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사뉴스 김도영 기자] 22일(현지시간) AP통신은 "최근 유럽의 에너지 요금과 식량 가격은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치솟고 있다"며 "리즈 트러스 영국 총리는 경제 계획이 금융 시장의 혼란을 야기시키고 경제를 더욱 멍들게 했다는 이유로 취임 두 달도 채 되지 않아 사임을 강요 받았다"고 보도했다.
또한 브뤼셀에 있는 싱크탱크 브뤼헬에 따르면 천연가스 가격은 지난 여름 최고치를 기록한 뒤 하락했다. 에너지 가격은 유로화를 사용하는 19개국의 인플레이션을 사상 최대치인 9.9%까지 끌어올렸다.
이에 이번주 유럽 곳곳에서 시위가 확산되고 있다. 인플레이션 수준이 유로존 19개국에서 6.2%로 가장 낮은 프랑스에서는 18일부터 시위가 확대됐다. 도시 곳곳에서 열린 시위 행진에 10만명 이상이 참여했다.
철도운송 노동자와 고등학교 교사, 공립병원 직원들은 석유노조의 임금 인상 요구와 휘발유 부족을 야기한 정유노조 파업에 항의하라는 요구에 귀를 기울였다. 거리에 나선 라시다 오켐은 "오늘날 사람들은 임금을 인상을 요구하기 위해 압박 전술을 사용할 의무가 있다"고 말했다.
수일 후 루마니아에서는 수천 명의 루마니아인들이 루마니아 수도 부카레스트에서 진행된 시위에 참여했다. 이곳에서는 수백만 명의 노동자를 빈곤에 빠뜨리고 있다는 에너지와 식량, 필수품 비용에 항의하기 위한 집회가 열렸다. 치솟는 생활비에 실망감을 표시하며 경적을 울리고 북을 쳤다.
체코에서도 에너지 위기에 대한 정부의 대처에 반대하며 시위를 벌였다. 지난달 프라하에서 깃발을 흔드는 거대한 군중이 유럽연합(EU)의 대 러시아 제재 지지를 비판하며 친 서방 연립 정부 퇴진을 요구한 바 있다. 이들은 정부가 에너지 비용에 쪼들리는 가정과 기업을 돕는 일을 충분히 하지 않는다고 비난했다.
영국에서는 철도 노동자와 간호사, 항만 노동자, 변호사 등은 최근 몇달 동안 40년 만의 최고치인 10.1%의 인플레이션에 상응하는 임금 인상을 요구하며 일련의 파업을 벌여왔다.
독일에서는 비행 조종사들이 가격인상에 항의하며 더 나은 임금을 요구하기 위한 파업을 이어갔다. 루프트한자 항공 조종사들과 유럽 전역 다른 항공사 노동자들이 인플레이션에 따라 더 높은 임금을 요구하며 파업을 벌이면서 열차가 멈춰 섰다.
이처럼 유럽 전역에서 치솟는 인플레이션에 반해 낮은 생계비에 대한 불만이 커지고 있다. 이것이 이내 정치적 혼란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을 강조하기 위해 시위와 파업을 이어가고 있다.
리스크 컨설턴트인 베리스크 메이플크로프트에 따르면 우크라이나 전쟁의 여파가 유럽 내 시민 불안을 고조시키고 있다. 우크라이나에 무기를 보내고 값싼 러시아 석유와 천연가스의 의존도를 줄이겠다고 약속하며 우크라이나를 강력 지지했지만, 이런 전환이 쉽지 않았기 때문이다.
AP통신은 "명확한 지불 계획 없이 가계와 기업의 에너지 요금을 지원하기 위해 대대적인 감세와 수백억 달러 지원을 포함한 트러스의 실패한 경기부양 계획은 정부가 얽힌 곤경을 잘 보여준다"고 보도했다.
베리스크 메이플크로프트 관계자는 "지금까지 유럽은 이전보다 (에너지를) 평년보다 아껴온 덕분에 가정 난방을 위한 가스 수요가 감소했다"면서도 "올 겨울에 유럽에서 가스 공급이 예기치 않게 중단되면 시민 불안과 정부 불안정은 더욱 커질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