발진도 한층 탄탄해진다.
로저스 영입 전까지 한화는 5위 수성도 힘겨울 정도였다. SK에 밀려 6위로 떨어지기도 했다. 그러나 4연승으로 상황이 달라졌다. 4위 넥센 히어로즈와의 격차는 2경기 반.
13일부터 한화는 목동구장에서 넥센과 2연전을 치른다. 넥센과의 상대전적은 4승5패로 약간 열세이지만 한화의 기세가 더 좋다.
넥센은 천적 NC에 2연패를 당했다. 한화는 전날 금지약물 복용 징계에서 풀려난 최진행이 2타수 2안타 4타점 2득점으로 맹타를 휘두르며 공격에 힘이 더해진 상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