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뉴스 강철규 기자]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이 우크라이나 사태 이후 벌어지고 있는 '러시아의 고립'은 서방으로 인한 것이라며 자국을 다른 나라와 고립시키는 새로운 '철의 장막'을 칠 계획은 없지만 그렇다고 물러서지도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23일(현지시간) 이타르타스 통신에 따르면 푸틴 대통령은 "외부로부터 스스로를 고립시키는 정책을 펴지는 않을 것"이라며 "우리는 소련 시절 '철의 장막'이 러시아에 끼친 폐해를 잘 이해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일부 국가들이 과거에 스스로를 외부 세계와 격리시키려 한 시기가 있었지만 이로 인해 수모를 당하고 붕괴되는 등 많은 것을 잃었다"면서 "우리는 이같은 전철을 밟지는 않을 것이고 다른 누군가가 그렇게 할 수도 없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도 푸틴 대통령은 "우리의 지정학적 이익을 수호하기 위해 스스로의 발전 계획을 느긋하게 수립해나가면 된다"며 국가의 이익을 위해선 물러서지 않겠다는 뜻을 분명히 밝혔다.
그는 "러시아가 힘을 길러 강해지고 외부에서 자국의 이익을 보호할 권리에 대해 주장하려 하면 서방의 태도는 바뀌게 된다"며 "러시아 초대 대통령인 보리스 옐친 당시에도 같은 일이 벌어졌다"고 언급했다.
푸틴 대통령은 "옐친 대통령의 모든 것을 환영했던 서방은 그가 유고슬라비아를 옹호하려 들자마자 그를 술주정뱅이에 악덕의 축으로 꾸며댔다"고 비난했다.
또 "러시아가 발칸반도에 대한 자국의 이익을 대변하려 한 이후에는 서방 모든 국가가 적으로 돌변했다"며 현재 우크라이나를 둘러싼 상황도 이와 흡사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우크라이나 동부나 크림반도가 정말 문제가 된 것이 아니라 이런 일이 없었더라도 서방은 다른 이유를 찾았을 것"이라며 "이는 지금까지 계속해서 벌어졌던 일"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이러한 모든 일이 "지정학적 경쟁의 일환"이라며 이 같은 경쟁에서는 "재정, 국방, 경제, 사회 문제 등을 효율적으로 해결해 강한 국가가 되던지 아니면 자국민의 이익을 수호할 가능성을 잃고 3류나 5류 국가로 전락할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아울러 러시아와 적대적인 노선을 걷고 있는 미국의 버락 오바마 대통령을 "교활한 사람"으로 평가하며 "그는 미국 자국 내부에서의 정치적 문제를 밖으로 노출시키는 방법을 쓸 수도 있다"고 말했다.
포브스가 선정한 전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인물 1위에 오른 것에 대해서는 "포브스가 어떤 방식으로 그런 결과를 도출했는지는 모르지만 오바마 대통령을 2위에 선정함으로써 나와의 관계를 악화시키려는 의도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푸틴 대통령은 경제 문제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그는 "만약에 에너지 가격이 의도적으로 낮춘 것이라면 이를 계획한 쪽도 타격을 입게 될 것"이라며 "주요 산유국인 미국과 사우디아라비아가 한통속이 돼 러시아 경제에 피해를 주려한 것일 수도 있다"고 언급했다.
이어 "유가와 루블화 가치가 하락한 것은 경제 제재와는 관련이 없는 것으로 보인다"면서 "유가 하락에 러시아 통화 가치가 급락하고 있지만 그만큼 수출 대금으로 받는 달러 가치가 올라 예산 수입이 늘어나는 효과도 있다"고 밝혔다.
한편 재집권 가능성에 대해서는 "너무 오랫동안 한 사람이 집권하는 것은 국가에도 해롭고 나에게도 필요치 않은 일"이라며 "아직 2014년이 끝나지도 않았는데 2018년을 말하는 것은 시기상조"이라고 선을 그었다.
그는 "시간이 많이 남아 많은 변수가 있다"면서도 "헌법에 따르면 2018년 대선에 재출마할 수는 있지만 전체적 분위기와 국민여론, 나의 생각에 근거해 결정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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