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뉴스 강철규 기자] NBC와 뉴욕 타임스 등 미국의 주류 언론들이 이른바 ‘땅콩 회항’ 사건을 주요 뉴스로 보도하는 등 파문이 식지 않고 있다.
NBC-TV는 9일 이브닝 뉴스에 대한항공 조현아 부사장의 사퇴 소식을 전하며 지난 5일 뉴욕 JFK 공항에서 일어난 대한항공 램프 리턴 사건을 전했다.
NBC는 이날 ‘대한항공 부사장 너츠 사건으로 사임’이라는 제목과 함께 JFK에 대기 중인 대한항공 여객기 모습을 자료 화면으로 소개했다. 대부분의 미국 언론들은 이번 사건의 제목을 ‘너츠 사건(Nuts Incident)’으로 표기하고 있다.
너츠(nuts)는 사건의 발단이 된 마카디미아 너츠를 지칭하고 있지만 ‘제정신이 아니다’라는 뜻도 있다. NBC의 앵커는 뉴스를 전하며 황당하다는 듯 실소를 터뜨리는 모습이었다.
이날 뉴욕의 대표적인 대중지 데일리 뉴스는 조현아 부사장이 가수 비와 함께 포즈를 취한 자료 사진을 실어 눈길을 끌었다.
데일리 뉴스는 “기내 서비스가 그녀를 열받게 했다.(The airline service drove her nuts)”면서 “기내에서 너츠를 봉지째 건넸다는 이유로 발끈해 승무원에게 내리도록 명령한 대한항공 부사장 헤더 조(조현아)가 사임했다. 그녀는 확실히 마카다미아를 접시에 서비스 받기를 원했다”고 비꼬았다.
이어 “그녀의 요구 때문에 비행기는 JFK 공항에서 이륙하지 못하고 천천히 게이트로 되돌아가 일등석 승객을 위한 너츠 서비스 매뉴얼을 지키지 못한 객실 사무장을 내려놓고 다시 출발했다. 비행기는 20분 늦었지만 한국엔 안전하게 도착했다“고 덧붙였다.
뉴욕 타임스도 이날 인터넷판 속보로 관련 기사를 띄우는 등 관심을 보였다. 뉴욕 타임스는 미 동부시간 오후 9시 현재 홈페이지 프런트면 중앙에 조현아 부사장의 사진을 돋보이게 처리해 미국 네티즌들의 댓글이 이어지고 있다.
뉴욕 타임스는 “술에 취하거나 혐오감을 주는 행동, 휴대폰 통화, 우는 아이들, 좌석을 과도하게 뒤로 젖히는 등이 기내 승객들의 분노를 촉발하는 것들이다. 그러나 마카다미아 너츠 봉지가 그랬다면?”하고 사건의 전말을 전했다.
타임스는 “이번 사건의 장본인 조현아는 대한항공의 기내 서비스를 책임지고 있을 뿐 아니라 가족이 경영하는 대기업인 대한항공 회장의 큰딸이기도 하다”면서 이번 사건은 “마치 왕조처럼 세습과 족벌경영으로 비난받은 한국 재벌(chaebol)의 상징적 사례”라고 지적했다.
신문은 “한국의 네티즌 일부는 조 회장 일가를 북한의 지도자 김정은에 비유하기도 한다”면서 많은 사람들이 대한항공을 ‘에어 너츠’로 비꼬면서 이용하지 말 것을 요구하고 있다고 전했다.
또한 “대한항공이 사과문을 발표하면서 기내 서비스 문제를 지적한 조씨의 행동이 정당했다고 변명한 것이 더 큰 분노를 불러 일으키고 있다”면서 “가족들이 전권을 갖는 대기업이 한국의 경제를 지배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 일가는 10%의 대한항공 지분을 갖고 있지만 자회사를 통한 순환출자 방식으로 회사의 중요 포스트를 점유한 채 운영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뉴욕 타임스는 “한국의 재벌들이 법을 무시하는 행동으로 오랫동안 비난을 받았다”면서 2007년 한화 김승연 회장의 보복 폭행 사건과 2010년 SK그룹 일가인 최모 회장이 52세의 전 노조원을 야구방망이로 폭행하고 매값으로 2000만원 수표를 던져 큰 물의를 일으킨 사건을 소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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