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사뉴스 홍경의 기자] 러시아산 천연가스 공급에 크게 의존해온 유럽의 에너지난을 해소하기 위한 처절한 노력이 진행중인 가운데 독일의 신생기업이 개발한 친환경 합성메탄이 대안이 될 수 있다고 미국 뉴욕타임스(NYT)가 11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독일 북서부 항구도시 빌헬름샤벤에서 기업을 운영하는 마르코 알베라는 "우리 방식이 가장 저비용으로 에너지 사용 방식을 바꾸지 않으면서도 석유와 천연가스, 석탄을 대체할 수 있는 방안"이라고 말했다. "선박, 파이프라인, 생산 공장도 기존의 것을 모두 사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물에서 분리하는 수소는 공장을 돌리고 항공기를 운행하며 난방을 공급할 수 있는 청정연료로 유럽국가들의 관심이 크다. 그러나 수소를 생산하는데 필요한 전력을 공급하기까지 엄청난 이산화탄소가 만들어진다는 문제점이 있다. 이를 피하기 위해 재생전기를 활용해 수소를 생산하는 방식은 아직은 비용이 많이 든다.
알베라가 운영하는 트리에너지솔루션스사(TES)가 재생 전기를 사용해 생산되는 수소와 공장에서 발생하는 이산화탄소를 사용하는 합성 "청정" 메탄을 개발해 이 문제를 해결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합성 메탄은 천연가스를 대체할 수 있으며 온실 가스 배출도 훨씬 적다.
청정 수소 생산비를 낮추기 위해 TES사는 중둥 등 태양광이 풍부한 전세계 각지의 대규모 태양발전소 및 수력발전소들과 계약을 추진중이다. 수소는 압축하면 천연가스처럼 선박 수송이 가능하다.
과감한 계획이지만 환경적, 기술적 어려움이 남아 있다. 그러나 최근 독일 정부가 적극 지원하고 나서면서 TES사는 빌헬름샤벤 앞바다에 수상 액화 천연가스 터미널을 건설해 운영할 수 있게 됐다. 이 터미널 건설 초기 비용은 15억달러(약 2조1417억원)이며 천연가스와 TES사의 합성 메탄을 모두 수용할 수 있다. 앞으로 독일 에너지 수요의 최대 10%까지 감당하게 된다. TES사는 지난 7월에도 6500만달러의 투자금을 받았다.
유럽 각국에서 수소 소비를 늘리기 위한 노력이 활발하지만 아직은 수소 생산 및 운송 방안이 분명히 제시되지 않고 있다. TES사의 청정 메탄이 대안이 될 수 있다.
독일 최대 에너지 공급사 에온(E.ON)사가 TES 투자에 가담했다. 에온사 관계자는 TES가 천연가스와 "크게 다르지 않은 기술"을 제시해 설비투자가 많이 필요하지 않다고 말했다.
호주의 광산재벌 앤드류 포레스트 산하 포르테스쿠 피처 인더스트리사가 11일 1억3000만달러를 TES사와 빌헬름샤덴 터미널에 투자한다고 밝혔다. 두 회사는 공동으로 100만가구 공급량의 수소 생산 공장을 만들기로 합의했다.
TES사의 방식은 기존 천연가스 대량 소비 기업들이 설비를 바꿀 필요가 거의 없다. 기존 가스선박과 파이프라인을 통해 운송할 수 있고 수십억달러를 들여 만든 기존 액화천연가스 공장 설비를 활용할 수 있다. 기후 변화로 인해 앞으로 수십년래 천연가스 사용이 중단될 것으로 예상하는 기업들은 새로운 설비 투자를 꺼려왔다.
TES 방식은 에너지 위기로 환경보호 노력이 지체될 것으로 우려하는 유권자들도 안심시킬 수 있다.
TES사는 거대 순환 산업환경시스템을 구축하려고 시도하고 있다. 온실가스인 이산화탄소를 독일 전역의 공장과 발전소에서 수집해 빌헬름샤벤 터미널로 보내서 수소를 값싸게 생산하는 나라로 운송한 뒤 이곳에서 수소와 이산화탄소를 합성해 메탄으로 만들고 이를 액화해 유럽 등지로 수출한다는 계획이다.
빌헬름샤벤에서 2시간 떨어진 소도시 베를테에서는 키위라는 회사가 수소와 이산화탄소를 결합해 생산한 메탄으로 800가구에 난방을 공급하고 있다. 세멘트와 비료를 생산하는 공장 등 이산화탄소 다량 배출 공장들의 경우 배출가스를 줄이지 않으면 탄소세를 내야 한다. 신규 투자가 불가피한 것이다. 이들 역시 기존 설비 개조를 줄여 투자액을 최소화하길 바란다.
베를린 남서부 루테르슈타트-비텐베르크에서 천연가스를 사용해 비료를 생산하는 SKW사의 마티아스 미슬링 기술책임자는 TES가 제시한 방식이 "온실가스 배출을 최소화하는 매우 드문 개념"이라고 말했다.
알베라 TES 경영자는 2025년이면 메가와트시당 100유로(약 14만3000원)에 액화연료를 공급할 수 있다고 밝혔다. 이는 현재 유럽의 천연가스 선물가격보다 40% 이상 저렴한 가격이다. 다만 우크라이나 전쟁 이전의 천연가스 가격보다는 비싸다.
고객이 원하면 액화 수소를 공급할 수도 있다. 함부르크의 아르셀토미탈 제철소 등은 천연가스를 수소로 전환하는 걸 검토중이다.
TES사의 계획은 아직 환경보호론자들의 적극적 지지를 받지 못하고 있다. TES가 조류서식지에 공장을 지으려 계획하는 것이 한가지 이유다. 또 합성 메탄을 생산하는 기술도 완전히 개발되지 않았다. 무엇보다 이집트, 오만, 아랍에미리트(UAE)등 강렬한 태양빛을 받는 광활한 사막이 있는 나라들과의 역학관계도 정치적 어려움을 낳을 수 있다. 알베라는 "태양빛은 모든 곳에 있다"면서 특정 국가에 의존하지 않고 분산하는 것이 해법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