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뉴스 정춘옥 기자] 저자는 대학에서 농학부 교수로 재직하며 학생들에게 식물 생태학을 가르치는 일본 최고 권위의 식물학자다. 이 책은 식물학을 강의하는 저자가 일주일 동안 학생의 질문에 답하는 형식으로 식물학자의 특별한 철학적 사색을 담은 책이다.
일주일간의 특별한 산책
식물에 대해 가질 수 있는 기초적인 궁금증에 대한 지식과 함께 편견을 깨는 흥미진진한 이야기가 가득하다. 식물은 왜 움직이지 않을까? 식물은 움직이지 않는다고 생각하지만 사실 움직인다. 함수초와 같은 풀은 손을 대면 잎을 움직여 오므리며 나팔꽃도 줄기를 감으며 지지할 곳을 찾는다. 동물은 모두가 움직인다고 여기지만 사실 말미잘은 식물처럼 바위에 딱 붙어 있고 산호는 전혀 움직이지 않는다.
식물과 동물은 무엇이 다를까? 가장 크게 다른 점은 세포에 엽록체의 유무 여부지만 동물 중에도 엽록체를 가진 경우가 있다. 바다에 사는 민달팽이류인 우미우시의 동족은 엽록체가 있어 광합성을 하기도 한다.
나무는 몇 그루냐고 묻는 뚱딴지같은 질문에는 다음과 같은 사례를 이야기한다. 대나무는 땅속줄기에서 죽순을 발아시키는데, 우리 눈에 두 그루로 보이는 대나무는 실제로 땅속에서 이어져 있는 한 그루다. 그래서 한쪽 대나무에 빛이 닿지 않아 광합성을 못 하면 빛이 닿는 다른 쪽 대나무가 빛이 닿지 않는 대나무에 영양을 공급해 준다.
그렇다면 식물에 있어 ‘죽음’이란 과연 어떤 의미일까? 자손을 남기는 종자 번식에는 죽음이 따른다. 동물처럼 암수가 있어 자식을 남기고 죽음으로써 다음 세대로 생을 연결하는 방법이다. 분신을 남기는 영양 번식에는 죽음이 없다.
스스로의 복제를 남기며 죽지 않고 그저 분열을 거듭하며 유전자를 남긴다. 사람에게는 죽는다는 것이 꽤 큰일이겠지만, 종자 번식과 영양 번식이 가능한 식물 입장에서는 어느 쪽도 상관없다.
생명은 모두 별의 조각들로 이루어졌다
이 책에서는 우리의 편견을 전복하는 식물의 진화 전략이 특히 흥미를 끈다. 수명이 길고 커다란 나무보다 짧게 살고 크기가 작은 풀이 오히려 진화의 형태라는 점이다.
우리는 흔히 단순하고 작은 것에서 복잡하고 크게 바뀌는 것을 진화라 여기기 쉽지만 크고 복잡해지는 것만이 진화는 아니다. 크게 자라기까지 몇 년이 걸리는 나무는 환경 변화에 빠르게 적응하기 어렵다.
그래서 단기간에 자손을 남겨 유전자를 전하는 속도를 높이는 풀로 진화함으로써 빠르게 변화하는 환경에서 유전자를 미래로 전달하는 속도를 더욱 높였다.
진화의 관점에서 죽음을 해석하는 관점도 새롭게 다가온다. 바로 ‘죽음’이 생물의 진화가 만들어 낸 발명이라는 점이다. 생명은 영원히 존속하기 위해 스스로를 부수고 새로이 만들어 내는 방법을 생각해 냈다. 하나의 생명은 일정 기간이 지나면 죽고, 대신 새로운 생명에 깃든다. 그 새로운 생명은 또다시 자손을 남기고, 생명의 바통을 넘긴 뒤 사라진다. ‘죽음’의 발명으로 생명은 세대를 초월해 생의 릴레이를 이어 가며 영원해질 수 있게 되었다.
일주일이라는 시간 동안 식물의 생태를 통해 생명의 근원까지 거슬러 올라가는 철학적 사색은 생명의 본질과 인간의 삶에 대한 통찰로 마무리된다. 식물은, 그리고 생명은 무엇으로 되어 있을까?
항성은 팽창을 거듭하다 마지막에는 폭발하게 되는데 이렇게 우주로 퍼진 탄소가 모여 지구 같은 행성을 만들었고 생물의 몸을 구성하게 되었다. 지구에서 살아가는 모든 생명체의 몸은 먼 우주 어딘가에서 태어난 것들로 이루어져 있다. 식물은 별의 조각들로 이루어져 있다. 그것은 우리 인간도 마찬가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