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 우크라 '점령지 합병' 주민투표 실시..."투표결과 조작될 것" 긴장감 조성

2022.08.26 09:58:04

2014년 크름 투표 선택지 '우크라 복귀' 없듯이
러, "투표결과 조작할 것"이라는 예상 봇물
이미 수십만명 피난해 참여 못하게 된 지역
우크라 '투표가 평화협상 기회 차단' 경고
러, 출구전략 없어져 전쟁 장기화 불가피
전쟁 조기 종식으로 경제난 완화 기대하는

 

[시사뉴스 홍경의 기자]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점령지에서 합병을 위한 주민투표를 곧 실시할 것이며 투표결과가 조작될 것이라는 경고가 나오면서 새로운 긴장감이 조성되고 있다고 미 뉴욕타임스(NYT)가 25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존 커비 미 백악관 국가안전보장회의(NSC) 대변인은 지난 24일 "러시아가 투표 결과를 우크라이나 주민들이 합병을 원하는 것으로 조작할 것으로 예상한다"면서 투표가 빠르면 이번 주말 실시될 것이라고 밝혔다.

러시아는 지난 2014년 크름반도에서도 주민투표를 실시한 뒤 합병했으며 한달 뒤 우크라이나 동부 돈바스 지역에서도 주민투표를 실시해 러시아 지원 반군지역의 독립을 선언했었다.

러시아는 지난 몇 달 동안 점령지 각급 학교에서 러시아의 교육과정에 따른 교육을 실시하고 주민들에게 러시아 여권을 발급하는 등 합병을 정당화하는 주민투표를 하기 위한 기반작업을 진행해왔다. 또 휴대폰과 인터넷 연결을 러시아가 감시하는 네트워크로 전환하고 페이스북과 인스타그램, 트위터 및 우크라이나 뉴스 사이트와 기타 독립적인 정보 원천을 차단했다.

영국 채텀하우스 러시아 전문가 케이르 자일스는 "러시아가 주민들에게 다른 선택지를 주지 않는 투표를 실시할 것으로 예상할 수 있다"면서 "2014년에도 크름반도에서 총구 앞에서 실시된 투표에서 투표지에는 2가지 선택지만이 주어졌었다. 두가지 모두 우크라이나로 복귀하는 내용은 아니었다"고 말했다.

그는 당시 국제사회는 크름반도의 주민투표 실시를 강력히 비난했지만 현재 유럽 일부 지도자들은 주민투표를 비판하는 목소리를 내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의심스러운 투표일지라도 러시아의 장악이 고착되면 전투가 멈추면서 전쟁으로 인한 국제적 경제난 피해가 줄어들 것으로 기대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미 정보당국이 곧 주민투표가 실시될 것이라고 평가함에 따라 우크라이나는 물론 미국과 유럽에서는 러시아가 합병을 통해 러시아의 지배를 굳힘으로써 우크라이나의 탈환작전에 대한 방어벽을 치려는 것이라는 의심이 커지고 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주민투표가 전쟁 상황을 변화시키거나 우크라이나 정부를 지지하는 우크라이나 주민들의 생각을 바꾸지는 못할 것이라고 지적한다.

브뤼셀의 국제위기그룹(ICG)의 러시아 분석가 올렉 이그나토프는 "주민투표가 전쟁에 영향을 미치지 못할 것이다. 이번 주민투표가 러시아가 점령지 장악력을 굳힐 것으로 보는 건 순진한 생각"이라고 말했다.

이그나토프는 주민투표를 통한 우크라이나 영토 찬탈은 우크라이나 정부가 협상에 나서지 못하도록 함으로써 러시아의 "출구전략"을 차단하고 러시아가 전쟁을 계속할 수밖에 없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이달 러시아가 점령지에서 주민투표를 실시하면 러시아는 우크라이나와의 모든 평화협상 기회를 잃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그나토프는 우크라이나 점령지에서 실시되는 어떤 주민투표도 이 지역 주민 수십만명이 이미 피난해 투표할 수 없기 때문에 정당성이 없다고 강조했다. 그는 "말도 안되는 일이다. 이번 투표 결과를 전혀 신뢰할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홍경의 tkhong1@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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